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아주의대, 국가 혈액수급감시 개선 방안 연구…적십자사와 독립된 전산체계 제안
총적혈구제제 혈액재고비·혈액부족일수 등 새 지표 필요…의료기관 전수감시 방안도 제안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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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혈액의 공급과 사용 양측에 대한 온전한 수급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혈액사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한 가운데, 새롭고 독립적인 혈액수급관리시스템(Blood Inventory Monitoring System, BMS) 도입에 최소 3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약 8억 6000만원의 연간 유지비용이 투입되고, 시스템 개발에 대략 6개월~1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혈액안전감시과와 아주대병원 임영애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최근 '국가 혈액수급감시 체계 개선 방안 연구'를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혈액수급감시 체계의 효율적인 개선을 위해 현행 혈액수급감시 체계 및 지표에 대해 전면 검토하고자 시행됐다.

안정적인 혈액수급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급혈액원의 혈액공급량 및 재고량, 의료기관의 혈액사용량 및 재고량 등 국내 혈액수급 전체 정보를 종합해 신속·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내 공급혈액원의 경우 대한적십자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혈액정보관리시스템(Blood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BIMS)과 혈액정보공유시스템(Blood Information Sharing System, BISS)을 통해 의료기관으로 공급되는 혈액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질본에서 2008년부터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 BMS를 통해 2019년 12월 기준 212개 표본 의료기관의 혈액사용 정보를 파악하고 있으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일부 표본 의료기관의 혈액수급 현황을 후향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역할에 국한돼 있고 수혈을 시행하는 약 2500개 이상 기관의 정보를 모두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적십자사 BISS에서 현 BMS 전산체계 독립하려면 30억원+연 8억

현재 BMS는 독립적인 전산 운영체계가 아닌 대한적십자사의 BISS 내에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혈액수급관리에 있어서 일부 기능의 제약을 받고 있으므로 효율적이고 독립된 새로운 전산체계의 도입을 고려했다.

이 경우, 최소 약 30억원의 도입비용과 약 8억 6000만원의 유비지용이 소요될 수 있으며, 시스템 개발에 따라 다르나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BMS를 통한 의료기관의 출고자료 등록은 전날자료를 다음날 하루에 한번 등록하고 있어 질본의 정확한 자료 산출 시점이 2일전 자료가 되고 있다.

현재의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해 의료기관의 혈액수급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인데, 2일전 재고량이 아닌 실시간 재고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질본과 공급혈액원 및 의료기관 간 자료 공유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현행 운영체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안으로 혈액을 많이 사용하는 의료기관 및 원하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간 자료 연계가 가능하도록 상용화 open API를 도입해 운영하는 것"이라며 "일반출고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경우는 실시간으로 자료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pen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란 오픈된 환경에서 특별 인증키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서비스로, 특정 프로그램을 개발한 개발자가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다른 프로그램 개발이 용이하도록 프로그램의 API를 개방하는 것을 뜻한다.
 

RBC와 F-RBC 월별 혈액재고비, 일별 재고 평균값 계산 제안

현재 월별 혈액재고비는 해당 월의 총 혈액재고량을 해당 월의 일수만큼의 전년도 일평균혈액사용량으로 나눈 값이다. 

이는 실제 매일 발생한 혈액부족일수를 점검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판단이다.

이에 농축적혈구제제(RBC)와 백혈구여과제거적혈구제제(F-RBC)의 월별 혈액재고비에 대해서 만큼은 매월마다 혈액형별 매일의 혈액재고비를 구해 이들에 대한 평균, 최저치, 최고치, 혈액부족일수를 산정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혈액부족 시 RBC와 F-RBC가 상호 보완해 사용될 수 있으므로, RBC와 F-RBC 각각의 혈액재고비 이외에도 이들의 총합으로 산정하는 '총적혈구제제(RBC + F-RBC)'의 혈액재고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연구팀은 "혈액부족일수를 새로운 지표로 추가해야 한다"며 "일별 혈액재고비 산정 후 연중 5일 미만, 3일 미만, 2일 미만, 1일 미만의 혈액재고비를 가진 일수를 각각 계수해 산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혈액수급감시 월별 보고서의 양식도 새롭게 제안했다.

기존 월별 보고서의 경우 지표들이 유사한 양상을 보이므로 연간 보고서 형태로 발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대신 의료기관 월별 보고서는 적혈구제제의 혈액재고비와 혈소판제제의 혈액사용지수를 요약한 월별 보고서 발행을 제안한 것.

연구팀은 "혈액원 월별 보고서는 공급혈액원의 혈액형별, 일별 적혈구제제의 혈액재고비 추이 그림을 추가하고 평균과 최저 및 최고값을 기입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수감시 하려면 예산과 인력 단계별로 별도 확보해야

연구팀은 전수감시 대상 범위는 단계적으로 실시할 것을 권장했다.

2018년 적십자사의 총적혈구제제 공급량을 기준으로 2577개 의료기관 중 1011개 의료기관부터 우선 확대하자는 의미인데, 이는 연간 100유닛 이상의 적혈구제제를 사용한 1008개 의료기관(전체 공급량의 97.7% 수준)과 혈액수급감시에 참여중인 100유닛 미만을 사용한 3개 의료기관이 포함된 경우를 말한다. 

연구팀은 "가장 효율적으로 공급 혈액제제를 추적하고 의료기관을 관리할 수 있도록 이 기관들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추후 추가적인 확대 필요성을 논의한 후 전체 기관을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감시 방안은 두 가지가 제안됐는데, 1안은 실시간 감시체계(상용화 open API)를 도입하는 방안이고 2안은 현 BMS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이 중 연구팀은 궁극적으로 효율성 높고 신뢰성 있는 혈액수급감시를 위해 상용화 open API를 이용한 실시간 감시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을 1순위로 권장했다. 

전수감시 대상 범위 의료기관 중 연간 5000유닛 이상의 적혈구제제를 사용한 97개 의료기관(전체 공급량의 67% 수준)은 상용화 open API 구축 및 연계를 추천하고, 나머지 의료기관은 출고자료 등록 시 파일출고 또는 실시간 일반(수기)출고 방법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혈액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시기에는 파일출고 기관의 경우 등록 횟수를 일 2회 이상 늘릴 것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실시간 감시체계 도입을 위한 소요예산으로는 상용화 open API 구입비용 약 5억 원, 유지비용 연 8000만원+α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용화 open API 연계에 소요되는 비용과 인건비, 각 의료기관들마다 연계업무에 인력 및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어 "자체 전산시스템이 아닌 외주업체의 전산시스템을 사용하는 의료기관들의 경우 연계업무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의료기관들의 참여 장려를 위한 지원금이나 유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전수감시 전환을 위한 세부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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