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학술이사(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중요한 대규모 연구·라이브 Q&A가 없어 아쉬워…플랫폼에는 높은 평가
VERTIS-CV, 에르투글리플로진 '사망' 위험 유의하게 낮추지 못한 결과 주목해야
9월 예정된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 '온라인' 개최 확정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학술이사(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학술이사(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당뇨병학회(ADA)가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연례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지난 12~1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80회 ADA 연례학술대회에서는 200여 개 세션에서 약 800개 강연이 진행됐다. 등록자는 1만 2500여 명에 이른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학술대회를 개최한 대한당뇨병학회는 이번 ADA 연례학술대회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학술이사(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를 만나 ADA 연례학술대회 총평과 이슈가 된 주요 연구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연 영상 '전달'에 그쳐…대규모 연구 부족해 아쉬워

원 학술이사는 이번 ADA 연례학술대회에 대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고 평했다. 주요 강연은 녹화 영상을 '전달'하는 데 그쳤고 주목해야 할 대규모 연구도 부족했다는 이유다. 

그는 "온라인으로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와 달리 ADA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라이브 Q&A가 없었다"며 "좌장과 연자들이 토론한 녹화 영상만 보여줘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연례학술대회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경돼 열리면서 학술 프로그램에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대규모 연구 발표가 없었다"며 "온라인 학술대회의 한계가 있어, 많은 연구를 리뷰하고 나열하는 정도에 그친 것 같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연구가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전문가 그룹의 토론(Professional Interest Group Discussion) 세션이 진행됐고 학술대회 종료 후에도 강연을 90일 동안 자유롭게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은 높게 평가했다. 

또 학술대회가 열리는 동안 홈페이지 메인에 'ADA TV' 영상을 올려 강연 당일 중요한 이슈를 정리했으며, 강연을 보는 이들이 영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해 플랫폼 측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줬다.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학술이사(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학술이사.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실망스러운 VERTIS-CV…'심부전 입원' 결과보다 '사망 위험' 중요

올해 ADA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 중 하나가 에르투글리플로진(제품명 스테글라트로)의 심혈관계 영향 연구(CVOT)인 'VERTIS-CV'다(관련기사: 계열효과 기대했지만 본전 못 찾은 '스테글라트로').

이 연구에서 에르투글리플로진은 1차 목표인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지 못했다. 그러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은 30% 낮춰 심부전 개선 효과가 있다고 분석됐다.

하지만 원 학술이사의 생각은 다르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낮췄지만, 2차 목표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이었고 이에 대한 위험을 의미 있게 낮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기준은 의료진 또는 병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주관적인 결과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30% 낮췄지만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에 대해서는 유의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데, 이 연구에서는 사망률을 간과한 것 같다.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인공췌장 'AHCL' 주목해야 

원 학술이사는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새로운 인공췌장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복합 폐쇄회로 제어(Advanced Hybrid Closed-Loop, AHCL) 시스템'도 중요한 화두로 꼽았다. ADA 연례학술대회에서는 AHCL에 대한 네 가지 임상연구가 발표됐다(관련기사: 제1형 당뇨병 환자 위한 '차세대' 인공췌장 등장).

그는 "인공췌장인 AHCL은 연속혈당측정(CGM) 시스템과 인슐린 펌프가 연결돼 혈당에 따라 자동으로 인슐린을 투약하도록 만들어졌다. 자동으로 인슐린 주입해 혈당을 조절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외국 전문가에 따르면, 5년 이내에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혈당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 가지 임상연구가 발표됐으니 앞으로 AHCL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혈당 조절을 위해 인슐린만 투약해야 할지 또는 글루카곤도 함께 주입해야 할지에 대한 토론 세션도 전문가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젊은 당뇨병 환자 왜 혈당 관리 안 되나?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학술이사.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학술이사.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과거와 비교해 당뇨병 관리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SEARCH 연구에 대해서는 환자들이 당뇨병에 대한 이해(insight)가 부족해 이 같은 문제가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관련기사: 당뇨병 관리 기술 발전했지만…혈당조절은 '제자리').

그는 "젊은 당뇨병 환자일수록 왜 혈당을 조절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환자가 당뇨병에 대해 알고 있어야 혈당 조절이 잘 된다"며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당뇨병 환아를 대상으로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더 많이 진행해 당뇨병 환아들이 당뇨병이 어떤 질환인지 알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초기에 혈당을 엄격하게 조절하면 유산효과(legacy effects)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젊은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의 중요성에 무게를 뒀다.

9월 ICDM, '온라인+오프라인'에서 '100% 온라인' 개최로 변경

한편 대한당뇨병학회는 9월 17~19일 열리는 국제학술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Diabetes and Metabolism, ICDM)를 100% 온라인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대한당뇨병학회 윤건호 이사장(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지난 5월 춘계학술대회 종료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면 ICDM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병행해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윤건호 이사장 "코로나19 사태 속 온라인 학술대회 개최 불가피"). 

그러나 코로나19 2차 대유행 상황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기보다는, 지금부터 온라인 학술대회로 준비해야 ICDM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데 학회 의견이 모인 것이다. 

그는 "온라인으로 열리는 ICDM은 강연의 경우 녹화해 송출하지만 토론은 실시간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게 ADA 연례학술대회와 가장 큰 차이"라며 "연수평점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술대회가 열리는 시간에 강의를 들어야 한다. 다만 학술대회 종료 후 연자가 동의하면 주요 강연을 대한당뇨병학회 유튜브에 올려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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