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 2020] VERTIS-CV 결과, MACE 발생 위험은 위약 대비 비열등…심혈관 '안전성'만 확인
주요 2차 종료점 평가에서 우월성 입증 실패…심부전 입원 위험은 에르투글리플로진군이 낮아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20) 홈페이지 캡쳐.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20) 홈페이지 캡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혈관질환 2차 예방 효과를 보고한 SGLT-2 억제제처럼 계열 효과(class effects)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에르투글리플로진(제품명 스테글라트로)'이 씁쓸한 성적표를 받았다.

SGLT-2 억제제 에르투글리플로진의 심혈관계 영향 연구(CVOT)인 VERTIS-CV 연구 결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기왕력이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에르투글리플로진을 복용해도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이 유의하게 낮아지지 않았다. 

ASCVD 기왕력이 있는 환자가 99% 이상이었던 이번 연구에서 심혈관 안전성 확인에 그친 것이다. 게다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제외한 주요 2차 종료점 평가에서도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연구 결과는 12~16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제80회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20)에서 16일 공개됐다.

ASCVD 기왕력 있는 환자 모집해 MACE 비열등성 평가

다국가 임상 3상 무작위 연구인 VERTIS-CV 연구는 2013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진행됐다. 미국, 캐나다, 영국, 한국, 필리핀 등 34개국에서 40세 이상이고 ASCVD 기왕력이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 8246명이 모집됐다. 

▲에르투글리플로진(제품명 스테글라트로)의 CVOT인 VERTIS-CV 연구가 진행된 국가. (사진=ADA 2020 온라인 학술대회 영상 캡쳐)
▲에르투글리플로진(제품명 스테글라트로)의 CVOT인 VERTIS-CV 연구가 진행된 국가. (사진=ADA 2020 온라인 학술대회 영상 캡쳐)

엠파글리플로진의 EMPA-REG OUTCOME 연구처럼 이번 연구에 모집된 전체 대상군의 99% 이상은 ASCVD 기왕력이 있었다. 심부전 과거력이 있는 환자는 23.7%를 차지했는데, 이는 다른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의 CVOT와 비교해 2배가량 많은 수치다. 

전체 환자군은 에르투글리플로진 15mg(2747명) 또는 5mg(2752명) 복용군(에르투글리플로진군), 위약군(2747명)에 무작위 분류됐다.

1차 종료점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을 포함한 MACE 첫 발생으로 비열등성 평가에 무게를 뒀다. 1차 종료점 위험비의 비열등성 한계(non-inferiority margin)는 1.3이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연구 시작 후 EMPA-REG OUTCOME 결과가 발표되면서 2016년 3월에 연구 프로토콜을 개정했고 유효성 평가에 심혈관/신장 예후에 대한 우월성 평가를 추가했다. 

2차 종료점으로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신장 예후(신장사, 투석/이식,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 2배 증가) 등에 대한 우월성을 분석했다.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3.5년이었고 최대 6.1년까지 진행됐다. 

MACE 발생률, 에르투글리플로진군·위약군 11.9%로 동일

최종 결과, MACE 발생률은 에르투글리플로진군 11.9%(653명), 위약군 11.9%(327명)로 같았다. 에르투글리플로진군의 MACE 발생 위험은 위약군보다 낮지 않았고 연구에서 설정한 비열등성을 충족했다(HR 0.97; P<0.001 for non-inferiority). 이 같은 결과는 에르투글리플로진 치료 용량에 따라서 다르지 않았다.

에르투글리플로진군은 2차 종료점인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위험도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았다.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발생률은 에르투글리플로진군 8.1%, 위약군 9.1%였다. 위험도는 12% 낮아지는 경향성만 보이고 우월성 평가에서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HR 0.88; P=0.11 for superiority).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에르투글리플로진군 6.2%, 위약군 6.7%로, 이 역시 치료에 따른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HR 0.92; P=0.39).

단 에르투글리플로진으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낮아지는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위약군 대비 에르투글리플로진군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30% 낮아진 것(2.5% vs 3.6%; HR 0.70; P=0.006).

신장 예후 발생률은 에르투글리플로진군 3.2%, 위약군 3.9%로 두 군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HR 0.81; P=0.08).

에르투글리플로진군 절단 발생률, 위약군과 차이 없어

에르투글리플로진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다른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이 보고한 결과와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상반응이 1가지 이상 발생한 환자는 위약군 85.6%, 에르투글리플로진 5mg군 85.8%, 15mg군 84.6%였다. 심각한 이상반응을 보고한 이들은 각각 36.1%, 34.9%, 34.1%로 치료군 간 비슷했다.

이상반응에 따른 발생률을 살펴보면, 요로감염은 위약군 10.2%, 에르투글리플로진 5mg군 12.2%, 15mg군 12.0%로, 에르투글리플로진군의 발생률이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P<0.05). 

SGLT-2 억제제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고 알려진 절단(amputation) 발생률은 치료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100환자-년(patient-years)당 절단 발생률은 위약군 0.5명, 에르투글리플로진군 0.6명으로 단 0.1명 차이에 불과했다(95% CI -0.1~0.3).

종합하면 에르투글리플로진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다른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에서 보고된 결과와 일치하며, 안전하고 내약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종합적인 혜택 패턴은 다른 SGLT-2 억제제와 일치"

연구팀은 에르투글리플로진이 더 유의한 심혈관질환 예방 혜택이 있을 것으로 가정했으나 종합적인 혜택 패턴은 다른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에서 확인한 결과와 일치했다고 정리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Christopher Cannon 교수는 "ASCVD 기왕력이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2차 예방 치료제와 에르투글리플로진을 병용할 경우 MACE 발생 위험은 위약 대비 비열등했다"며 "에르투글리플로진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과 신장 예후 종료점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SGLT-2 억제제의 대규모 연구에서 확인한 결과와 비슷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과는 ASCVD, 심부전, 만성 콩팥병 기왕력이 있는 당뇨병 환자라면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고 제시한 최근 가이드라인을 지지한다"면서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는 SGLT-2 억제제 치료가 적절한지 의료진과 상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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