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티딘 사태 이후 주요 H2차단제 처방액 88.2% 증가
덩달아 커진 PPI 시장, 4.7%↑...케이캡, 상반기만에 300억원 돌파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됐다. 항궤양제 라니티딘의 NDMA 검출 사태 이야기다.

본지가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의 올해 상반기 원외처방액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라니티딘 NDMA 사태가 항궤양제 처방 시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H2차단제 시장에서는 다른 성분의 의약품의 처방이 늘면서 시장 전체가 성장했고, PPI 계열 시장도 전년대비 4.7% 처방액이 늘었다.

 

라푸티딘·파모티딘 시장 '쌍끌이'...시메티딘 계열 처방 축소

지난해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되면서 다른 성분의 H2 차단제 처방 판도가 급변했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라푸티딘, 시메티딘, 파모티딘, 록사티딘, 니자티딘 등 다른 성분의 주요 H2 차단제는 올해 상반기 318억원의 원외처방 시장 규모를 형성, 작년 1분기 169억원 대비 88.2% 커졌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여파로 올해 상반기 다수의 처방의약품 시장이 기복을 보였지만, H2차단제 시장은 급증한 셈이다.

주목할 점은 NDMA 검출로 시장서 퇴출된 라니티딘의 처방이 다른 성분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H2차단제 시장은 라푸티딘과 파모티딘이 쌍끌이 중이다.

라푸티딘 성분 주요 의약품의 올해 상반기 처방액은 117억원 규모로, 지난해(76억원) 대비 53.9% 증가했다.

이 가운데 보령제약의 스토가가 독보적이다. 스토가는 지난해 상반기 63억원의 처방액에 그쳤지만, 올해는 상반기에 100억원을 기록했다. 58.7% 증가한 것이다.

이외에 영진약품 라토딘, 명문제약 명문라푸티딘 등도 작년과 비교할 때 처방이 소액 늘었다.

특히 파모티딘 성분 주요 의약품 시장은 같은기간 동안 28억원에서 117억원으로 317.9% 증가했다.

다만 라푸티딘 성분 시장과 다른 점은 독주 의약품이 없다는 점이다.

파모티딘 시장에서는 동아에스티 가스터가 52억원으로 전년동기(15억원) 대비 246.7% 증가하며 시장 선두를 쥐고 있다.

뒤이어 한미약품 한미파모티딘 31억원, 휴텍스 휴텍스파모티딘 24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들의 처방액 증가율은 모두 세자리수를 기록했는데, 한미파모티딘과 휴텍스파모티딘이 각각 520%, 500%를 보였다.

추가적인 검사에서 NDMA가 검출되지 않았던 니자티딘과 시메티딘은 희비가 엇갈렸다.

니자티딘 성분 주요 의약품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45억원으로 34억원을 올린 지난해 2분기 대비 32.4% 증가했다. 반면, 시메티딘 성분 주요 의약품은 같은 기간 동안 19억원에서 15억원으로 21.1% 감소했다.

 

PPI 시장도 성장...에소메졸·에스원엠프 고공 주행
P-CAB 제제 유일한 케이캡, 상반기에 300억원 돌파

라니티딘 퇴출은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 의약품도 반사이익을 얻었다.

올해 상반기 PPI 시장은 라니티딘 처방 이탈로 전년 대비 4.7%(1108억원→1160억원) 늘었다.

다만, PPI 시장 안에서도 희비는 엇갈렸다.

우선 한미약품 에소메졸과 대원제약 에스원엠프는 20%대 성장을 이뤄냈다.
에소메졸은 작년 상반기 16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03억원으로 26.9% 처방액이 늘었고, 에스원엠프는 같은기간 동안 79억원에서 100억원으로 26.6% 증가했다.

PPI 시장에서 선두를 지킨 아스트라제네카 넥시움은 199억원에서 227억원으로 14.1% 성장하면서 이들의 뒤를 이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일양약품 놀텍(155억원→170억원), 일동제약 라비에트(70억원→75억원)가 각각 9.7%, 7.1% 늘었다.

그러나 HK이노엔 라베원(-27%), 얀센 파리에트(-20.9%), 다케다 덱실란트(-14.8%), 판토록(-10%) 등은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한편, 국내 유일한 P-CAB 제제인 HK이노엔 케이캡은 급성장했다.

케이캡은 지난해 상반기 90억원 처방액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307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241.1% 급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NDMA 사태 이후 처방 규모가 큰 대형 품목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됐고, 케이캡 등 새로운 기전의 항궤양제가 시장 변화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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