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탈모 환자들, 효과 없는 일반제품에 의존하다 자포자기
분당서울대병원 허창훈 교수 "전문의에게 치료받도록 적극 유도해야"
피나스테리드로 효과 못 얻은 환자에 '두타스테리드' 대안…약가도 저렴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우리나라 안드로겐 탈모증 환자는 탈모를 치료하는 데 고통스러운 시행착오를 겪는다. 병원을 찾기보다는 효과가 인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면서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다가 결국 탈모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분당서울대병원 허창훈 교수(피부과)는 이런 환자를 위해 힘을 쓰고 있다. 대한모발학회 활동을 통해 탈모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병원 방문을 통한 약물 혹은 수술 치료를 권유한다. 허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탈모 환자의 특징, 문제점과 효과적인 치료법에 관해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허창훈 교수(피부과)는 메디칼업저버와 두타스테리드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허창훈 교수(피부과)는 메디칼업저버와 두타스테리드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국내 탈모 인구의 특징은?
우리나라에서 '대머리'로 알려진 안드로겐 탈모증 환자의 특징은 외국 환자보다 탈모를 치료하고자 하는 니즈(needs)가 현격히 높다는 점이다. 

서양인은 비교적 탈모가 흔하고 공인 중 대머리인 사람도 많아 탈모치료에 대한 수요가 우리나라보다 적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인은 대머리가 많지 않다. 

이에 창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 들어 보인다거나 사회적 능력이 없어 보인다는 인식도 있어 많은 남성이 탈모를 치료하고 싶어 한다.

- 환자·의료진이 치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가장 큰 문제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탈모 시장은 크지만, 병원에서 치료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등의 과장된 우려로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탈모 환자는 SNS, 매체를 통해 탈모치료 정보를 많이 얻는다. 문제는 가장 효과적인 병원치료 방법을 두고 입증되지 않은 샴푸, 린스 등의 일반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부작용이 없지만 효과도 없다. 

-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제품의 문제와 해결책은?
이런 제품들을 사용하고 효과가 없는 것을 확인하면 대부분 실망하며 '탈모는 치료할 수 없다'라는 생각을 갖는다. 대한모발학회에서도 대국민 홍보에 가장 고민하는 점이 '어떻게 하면 탈모 환자를 반드시 병원에 방문하도록 하는 것일까'라는 점이다. 

- 제대로 된 탈모 치료를 하려면?
탈모치료는 현재까지 경구 약물, 바르는 약물, 수술, 주사, 레이저 등 5가지가 입증됐다. 

어떠한 치료법을 선택하든지 탈모는 지속해서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다. 수술은 한 번만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심어놓은 모발은 유지가 되지만 탈모는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 경과에 따라 오히려 심은 모발이 모양이 어색할 수 있다. 

어떤 치료 든 중단 하면 3~6개월 내로 다시 탈모가 진행되기 때문에 탈모 치료는 평생 할 각오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많은 환자가 오해한다. 

환자는 "그럼 완치는 안 되는 거네요?"라고 질문한다. 그럴 때 저는 "고혈압이나 당뇨가 약을 계속 먹는다고 해서 치료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꾸준히 치료하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라고 환자에게 설명한다. 

다만 평생 지속적인 치료를 해야 하므로 부담되지 않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 탈모 치료법 중 가장 편하고 효과적인 것은?
수술, 주사, 약물 중 환자 입장에서 가장 편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은 경구 약물 복용이다. 

바르는 약도 효과적이지만 경구 약물보다 적고, 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투약 순응도도 감소할 수 있다. 

수술도 효과적이며, 최근에는 주사와 레이저 치료의 효과가 인정되고 있다. 

다만 단일요법으로 미용상 허용 가능한 정도의 탈모치료 효과를 보는 것은 경구 약물과 수술이다. 

- 경구 약물치료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5-알파-환원제 억제제(5α-reductase inhibitor)' 계열의 약물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약으로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가 있다. 

5-알파-환원제에는 제1형과 제2형 두 가지가 있는데, 제2형만 단독으로 억제하는 약이 먼저 출시된 피나스테리드이고, 제1형과 제2형을 둘 다 억제하는 약이 보다 최근에 발매된 두타스테리드이다. 

두타스테리드는 피나스테리드보다 제2형을 억제하는 효과도 더 강해 일반적으로 탈모치료에도 더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 두타스테리드와 피나스테리드의 차이점은 뭘까?
두 약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효과와 반감기의 길이다. 두타스테리드가 피나스테리드보다 효과는 더 강력하며 반감기는 더 길다. 

두 약제 모두 여성에게 노출됐을 경우, 기형 발생의 위험이 있어 헌혈 금지 약물로 분류됐다. 효과는 강력한 게 당연히 더 좋겠지만, 반감기가 길다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1차 치료제를 선택하게 된다. 

- 피나스테리드 복용 효과 없는 환자들이 있는데.
국내 탈모 환자 35명 대상으로 직접 연구를 진행해 2014년 6월 International Journal of Dermatology에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연구 결과, 피나스테리드 복용 효과가 적거나 없는 환자를 두타스테리드 0.5mg로 치료했을 때 두타스테리드가 효과적이었다. 

두타스테리드 약값도 더 저렴해 적절하게 사용하면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두타스테리드를 반으로 쪼개서 복용하는 이유는?
원칙적으로 정제를 반으로 쪼개서 복용하면 안된다. 하지만 비용이 반으로 절감돼 경제적인 이점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복용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개인적으로 기존의 논문을 유추하면 두타스테리드를 쪼개서 반으로 복용해도 탈모치료에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 6개월 정도의 초기 로딩 도즈(loading dose)는 반드시 정량 복용해야 한다.

- 최근 우울증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약 복용 후 우울증이 심해지고 약을 중단해 우울증이 해소되는 환자들이 드물게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환자가 탈모 자체로 인해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더 많아 이러한 드문 경우 때문에 치료 기회를 잃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오죽하면 이 약들이 '해피드럭(Happy Drug)'으로 불리겠는가. 약 복용으로 행복해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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