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방식·금액기준 확정…1개 대회당 부스 및 광고 최대 60개에 건당 200만원 한정
의협 정관 명시 산하단체와 의학회 산하단체만 대상…병원계 학술대회는 해당 없어
병협 정영호 회장, 강력 대응 예고해 의·병 갈등 불가피…제약계는 환영 입장 보여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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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낙동강 오리알'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방식과 금액기준 등이 확정된 가운데 병원계가 예상치 못한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다.

1개 대회당 부스 및 광고를 최대 60개까지만 허용하고 건당 금액을 200만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까지는 문제가 없으나, 지원 대상에서 병원계가 철저히 배제됐기 때문이다.

관련 소식을 접한 병원계 관계자들은 터무니없는 기준이라며 논의 과정에 참여한 대한의사협회를 비판했고 특히,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강력 대응을 예고해 의·병 간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광고·부스 동시 지원 가능…1개 학술대회에 최대 40개 업체까지 허용

앞서 보건복지부는 오프라인 학술대회에서 하던 적법한 수준의 지원을 온라인 학술대회에 적용하면 리베이트와 무관하다는 입장(관련기사: 리베이트와 무관…온라인 학술대회 지원 및 광고 모두 OK)을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학술대회 개최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시급한 상황임을 고려해 한시적이긴 하나 제약·의료기기업체의 부스 참여와 광고를 온라인 학술대회에도 사실상 허용한 것이다.

단, 복지부는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 가능여부만 판단할 뿐, 적정 지원기준 및 금액 등에 대해서는 개입할 일이 아니라며 합의의 몫을 전적으로 의료계와 산업계로 넘겼다.

이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3개 협회는 의협, 의학회화의 협의를 통해 '온라인 학술대회 광고 및 부스 운영방안'을 내놨다.

우선, 불공정하거나 무분별한 지원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 광고와 온라인 부스 지원 금액은 형태와 관계없이 각 최대 200만원(세금 제외)까지 지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하나의 학술대회에 하나의 업체가 온라인 광고와 부스를 각각 최대 1개씩 지원할 수 있는데, 온라인 광고나 부스 중 어느 하나만 2개를 지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한 학술대회당 최대 40개의 업체가 온라인 광고 및 부스 운영을 지원할 수 있으나, 형태와 관계없이 총합 60개를 초과할 수 없다.

즉, 한 학술대회에서 최대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1억 2000만원(200만원×60개)이 되는 셈이다.

온라인 광고란 동영상 광고, 배너 광고 등 형식과 무관하게 학술대회 주최자가 학술대회 운영을 위해 제공하는 플랫폼에 전자적인 형태로 광고를 게시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학술대회를 오프라인으로 개최하며 지원을 받으면 온라인 광고 및 부스 지원은 추가로 받을 수 없다.
 

의협 정관 명시 산하단체와 의학회 산하단체 한정…논란의 불씨

문제는 이번 운영방안의 지원 대상에 병원계가 개최하는 학술대회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원 대상을 살펴보면 '의협 정관에 명시된 산하단체' 또는 '의학회 회원학회가 개최하는 정기 학술대회'와 '의료법 제28조 제1항에 따른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 또는 '약사법 제11조 및 제12조에 따른 대한약사회·대한한약사회로부터 승인·인정받은 학술대회'만이다.

즉, '의료기관'이나 개별 학회의 정관에 명시된 '산하단체' 또는 의학회 회원학회의 '지회'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

이는 공정 경쟁의 질서 하에서 각종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널리 알리고 확대·보급한다는 공정경쟁규약 제17조의 정신을 지속적으로 준수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의협 산하의 시·도의사회, 구의사회는 지원이 가능하나, 병협의 경우 직능단체인 대한중소병원협회, 대한요양병원협회, 대한전문병원협의회는커녕 시·도병원회, 대한의료법인연합회,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대한재활병원협회 등도 모두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아울러 개별 대학병원 등에서 열리는 연수강좌도 마찬가지로 제외 대상이다.

영남대병원 신경철 교수가 지난달 8~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Experience with severe COVID-19 patients - the risk of diabetes on clinical outcomes in patients with COVID-19'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 대한당뇨병학회 온라인 춘계학술대회 강의 캡쳐)
영남대병원 신경철 교수가 지난달 8~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Experience with severe COVID-19 patients - the risk of diabetes on clinical outcomes in patients with COVID-19'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 대한당뇨병학회 온라인 춘계학술대회 강의 캡쳐)

이와 관련 의협 이우용 학술이사는 병협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우용 이사는 "의협이 단독적으로 결정한 사안은 아니고 의학회와 공동으로 논의했다"며 "부스 지원대상이 공식적으로 등록된 학술단체로 제한한 것이기 때문에 병협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략 의협 정관상 산하단체 학회가 200여개, 의학회 회원학회 학술대회가 250개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개별 의료기관이나 개별학회의 산하단체, 의학회 회원학회 지회들은 승인여부와 관계없이 지원대상에서 빠진다"고 부연했다.

반면, 병원계는 이 같은 운영방안에 발끈하는 양상이다.

대학병원이나 병협 차원에서도 의학발전을 위한 학술대회를 많이 개최하는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병협 정영호 회장은 전문기자협의회를 통해 "도대체 누가 결정한 것인지 말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된다"며 "코로나19로 한시적일지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최에 병협 관련 단체와 대학병원 등이 빠진 이유에 대해 세부적으로 파악한 후 강력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병원회 고도일 회장은 "의협 산하 개원의 학술대회보다 대학병원 개원의 연수강좌 수준이 더 높은데 지원이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한 상태다. 
 

제약계는 화색…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아직 의문

의료계가 갈등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제약계는 이번 방안을 두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 허용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만큼 다가올 학술대회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병원약사회 관계자는 "온라인 학술대회 부스와 광고 허용에 환영의 입장을 표하고 온라인 특성상 초기 구성을 잘 해야 할 것 같다"며 "구체적인 액수나 세부 사항은 지침에 맞춰 철저히 준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도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제약사에 제품 홍보의 장을 열어준 것은 바람직하다"며 "11월 학술대회부터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연수교육은 각 지부에서 결정하는 대로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입장에 놓인 제약사들은 온라인 부스와 광고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부호가 있는 듯하다.

한 국내 제약계 관계자는 "국내사의 경우 온라인 자료를 만들 때 아무래도 제네릭이기 때문에 콘텐츠가 없으면 다국적사와 차이가 커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의사들이 과연 온라인 부스와 광고를 얼마나 클릭할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부스가 오프라인 부스와 유사한 효과를 내려면 온라인 부스에서도 제품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찾아야 한다"며 "앞으로 온라인이 대세니까 이번 기회에 국내사들이 노력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다국적 제약계 관계자는 "온라인은 클릭해야만 볼 수 있는 구조여서 온라인 학술대회 참여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클릭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며 "부스 방문횟수와 머무른 시간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니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잘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 기준의 적용시점 및 방법은 각 협회 규약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이 있는 날 이후부터 오는 2021년 6월 말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운영되고 이번 방안이 마련되기 전에 규약심의위원회로부터 승인받은 오프라인 부스 지원 건의 경우, 해당 학술대회의 개최·운영 방식이 온라인으로 변경되더라도 기존 승인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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