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혈액관리(PBM)는 의료진이 아닌 환자를 위한 것
PBM 정착하려면 고용량 철분제 등 급여화 절실
급여 선결된 후 적정성 평가 이뤄져야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박종훈 회장(고려대학 안암병원장)은 환자혈액관리는 당위성을 넘어 이제는 병원 전체가 실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이제는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PBM)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넘어 병원 전체가 환자를 위해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박종훈 회장(고려대 안암병원장)은 환자혈액관리를 시대정신으로 규정하고, 의사 개인을 넘어 병원 차원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회장은 환자혈액관리가 정착하려면 혈액관리법 시행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혈적정성평가가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면서도, 무엇보다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환자혈액관리의 의미와 중요성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환자혈액관리에 대한 중요한 임상적 의미는 아직 의대교육과정과 수련과정에 없다"며 "진단검사의학 교과과정에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진료행위를 하는 임상 진료과에서는 환자혈액관리에 대해 가르치고 있지 않다. 앞으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의대교육과정과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지도전문의와 교수들이 제자들에게 환자혈액관리를 가르쳐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전문의들과 임상 교수들부터 환자혈액관리에 대해 알고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의대생 교육보다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더 강조돼야 하며, 각 진료과 및 병원 차원에서 신입 전공의들에게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내·외과 등 모든 진료과가 적극 참여해야”

환자혈액관리학회는 각 전문진료분야에서 환자혈액관리에 관심 높은 의료진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환자혈액관리학회는 전문학회들이 PBM에 대해 관심이 있을 때, 그들이 PBM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혈액관리학회는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혈액수급 불안정 및 팬데믹 상황에서의 PBM의 중요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최근 온라인 강의 세미나인 웨비나를 개최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웨비나에 대해 의외로 접속자 수가 많아 긍정적이었지만, 접속자들의 면면은 진단검사 및 정형외과로 편중돼 있었다고 평가하며 "진단검사 및 정형외과만으로는 환자혈액관리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다"며 "내과 및 외과, 마취과 등 모든 진료과가 관심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BM은 선택 아닌 필수”

수혈관리위원회와 수혈관리실을 설치·운영, 혈액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두도록 한 혈액관리법 시행과 함께 수혈적정성평가가 예정된 상황에서 그는 “환자혈액관리는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라며 “병원의 최고경영진이 리더십을 가지고 환자혈액관리를 각 병원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혈액관리는 혈액부족 해소 및 환자의 치료성적 향상, 비용 절감 등 순기능에 대한 객관적 논문자료 및 근거가 충분하다는 박 회장은 "의료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를 위한 것"이라며 "환자혈액관리는 이제 당위성을 넘어 실천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혈액관리 안착을 위한 의료진의 관심 및 노력과 함께 수혈 최소치료에 필요한 고용량 정맥 철분제 및 치료재료들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적정 및 최소수혈을 위해서는 현재 대안이 될 수 있는 비급여 약제 및 기기에 대한 급여 전환이 시급하다"며 "심평원이 수혈적정성 평가를 진행하는데 평가를 받기 위한 모든 것이 비급여로 돼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급하게 급여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수혈 최소화에 도움이 되는 고용량 정맥 철분제와 일부 기자재"라며 "보험급여가 선결된 이후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순리적으로 맞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제공되는 혈액 한 팩의 가격은 5만 5000원이지만, 외국에서는 한 팩당 1200달러~1500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혈액제제가 매우 저렴해 의료진이 수혈을 저렴한 약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8년간 환자혈액관리에 관심이 있는 의료진이나 학회를 대상으로 환자혈액관리의 필요성과 도입 방법 등을 강연해 왔던 그는 "지난 7~8년 사이 국내에서 환자혈액관리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향상됐다"며 "앞으로는 환자혈액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조직 변화를 시도하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안암병원의 노하우를 전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 환자혈액관리 수준은 미국, 호주 및 유럽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지만, 아시아에서는 제일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선진화된 환자혈액관리를 시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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