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희대병원 이정명 교수(심장내과)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이정명 교수는 S-ICD가 환자 맞춤형 치료의 옵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이정명 교수는 S-ICD가 환자 맞춤형 치료의 옵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비정상적인 심장박동으로 돌연사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이식해 부정맥을 감지하면 전기충격으로 정상박동을 만들어주는 경정맥형 제세동기(ICD). 

ICD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보편화되면서 기능적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런 가운데 피하삽입형 제세동기(S-ICD)는 ICD가 갖고 있는 감염 및 합병증 우려를 보완하며 부정맥 환자들의 맞춤형 치료 옵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자와 만난 경희대병원 이정명 교수(심장내과)는 '심장을 건드리지 않는 부정맥 시술'을 구현하는 S-ICD가 환자에게 만능은 아니지만, 맞춤형 치료에 있어 중요한 옵션으로 자리잡을 것이라 강조했다.

- 삽입형 심장제세동기는 어떻게 발전돼왔나.

삽입형 심장제세동기는 심장마비 위험성이 높은 환자들이 몸에 지니고 있자는 취지에서 개발됐다. 애초에는 정맥을 통해 유도선이 심장 안쪽으로 2개가 삽입되는 심장박동기가 개발됐다. 

이후 심장박동기에 심장제세동기를 추가, 고전압을 활용해 전기충격을 줄 수 있는 혈관 내 삽입형 제세동기(TV-ICD) 제품이 개발됐다. 다만, 이들에게는 유도선에 의한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특히 유도선이 심장 안에 위치하는 만큼 심내막염을 유발, 전신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ICD가 개발됐다. S-ICD는 유도선이 심장 밖에 위치하는 만큼 감염 위험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 S-ICD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기능과 시술 시 가장 고려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전기 충격을 통해 정상 맥박으로 돌아오게끔 하는 기능의 완벽도다. S-ICD는 유도선이 심장 외부에 위치하는 만큼 전기 충격을 위한 에너지 세팅이 더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 TV-ICD의 에너지 세팅값이 40이라면, S-ICD는 80 정도로 보면 된다. 더 많은 에너지 세팅값이 필요하다 보니 전기를 충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인데, 이 때문에 빈맥이 발생하는 동안 환자가 실신할 수도 있다. 전기 충격을 위한 에너지가 보다 효율적으로 세팅되든지, 전기를 충전하는 시간이 짧아진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울러 S-ICD 시술을 고려하는 환자는 서맥이 있는지, 심장제동기화 치료를 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판별하는 것도 고려사항 중 하나다. TV-ICD는 심장박동 기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박동이 필요한 환자, 빠르지 않은 심실빈맥 환자, 심부전이 심한 환자에게 TV-ICD 삽입이 절대적이다.

- S-ICD 시술이 불가능한 환자도 있나.

환자의 맥박이 유의미하게 느리고 심장박동기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S-ICD 삽입은 금기다. 

또 심장제세동기 삽입 전 테스트를 통해 T-Wave 모양을 스크리닝 해 기기가 심장박동을 잘못 인식할 위험성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T-Wave가 클 경우 심장제세동기가 심장이 뛰고 있다고 인식, 부적절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S-ICD가 흉부 쪽에 삽입되는 이유가 따로 있나. 

사실 환자마다 삽입 위치는 다르다. 보통은 가슴 전면에 삽입하지만 미관상의 이유로 흉부 옆에 삽입한다. S-ICD는 TV-ICD보다 크기가 커 삽입 시 흉터가 생기기 때문에 환자들이 흉부 옆 쪽을 선호하는 것이다. 

최근에도 ICD를 삽입한 지 10여 년이 지난 환자가 감염이 발생해 제거한 후 흉부 옆 쪽에 삽입했는데, 환자도 만족해 했다. 

- 전극선에 의한 부작용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삽입형 심장제세동기 유도선의 제한점은 삽입과 제거, 유도선의 기능 소실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ICD 환자 중 최대 15%에서 유도선 관련 합병증이 발생했다. 이 중 10%는 환자의 유도선이 기능을 소실한 것으로 나타났고, 6.5%는 유도선 위치에 따른 문제 때문이었다. 아울러 유도선에 의한 혈관 내 감염 사망률은 본체의 감염 관련 사망률 대비 약 3배 높았다.

- S-ICD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자면.

우선 유도선이 없는 심장제세동기가 나올 가능성은 없으리라 본다. 지금의 S-ICD에서 아쉬운 점은 배터리 수명과 본체의 크기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한편, 크기를 줄이는 기술이 도입돼야 한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의 경우 큰 크기는 출혈이나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적당한 시기에 전기충격을 줄 수 있도록 충전되는 시간도 짧아져야 할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S-ICD가 모든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할 수 없지만, 환자와 의료진에게 중요한 옵션인 건 분명하다. S-ICD가 만능은 아니다. TV-ICD는 심장박동기 기능을 갖춘 만큼 심장 맥박이 느리거나 박동이 필요한 환자에게 필요하다. 또 빠르지 않은 심실빈맥 환자, 심장제동기화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절대적으로 TV-ICD 시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체 시술 케이스 중 15%는 S-ICD로 대체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혈액투석 환자나 혈관 상태가 좋지 않고 감염 확률이 높은 환자, 선천적 심실빈맥 환자에게는 S-ICD가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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