캐나다 연구팀, 카나글리플로진 병용 시작 후 근육 통증 발생한 환자 사례 첫 보고
혈장 로수바스타틴 농도, 다른 환자보다 15배가량 상승…치료 중단 후 건강 회복
연구팀 "BCRP 활성 약화되는 유전적 다형성 가진 환자로 약물 상호작용에 민감했을 수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로수바스타틴'과 항당뇨병제인 SGLT-2 억제제 '카나글리플로진' 병용요법의 위험성을 확인한 환자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캐나다 토론토의대 David Juurlink 교수 연구팀의 환자 사례 보고에 따르면, 로수바스타틴 40mg을 5년 이상 문제없이 복용했던 76세 여성은 카나글리플로진 병용을 시작한 며칠 후 넓적다리 통증과 약화를 경험했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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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건강 상태가 악화되자 내원했고, 병원에서 진행한 검사에서 혈장 로수바스타틴 농도가 상당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장 로수바스타틴 농도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다른 요인을 배제하더라도, 카나글리플로진 치료 시작과 로수바스타틴 농도 상승이 연관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이번 환자 사례 보고는 Annals of Internal Medicine 8월 4일자 온라인판에 레터 형식으로 실렸다. 

스타틴·카나글리플로진 중단 후 근육 통증 완화

환자는 관상동맥질환, 만성콩팥병 3b기, 제2형 당뇨병을 동반했지만 기능적인 문제는 없었다. 로수바스타틴과 함께 정기적으로 비소프롤롤, 아스피린, 메트포르민, 티록신, 리세드로네이트를 복용하고 있었다.

의료진은 SGLT-2 억제제의 약물 상호작용 위험이 적을 것으로 판단해 카나글리플로진을 처방했고, 환자는 카나글리플로진 100mg을 15일간 매일 복용했다.

그런데 환자는 카나글리플로진 병용 후 3일 만에 양쪽 넓적다리의 통증과 약화를 경험했다. 상태가 점차 악화되고 팔까지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았다.

입원 당시 검사 결과, 환자의 혈장 로수바스타틴 농도는 176ng/mL로 확인됐다. 이는 매일 로수바스타틴 40mg을 복용하는 환자에게서 예측되는 평균 농도보다 15배가량 높은 수치다. 

게다가 검사에서 횡문근융해, 간세포성 손상, 갑상선자극호르몬 및 크레아티닌 수치 증가 등이 확인됐으며, C반응단백, 항핵항체, 추출성핵항원에 대한 항체 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근육 통증 발생 전 환자에게서 나타난 변화는 카나글리플로진 치료 시작이 유일했기에, 과거 확인되지 않은 약물 상호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로수바스타틴과 카나글리플로진 치료를 모두 중단하고 정질용액(crystalloid)을 정맥주사했고, 환자는 근육 통증이 완화돼 입원 10일째에 퇴원할 수 있었다. 환자는 보조보행기를 이용해 걸을 수 있었고 비정상적인 검사소견도 대부분 해결됐다. 

그동안 왜 문제 되지 않았나?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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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가 나타난 원인으로 연구팀은 SGLT-2 억제제가 체내에서 로수바스타틴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 수송체 역할을 방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로수바스타틴은 유방암 저항 단백질(BCRP) 등 수송체 단백질의 기질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카나글리플로진을 투약하면서 BCRP와 유기음이온 수송 폴리펩타이드에 대한 오프-타겟 효과(off-target effect)가 나타났을 수 있다. 오프-타겟 효과란 목표와 상관없는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이 환자는 BCRP 활성이 약화되는 유전적 다형성(genetic polymorphism)을 갖고 있어 약물 상호작용에 민감했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로수바스타틴과 카나글리플로진을 병용했을지라도 이 같은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

Juurlink 교수는 "BCRP는 로수바스타틴의 장흡수를 줄이면서 담관 및 신장으로 배설되는 것을 촉진한다"며 "그러나 BCRP 활성이 약화된 환자에게 카나글리플로진을 투약하면 BCRP 활성이 더 억제돼 로수바스타틴의 장흡수가 증가하고 배설이 감소한다. 이로 인해 혈장 로수바스타틴 농도가 상승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모든 환자에게 약물 상호작용 나타나지 않지만…문제 인지해야"

환자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로수바스타틴과 카나글리플로진의 약물 상호작용은 두 약물을 병용하는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임상에서는 두 약물의 병용처방을 망설이면 안 된다는 게 연구팀 전언이다.

Juurlink 교수는 "로수바스타틴과 카나글리플로진의 병용처방을 꺼리면 안되지만, 의료진은 이번 환자 사례와 같이 로수바스타틴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카나글리플로진을 투약하면 스타틴의 독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며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환자 사례와 같은 문제를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Kenneth Mahaffey 교수는 이번 환자 사례 보고에 대해 "향후 발표되는 추가적인 임상 데이터를 통해 카나글리플로진 치료 시작과 비정상적인 간·신장 기능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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