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경영상황 최악
요양급여비용 선지급, 임상현장에서는 무용지물
4대보험비 깎아주고, 세금 유예 요구
진찰료 수가 인상, 육아 상담료, 소청과 전문의 인센티브 요구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인한 소아청소년과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다른 진료과들도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었지만 소아청소년과는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많은 소아청소년과가 인건비와 임대로 등을 충당하기 위해 직원을 줄이거나, 원장들이 은

행에서 대출을 받아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진료과도 어렵지만 소아청소년과가 더 휘청이는 것은 오래된 문제가 이번 위기로 수면 위로 올아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본지에서는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의 현재 상황과 이를 풀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2회에 걸쳐 보도한다.  

① 인공호흡이 필요한 소아청소년과 현황 
② 소아청소년과 회생하려면 필요한 것은?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소아청소년과 등 병원이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요양급여비용 선지급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 제도는 진료 전 일정 수준의 급여비를 우선 지급받은 뒤 진료 후 발생한 급여비와 차액을 사후에 정산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 선지급 제도는 의료기관에 무용지물이라는 의견이 많다. 소아청소년과에도 인기가 없는 건 마찬가지다.

한 소청과 원장은 "돈이 급한 급한 병의원이 많아 선지급이 중요하겠지만, 결국은 갚아야 하는 돈이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장도 선지급은 아무 의미 없다고 잘라말했다. 줘야 할 돈을 미리 당겨준다고 요란하게 광고하지만 원래대로 줘야할 것을 그동안 늦게 줬던 것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결국 정부가 생색을 내며 선지급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정작 소청과 개원의들에겐 있으나마나한 제도가 되고 말았다.

4대 보험비 감면, 종합소득세 감면이나 유예라도 

경영 위기에 처한 소청과가 부활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소청과 의사들은 단기와 장기대책으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기대책이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4대보험비 감면과 종합소득세 감면, 유예 등이다.

A 원장은 "환자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로 직원들 인건비를 감당하는 게 너무 힘들다. 정부가 4대보험비 감면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 원장은 "7~8월에 종합소득세가 걱정이다. 이를 유예하거나 분할해 낼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C 원장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수입을 기반으로 11월 소득세예납은 한시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세금 감면 비율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D 원장은 "모든 진료과에 동일하게 감면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올해 2~5월 진료비와 전년도 진료비를 비교해 30% 미만 감소했으면 10%. 30% 이상~50% 미만이면 30%, 50% 이상 감소한 진료과는 50% 세금 감면을 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진찰료 인상 필요

소청과 위기는 코로나19로 가속화됐을 뿐이지, 갑작스럽게 나타난 문제는 아니다.

저출산 문제로 소청과 위기는 오래 전부터 예고됐던 문제다. 정부도 이렇다 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코로나19에 처하게 된 것이다. 

소청과 의사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찰료 인상, 육아상담료 신설, 소청과 전문의 인센티브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진찰료 인상과 관련,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정부가 소청과 진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 회장은 "우리나라는 행위별 수가제다. 의사가 행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수가를 더 받는다"며 "그런데 소청과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이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진료해도 진료비를 더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청과 특성에 맞는 진료비를 인상해야 한다"며 "오랫동안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기본 진찰료에 포함돼 있다는 답만 하고 있다. 너무 힘들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진찰료를 아이의 신체 부위, 소아정신, 신경발달, 영양, 육아상담 등 세부적으로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소청과 전문의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방배동에 있는 GF소아과 김우성 원장은 "영유아 검진과 예방접종 시 타 진료과에 비해 전문적인 지식과 육아상담이 이뤄진다"며 "소청과 전문의에 대한 인센티브 책정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육아상담료 신설 절실

육아 상담료 수가 신설도 소청과 의사들이 희망하는 사항이다. 

서울 사당동의 하정훈소아청소년과 하정훈 원장은 일반인도 육아에 대해 상담해주고 돈을 받은데, 전문가인 소청과 의사가 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하 원장은 정부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하는 행위에서 육아라는 개념을 빼고 치료라는 생각만 하고 있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GF소아청소년과에서 이유식 관련 육아 상담을 위해 벽에 설치한 교육 자료 모습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하 원장은 "정부가 아이를 키우는 육아에는 관심이 없으면서,저출산이 사회적 문제이니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말한다"며 "엄마들은 육아에 대해 정작 물어볼 곳이 없다. 그래서 병원에 와 의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 그런데 의사는 수가도 낮아 환자를 많이 봐야 하는데 언제 엄마의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하 원장은 소청과의 위기는 소청과 의사의 위기가 아니라 아이들의 위기라고 말했다. 병원 운영이 어려운 소청과 의사들은 다른 진료과를 하면 되지만, 소청과가 사라지면 아이들이 진료받을 병원이 없어진다는 뜻이었다. 

임 회장도 육아 상담료 신설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감기로 병원에 오는 엄마들은 아이의 영양상태, 피부문제 등 수십가지가 넘는 질문을 한다. 진료비만 받는 의사들이 이 모든 걸 커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육아상담료를 신설해 육아상담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 회장은 이대로 가면 전공의 지원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 우려했다. 올해도 전공의 지원이 감소했는데, 소청과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전공의 지원이 줄 것이란 걱정이다.  

소청과 의사들은 정부가 소청과에 맞는 특성화된 정책을 내놓길 기대하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진찰료 인상이나 육아상담료 신설 등은 소청과의사회가 오랫동안 정부를 대상으로 데이터도 제출하고, 읍소도 했지만 돌아온 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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