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1월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지난 5월 미국 판매 시작을 알리며 국내 개발 신약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재확인시켰다. 하지만 코오롱 인보사 사태 및 기술수출한 한미약품의 당뇨병 신약에 대한 얀센과 사노피의 권리 반환 등으로 어두운 면도 노출되고 있다. 국내 개발 신약물질의 해외임상이 증가하는 가운데, 임상 3상 성과 및 성공조건에 대해 짚어봤다.-편집자 주-

2018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혁신형 제약기업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30개 제약기업이 64개 품목을 해외에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AML/다발성골수종/위암 적응증으로 미국에서 CWP291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SK바이오팜은 FDA 승인 및 미국 판매를 시작한 엑스코프리를 비롯한 기면증 치료를 위한 SKL-N05와 만성변비 및 과민성대장증후군 치료를 위한 YKP10811, 간질 및 영아연축 치료제 YKP509를 미국에서 임상시험 중이다.

 

노보메타파마는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한 바이오신약 NovDB2를, 대화제약은 유방암 개량신약 DHP107를 임상 중이다. 동화약품은 지역사회획득폐렴(CAP) 치료를 위한 DW-224a(자보란테)를 미국에서 진행했지만 현재 중단된 상태다. 동아ST는 폰탄, 간문맥고혈압, 전립선비대증 치료를 위한 DA-8159(자이데나)를, 파킨슨병과 과민성방광, 당뇨병, 당뇨병성 신경병증, 기능성소화불량을 치료하기 위해 DA-9805, DA-8010, DA-1241, DA-9801, DA-9701을 미국 및 유럽에서 각각 임상 진행 중이다.

부광약품은 제2형 당뇨병과 위암, 파킨슨병 치료를 위해 MLR-1023과 YN968D1, JM-010을, 종근당은 헌팅턴병과 자가면역질환 적응증으로 CKD-504와 CKD-506의 임상시험을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인성장 호르몬, T790mM-양성비소세포폐암, 유방암, 호중구감소증, 당뇨병 및 비만, 면역질환 등 10개 질환에 대해 포지오티닙 등 신약물질을 임상 및 글로벌제약사에 기술수출한 상황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아토피, C형간염, 안구건조증 적응증으로 HL009와 HL143(한페론), HL036에 대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는 혈액제제 IVIG-SN 5%와 10%에 대한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혈액제제 10%를 11월경 FDA에 허가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 외 메드팩토와 메디포스트, 메지온, 헬릭스미스(구 바이로메드), 브릿지바이오, 삼양바이오팜, 신라젠, 아이전, 안드로젠, 에스텍파마, 엔지켐생명과학, 제넥신, 지트리비앤티, 차바이오텍, 코오롱티슈진, 큐리언트, 파미셀, 현대약품, 휴온스 등도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임상 3상을 진행하거나 완료한 기업은 SK바이오팜을 비롯한 12개 업체, 19개 품목이 해당된다. 
 

기술력 인정받기 시작…성장 기반 다진다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FDA 허가 ‘국내 첫 결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 등은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은 지난 5월 독자 기술로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미국 판매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11월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FDA 품목허가를 받은 엑스코프리는 뇌전증 치료를 위한 새로운 옵션으로 기대를 받아왔다.

엑스코프리는 국내 제약사가 기술수출 없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미국 허가 승인까지 획득한 최초 신약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5월 열린 유럽신경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엑스코프리 관련 연구들이 잇따라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엑스코프리는 이중적 상호작용 약물기전을 가진 감마 아미노뷰트릭산(GABAA) 이온 채널의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제다.

엑스코프리는 앞서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타깃으로 한 C013과 C017 2개의 임상시험을 통해, 1~3개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했지만 부분 발작이 멈추지 않는 성인 환자에서 위약보다 발작 빈도를 유의미하게 낮춰 부가요법으로서의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또 엑스코프리는 임상 3상 C021을 통해 장기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연구결과가 국제뇌전증연맹(ILAE) 공식 저널인 Epilepsia에 실렸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엑스코프리를 복용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 14명에서 치료 반응률은 6개월 시점에 57%, 12개월 시점에 61.5%였다. 약물치료 6개월에 평가한 약물치료 유지율(retention rate)은 85.7%, 12개월 약물치료 유지율은 84.6%였다. 평균 추적관찰 기간 32개월 동안 환자 9명은 치료를 지속했으며, 78%는 50% 이상의 발작 빈도 감소율을 유지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이번 엑스코프리 성공과 관련해 "국내 제약사가 자력으로 FDA 승인 및 미국시장에 진출한 것에의미가 있다"며 "국내 제약업계 중 직접 미국에 진출한 사례가 없었다.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법인과 협업을 통해 임상계획과 시장진출 계획을 수립하는 등 기존에 없었던 것을 처음부터 만드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SK바이오팜은 미국 현지화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구하고, 글로벌 제약사에서 근무했던 현지 경력인력을 채용해 FDA와 소통, 글로벌 임상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신경 썼다"며 "그런 부분을 직접 진행하면서 노하우를 체득하고 내재화해 SK바이오팜만의 글로벌 임상 시스템과 미국 진출 시스템을 만들어 갔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레이저티닙 글로벌 임상 3상 승인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

후보물질 개발부터 판매허가까지 자력 결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

단독요법 글로벌 임상 3상 

국내 조건부 허가 신청 기대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와 함께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국산 신약물질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이다. 레이저티닙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 또는 EGFR T790M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 목적으로 개발 중인 표적치료제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바이오벤처 기업 오스코텍으로부터 15억원에 레이저티닙 기술을 이전받았으며, 2018년 11월 얀센에 1조 4000억원에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레이저티닙은 지난해 10월 란셋 온콜로지에 공개한 임상 1/2상 시험 결과에서 우수한 폐암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했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다른 EGFR TKI 투여 후 T790M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은 모든 환자에서 57%였으며, 이 중 120mg 이상 용량을 투여한 환자에서는 60%까지 높아졌다.

지난 5월에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에서는 폐암 치료효과, 뇌전이 치료효과 및 레이저티닙 투여 후 저항성 기전에 대한 임상유전학 연구결과 등 총 3건의 포스터를 발표했다. 레이저티닙 치료 시작 전 뇌전이가 발견된 비소세포폐암 환자 64명을 대상으로 레이저티닙 20~320mg을 투여한 하위그룹을 분석한 결과, 독립적 판독에서 두개강내 질병조절률(IDCR)은 90.6%로 나타났다. 추적기간 중앙값이 10.9개월이었음에도 두개강내 무진행생존기간은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이 중 240mg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16.4개월로 나타났다. 

이번 하위그룹 분석 결과는 레이저티닙이 뇌전이를 동반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도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나타낸다는 결과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240mg 용량에서 우수한 항종양 효과와 안전성 결과를 보였는데, 지난해 ASCO에서 240mg의 결과로 발표한 객관적반응률 50%보다 개선된 것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1월 레이저티닙의 폐암치료제 단독요법 가능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임상 3상 계획을 신규 등록했다. 이르면 하반기에 레이저티닙의 국내 조건부 허가 신청 가능성도 점쳐진다.
 

쓴맛 봐도 좌절은 없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 

임상 2상 결과, 1차 평가변수 목표 도달 실패 

환자 68.7%서 DCR 나타나 긍정적 결과도 

남은 6개 코호트 임상에 집중 예정

유한양행 관계자는 "레이저티닙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라며 “단독요법에 대한 임상 3상이다. 얀센은 병용요법에 대한 1상 임상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 3상은 1~2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2년 뒤 임상 3상 국내 조건부 허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임상은 올해 초부터 7개국에서 시작됐지만 현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임상환자 모집이 어려워 연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해외임상을 진행하는 과정에 투입되는 재원에 대해 정부에서 세제 혜택을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정부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녹십자 아이글로불린-에스엔 美 진출 ‘재도전’

녹십자는 오는 11월경 임상 3상이 끝난 혈액제제 아이글로불린-에스엔(IVIG-SN) 10%에 대해 FDA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IVIG-SN은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녹십자의 간판 혈액분획제제로서, 5%와 10% 농도 2가지가 있다. 녹십자는 IVIG-SN 5%의 미국 시장진출을 타진했으나 실패를 맛봤다. 2015년 FDA에 IVIG-SN 5%의 허가를 신청했지만 2016년 11월 FDA로부터 제조공정 관련 자료의 보완을 지적받았다. 녹십자는 2017년 9월 또다시 제조공정 자료가 추가 보완을 지적받으면서 IVIG-SN 5%의 허가가 지연됐다.

녹십자는 IVIG-SN 5% 제품의 허가가 지연돼 시장성이 높은 10%를 먼저 미국 시장에 출시한 후, 5%의 시장진출을 검토할 계획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IVIG-SN 5%와 10%에 대한 임상시험은 모두 끝났다”며 “오는 11월 말경 FDA에 10%를 바이오의약품 품목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5%는 10% 허가 이후 허가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FDA 리뷰가 보통 1년 정도 걸린다”며 “10%에 대해 11월 말 신청하면 내년 말쯤 결과가 나올 것이다. 5%는 그 이후에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