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의대 특성 살린 연구소 운영
의학과 다양한 분야 협업 통해 기초연구 확장시키고 미래 사회 준비

최근 의학은 깊고 광활해졌다. 과거에는 인간의 질병과 치료에만 관심을 뒀지만 이제는 질병 예방, 인간의 심리, 사회와 환경 등 다양한 측면으로 의학이 확장되고 있다.

게다가 사회와의 소통도 중요해졌다. 빠르지는 않지만 국내 의과대학에서도 이런 흐름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예방을 위한 건강센터를 비롯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센터 등이 설립됐다.

또 기존의 기초연구소를 강화하는 등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각 의대에서 운영하는 연구소(센터)는 각양각색이다. 대학의 이념과 특성에 맞게 설립된 연구소도 있고, 수익을 포기하고 공익적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연구소도 있다. 

본지는 창간 19주년 특집호를 맞아 각 의대에 있는 의미 있는 의학연구소(센터)를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사람들 관심 적어도 꿋꿋하게 

- 연세의대 에이즈연구소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질병이다. 연구자들의 관심도 적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꼭 진행해야 하는 연구임은 틀림없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질병관리본부 데이터에 따르면 HIV 감염자가 약 2만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이 자발적으로 에이즈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HIV 감염자가 더 많을 것으로 진단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세의대 에이즈연구소 활동은 중요해 보인다. 에이즈연구소는 내과학교실뿐만 아니라 예방의학교실, 연세대 화학과, 수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기초연구부에서 에이즈와 관련된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임상-역학부에서 국내 에이즈의 역학 특성을 규명하고 있고, 진단개발부에서 새로운 진단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또 치료-백신연구부에서 국내 실정에 맞는 치료법과 백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지금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법을 개발해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도록 연구하고 있다"며 "예방요법의 효능을 평가하고, 효과적인 치료 지침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치료 지침과 진단기술 개발, 약제내성에 대한 기전 연구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림의대 화상연구소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도 못하지만 꼭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묵묵하게 운영되는 연구소가 있다. 한림의대가 운영하는 화상연구소가 그곳이다.

현대사회에서 화상 환자는 많지 않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관심도 줄었고, 화상을 치료하는 병원도 많지 않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베스티안병원, 푸른병원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런 상황에서 한림의대 화상연구소의 존재는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림의대 화상연구소는 기초연구부터 치료법 등 화상과 관련된 다양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화상연구소는 연구소 틀을 벗고 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와 임상을 연결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한강성심병원이 2006년부터 정부로부터 화상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을 받은 것이다.

적자 감수하고 지원해주는 경영진 없으면 힘들겠죠
 한림의대 화상연구소 이끄는 전욱 한강성심병원장

전욱 한강성심병원장
전욱 한강성심병원장

한림의대 화상연구소와 한강성심병원 화상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을 총괄하고 있는 사람은 전욱 병원장이다. 화상외과 전문의인 전 원장은 모두가 포기했던 중화상환자의 생명을 동종피부이식으로 구하면서 고되고 힘든 화상외과의 길로 접어든 의사다. 동종피부이식 연구로 시작한 전 원장은 인공피부개발, 줄기세포 치료 등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 화상연구와 치료는 대부분 의대가 꺼리는 분야다. 그럼에도 계속 이 분야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경영진의 지원 없이는 운영할 수 없다. 학교 이사장이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진료 행위를 유지하자고 한 입장을 고수한 덕분에 화상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화상은 사회적 질환이다. 주로 산업현장에서, 저소득층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치료 분야다. 따라서 이 분야가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 화상연구소는 어떻게 시작됐고, 인력 구성은? 

2008년 보건복지부가 연구과제를 모집했다. 그때 우리 대학이 '화상의 진행 단계별 문제 해결을 위한 치료기술 개발'을 주제로 제시한 연구과제가 채택됐고, 이후 2010년 병원특성화연구센터를 개소했고, 2013년 화상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 연구소가 수주한 연구비는 약 81억이다. 화상연구소에는 줄기세포와 지지체(스케폴드, scaffold) 등을 연구하는 박사급 연구원 2명이 있다. 또 기금연구원 8명과 임상교수, 다른 병원 교수 등도 연구소에서 함께 하고 있다. 

-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연구는 어떤 것이 있나? 

2017년에 세계 최초로 3D 세포프린팅기술를 활용해 손상된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간 블록(Hepatic block Scaffolds)'을 개발했다. 간 블록을 손상된 간에 이식하면 블록 안에 있던 인간지방조직 유래 줄기세포가 밖으로 방출돼 간 재생을 유도한다. 그동안 법률적 근거가 없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는데, 오는 8월 28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제제, 첨단바이오융합복합제제 등을 쓸 수 있게 됐다. 

화상연구소는 화상치료에 머물지 않고 줄기세포 치료제(3D spheroid 배양, 엑소좀) 연구, Fabricated stem cell block 및 주사제 이용, 맞춤형 인공진파와 인공피부개발을 하고 있다. 또 장기이식용 형질전환돼지를 이용해 이종진피와 인공진피 개발도 연구 중이다. 
이 외에도 흡수성 혈관스텐트와 인공혈관 등을 개발하고 있다. 화상연구소는 한림대의료원 융합연구소(가칭)로 이름을 바꾸고 더 큰 비상을 준비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 연세의대 열대의학연구소 

열대, 아열대 지역의 질환과 우리나라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주가 서로 얽혀있는 것처럼 말이다. 국제교류가 빈번해졌기 때문에 열대 질환이 국내로 언제든지 유입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COVID-19)도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병이다.

따라서 인류가 지구촌으로 엮이면서 열대성 질환이나 풍토병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열대의학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열대지방 특유의 질병 즉 풍토병을 알아내고 원인을 파악하는 학문이다. 연세의대 열대의학연구소는 열대, 아열대 지역의 특수 질환과 환경을 조사하고 연구한다.

또 국내에 유입되는 질환의 진단과 관리, 전문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학술교류 도모, 전문인재 양성도 열대의학연구소가 설립된 목적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이들의 독특한 호기심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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