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 마감 돕는 것도 의료인 큰 역할


호스피스 얘기하면 환자들은 절망부터…인식 아직 부족


 -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호스피스·완화의료 법안과 수가 마련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제도화 실현이라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동안 어떤 노력들이 있었나?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1998년 창립됐는데 당시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고 의료진, 특히 의사들의 이해가 없었다.

 호스피스가 가톨릭에서 시작된 활동이기 때문에 종교계에서 말기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종교적으로 케어해주는 것이란 개념이 전반적이었고 호스피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사들도 전무했다.

 그러나 호스피스는 종교활동이 아니다.

 의료인과 종교인, 사회사업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팀어프로치로 이뤄지는 의료행위이다.

 그동안 학회에서 중점적으로 활동한 부분이 교육이다. 의료인, 봉사자들을 대상으로한 교육을 수십차례 진행하면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준 것이 제도화 마련에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

 - 의료진이나 국민들에게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인가?

 의학에서 치료는 본래 호스피스와 같은 케어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항생제가 나오고 감염질환이 치료가 되면서 케어보다 큐어가 더 앞선 개념이 되고 목적이 된 것이다. 의사들이 점차 케어는 잊고 큐어만 쫓으며 치료에 실패하면 자괴감에 빠지게 됐다. 이는 환자를 인간이 아닌 질병으로 보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부터 조기검진 등으로 암의 사망률이 감소하게 됐는데 이런 과정에서 암 치료의 "퀄리티(quality)"에 대한 관심이 나타났다.

 퀄리티는 진단부터 치료, 치료 후 마지막 임종까지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경제적 문제, 삶의 질, 치료효과까지를 총망라한 것으로 "Quality of cancer care"라는 개념이 대두되게 된 배경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도 "Quality of cancer care"의 한 부분이다.

 일반인들에게도 호스피스가 절대로 환자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나 역시도 말기암 환자에게 호스피스 얘기를 하면 환자들이 "나를 포기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절망하는 것을 많이 목격한다. 일부 언론에서 호스피스에 대해 소극적 안락사 운운하는 것도 제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호스피스는 안락사가 아니다. 의사가 최대한 노력을 해서 치료하다가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할 것인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죽음도 인생의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 호스피스가 임종소가 아닌 삶을 인간적으로 완성시키는 마지막 과정이라는 것이다.


모든 행위 감안 합리적 의료수가 마련돼야
여건갖춰 내년쯤 대한의학회 인증 신청할 것



 - 현재까지 드러난 수가안에 대해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의 보험재정에 한계가 있고 다른 분야와 형평성을 맞춰야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또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행위별인데 호스피스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접점을 찾기가 힘들다.

 호스피스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간의 의료행위보다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정서적인 돌봄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행위로 묶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의사, 간호사 인력만 수가에 반영한 점도 문제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호스피스·완화의료는 팀어프로치로 접근해야 하므로 의사, 간호사 뿐 아니라 사회사업가, 종교인들이 하는 일들을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시키는 것은 호스피스의 의미에 어긋나는 것이다.

 - 지난 2005년에 우리나라에서 아시아·태평양 호스피스학회를 개최하기도 한 만큼 짧은 역사 속에서 학회의 발전이 있었음에도 아직 대한의학회 소속이 아닌데?

 2005년에 복지부 지원을 받아 국제학회를 진행했다. 의학 학회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학회를 진행한 것은 최초의 사례로 알고 있다.

이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었고 호스피스가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사회사업가, 봉사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다.

역대 아시아·태평양 호스피스학회 중 가장 성황리에 치러진 학회였다는 평가를 들었을만큼 한국 호스피스의 높은 수준을 알릴 수 있었고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기회였다.

 의학회 가입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의학회 인증을 받으려면 학술지 발간이나 회원수, 학회 운영 년수 등이 충족돼야 한다. 이제 모든 여건들이 충족된 만큼 내년에는 의학회 인증 신청을 내고 의학회 소속의 정식 학회로 학술활동도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다.

 - 의대 교육 커리큘럼에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부분이 취약하고 전문의도 없는 상황인데?

 현재 주요 의대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으나 불과 3, 4년 전에 시작됐기 때문에 미흡한 점이 많다.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호스피스·완화의학 전문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제도가 정착되면서 전문의 제도도 추진되리라 본다.

 학회에서 활동 중인 회원 중에 수년 전부터 필요성을 인지하고 외국에서 전문의를 취득한 사람도 있어 이들이 주축이 되서 교육을 하고 전문의제도 도입에 힘쓸 것이다.

나 자신도 학생들에게 완화의학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이 만족스러워하는 것을 느낀다. 전문의제도는 필요한 부분이므로 이에 대한 학회 차원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화의 연착륙을 위해 학회가 중점을 두고 활동할 부분과 올해 계획하고 있는 주요 행사는?

 제도화 추진 과정에서 학회가 주도적 역할을 했듯이 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도 학회가 지속적인 자문 역할을 하고 복지부와도 긴밀한 협력체제를 지속할 것이다. 또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의 질 관리를 위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학회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6월 국제학회를 개최한다. 싱가포르, 타이완 등 아시아와 호주 등에서 연자를 초청하고 한국 호스피스의 높은 위상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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