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식 약가 부활..."약가 인상 기전도 필요해"
정부 신약개발 외치지만 더 어려워진 환경...국내 시장 패싱도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박선혜 기자] 일반적으로 제약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주요 업무는 의약품 개발과 판매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업무가 있다. 바로 RA(Ragulatory Affairs)와 MA(Market Access)다. 

RA는 의약품의 허가와 사후관리를 위한 업무를 말한다. 

연구와 개발 단계를 거친 의약품은 보건당국에 허가를 신청하고 시판승인을 받기까지 수많은 서류작업을 보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업무를 RA 담당자가 맡는다. 

물론 시판승인을 받은 의약품의 재심사나 부작용 보고와 같은 사후관리도 RA의 몫이다. 연구소나 개발팀에서 공들여 만든 제품을 영업사원이 판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 탄생하게끔 도와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제품화 이후 상품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MA는 신약 또는 제네릭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받기 위한 자료 준비와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조율 업무를 담당한다. 

국내에서는 제약사마다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10명 안팎의 인력이 RA와 MA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제도에 기민하게 대응할 줄 알아야 한다. 

허가제도와 약가제도가 조금이라도 변경되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제약사 안에서 '핵심 인재'로 평가받기도 한다. 

글로벌 제약사에서는 RA와 MA의 업무 역량에 따라 회사 매출이 좌지우지되는 만큼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들의 역할이 그다지 돋보이지 못한다.

메디칼업저버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국내 제약사 RA, MA 담당자들과 오픈 채팅을 진행했다. 채팅에는 어디서약을팔아, 남조선약쟁이, 약쿠르트, 소약행, 고난의연속 님이 참여했다. 

① 허가부터 약가, 영업마케팅 계획까지 담당하는 RA·MA 
② 계단식 약가정책, 국내사 신약개발에 악영향

#약가정책_도움_좀

소약행: 약가 인하를 위한 기전만 있지 인상 기전은 없다. 국산신약 우대정책은 사라진 지 오래고 개량신약 가산제도도 3년으로 제한했다. 소소하더라도 약가를 높게 받을 수 있어야 힘이라도 날 것 아닌가.

남조선약쟁이: 일본은 자국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은 대체약제 최고가와 동일한 약가를 받는다. 거기다 혁신성이 있다면 플러스 알파다. 그런데 우리가 개발한 의약품 약가는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를 받아야 잘 받은 셈이다. 게다가 잘 팔리면 사용량이 늘었다며 또 약가를 깎는다.

약쿠르트: 글로벌 진출을 왜 못하냐고? 내수 시장에서 돈을 벌어야 새로운 임상이든 다른 곳에 투자할거 아니냐.

어디서약을팔아: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를 보면 공산주의 수준이다. 물론 건보재정 안정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럼 신약을 개발하라고 닦달할 게 아니라 제네릭으로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 좀 찾아줘라. 

고난의연속: 그래서 제약사들이 호텔을 짓고 화장품 사업을 하는 거다. 작은 모멘텀이라도 있어야 연구개발이 되니까.

남조선약쟁이: 국산신약이 한국 시장을 패스하는 이유다. 외국에서 먼저 허가받으면 시장도 크고 약가도 높은데 굳이 국내 시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또_다시_계단식

남조선약쟁이: 네거티브 약가제도가 시행되면서 53.55%로 약가를 인하했다. 몇년 후에는 30%로 낮추지 않을까. 계단식 약가제도의 부활은 발사르탄 NDMA 사태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NDMA가 발생한 게 제네릭 수가 많아서는 아니지 않나. 둘 사이의 연관성을 못찾겠다. 정부는 약가를 깎고 싶었는데 이참에 핑계가 생 긴거다.

소약행: 일각에서는 ‘알박기’도 하고 있다. 계단식 약가제도가 시행되면서 우려했던 위임형 제네릭 ‘허여서(許與書)’ 장사가 현실화된 것이다.

남조선약쟁이: 복지부가 힌트를 준 것일 수도 있다.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사에게 '우리 약 줄게 줄을 서시오~'라고 하는 꼴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위임형 제네릭으로 허여서 장사를 하면, 우리는 거기가서 구걸해야 할 판. 사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도 약가를 100%로 2~3년 파는 것보다 53.55%로 낮춰 20개 제약사와 함께 파는 게 더 낫지 않겠나.

어디서약을팔아: 위임형 제네릭은 회사 간 계약이다. 정부가 개입할 논리가 없다. 어쩌면 우리는 글로벌 제약사를 갖고 있는 나라의 속국이 될 수도 있다.

고난의연속: 특허만료 전부터 제네릭을 출시하려 5~6년을 준비했는데 갑자기 글로벌 제약사가 ‘20개 제약사 줄서라’라고 한다면 나중에는 다들 줄서려고 목 빼고 기다릴 거다. 

소약행: 일부 국내사는 허여서 장사를 시작했다. 이미 현실이 됐다. 정부의 약가제도 기조가 이어진다면 대형 국내사만 살아남게 된다. 정부가 원하는 그림일 수도 있다. 약가인하로 중소제약사가 죽어나가면 제조설비는 축소되고 고용창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어디서약을팔아: 국내사가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려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약쿠르트: 공감. 중소제약사들끼리 정보를 최대한 공유해야 후발주자로서 헛발질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_바뀔까

소약행: 제네릭 약가협상 기준에 임상재평가 실패 시 100% 환수한다는 협의서가 들어있다고 하더라. 거기다 약가규정 고시에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면 직권으로 약가를 인하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더라. 정부의 기조가 이런데 뭐가 바뀔 수 있을까.

약쿠르트: 과거에는 정부와 산업계가 제도를 변경하기 전에 토론을 했었다. 서로를 동반자 내지는 협력자 개념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산업계를 카운터파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남조선약쟁이: 코로나19 사태로 제약업계에서는 신약재창출(drug repositining)이 관심사 중 하나다. 그런데 약가가 100원인 약이었는데 몇십억원을 들여 임상에 성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재탄생했다고 치자. 정부가 과연 약가를 인정해줄까? 기존 약가로 쳐준다면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차라리 우리도 바이오 벤처를 해야 할 것 같다. 막말로 투자받고 팔아버리면 그만 아닌가.

어디서약을팔아: 정부는 바이오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다.  임상 3상을 진행할 수 있는 바이오 벤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할 텐데, 결국 그 약이 개발되면 글로벌 제약사가 엄청난 가격으로 우리나라에서 팔지 않겠나.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바이오가 정답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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