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강성웅 교수
"미국의 70대 은사도 호흡재활 후계자를 못구할 정도로 힘든 진료과"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호흡재활. 이 익숙하지 않은 이 치료법에 마음을 빼앗겨 10년 이상을 천착해온 의사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강성웅 소장(재활의학과)이다.

호흡재활이란 교육, 기구 등을 이용해 호흡질환 증상을 완화시키고, 호흡장애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치료법이다.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호흡재활에 대해 천착하고 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강성웅 교수ⓒ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호흡재활에 천착하고 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강성웅 교수ⓒ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강 교수가 호흡재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은사인 문재호 교수의 활동을 지켜보면서다. 1985년 국내 최초로 근육병재활클리닉을 개설한 문 교수는 국내 호흡재활을 시작한 주인공이다.

당시 문 교수는 근육병 환자를 대상으로 호흡재활 치료를 시작했고, 그 움직임이 현재의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가 된 것이다.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상황은 좋지 못했다. 호흡재활에 대해 의사들조차 알지 못했고, 주변 여건도 열악했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이 척박했기 때문에 그는 1989년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당시 미국에 연수를 갔을 때 깜짝 놀란 이유는?
환자들의 삶의 질이 너무 달라서였다. 근육병 등을 앓는 국내 환자들은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했기에 병원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미국의 환자들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면서도 일상생활은 물론 심지어 학교도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 호흡재활센터를 만들기까지 녹록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돌아와 강남세브란스병원에 호흡재활센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자금, 인력, 시스템 등 모든 과정이 험난했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사회공헌을 위해 발족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우리 센터를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센터도 깃발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지금도 센터를 후원하고 있다. 

-2018년 호흡재활센터가 10년을 맞았다.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본다면? 
호흡재활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상황에서 호흡재활, 심장재활 등을 실시했을 때 환자에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증명해 정부로부터 수가를 책정받았다. 정부가 수가를 책정하면 병원은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병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경제적 지원이 시작되고, 환자들의 삶의 질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강성웅 교수ⓒ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강성웅 교수ⓒ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호흡재활을 두 분류로 구분해 이해해야 한다는 뜻은?  
우선 만성호흡기질환 등 호흡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기침을 하도록 하는 등의 교육이나 운동을 교육시켜 호흡기 감염이나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호흡재활이다. 또 하나는 근육병 등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태어날 때부터 인공호흡기 등을 사용하고, 호흡재활이 꼭 필요한 환자들이다. 

-호흡기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점은?
우리 병원의 호흡기재활센터는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센터다. 정부가 만든 수가로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다. 센터를 운영하려면 호흡재활을 하는 재활의학과 교수뿐만 아니라 물리치료사, 방문간호사, 심리치료사, 사회사업사 등 여러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센터에서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 병원 경영진은 당연히 많은 인력까지 투여하지 않는다. 결국 역사가 오래된 우리 센터도 운영의 대부분을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센터에서 해외에 있는 의사들에게 호흡재활 교육을 하는 까닭은?
우리나라도 그랬듯 동남아시아 국가도 호흡재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관심 있는 의사를 대상으로 국제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1년에 2명씩 무료로 초빙해 교육했는데, 점차 지원자들이 증가해 지금은 연간 6명의 의사가 무료 교육을 받고 있다. 미국이나 대만 등에서도 교육을 받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센터에서 현지 방문교육과 국제포럼, 집중교육코스 등도 진행하고 있다. 

-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재활의학과는 그야말로 뜨는 진료과가 됐다. 그럼에도 호흡재활에 관심을 갖는 의사들이 많지 않은 이유는?
요즘 젊은의사들은 피부과, 성형외과 등 쉽고 수익이 높은 곳으 선호한다. 그런데 호흡재활 대상인 환자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이 많다. 당연히 지원하는 의사가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호흡재활 자체가 너무 힘들고, 대학에 TO도 없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듯하다. 미국에 있는 70대의 나의 은사도 아직 후계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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