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혁신가치 인정 안한다 비판..."신약개발 선순환 사라질 것"

동아에스티 시벡스트로.(사진제공 : 동아에스티)
동아에스티 시벡스트로.(사진제공 : 동아에스티)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동아에스티의 자체개발 신약 시벡스트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국산 신약의 혁신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시벡스트로주 200mg과 시벡스트로정 200mg 2종의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2015년 식약처로부터 국산신약으로 허가받은 지 5년 만에 시장 진입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동아에스티의 이 같은 결정은 약가의 영향이 컸다.

시벡스트로는 동아에스티가 개발해 2007년 미국 트리어스테라퓨틱스(현 미국 머크, MSD)에 기술이전했고, 201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를 받았다. 현재 미국에서는 MSD가 판권을 확보해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서는 허가 이후 시장 출시를 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2018년에는 이를 이유로 급여기준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당시 동아에스티는 시벡스트로의 가격이 미국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국내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게다가 시벡스트로는 해외에서 완제의약품을 수입해 들여오기에 자체생산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가구조가 높아 원가 대비 수익성이 낮기도 했다.

 

사라지는 국산신약

시벡스트로가 시장 진입을 포기하면서 국내 시장을 포기한 국산신약은 5개가 됐다.

이미지 출처 : 포코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코파크닷컴

국산신약의 국내 시장 철수 사례는 CJ제일제당의 녹농균 감염 예방 백신 슈도박신을 시작으로, 동화약품 간암 치료제 밀리칸, 한미약품 항암제 올리타,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등이다. 

이 가운데 시장성이 여의치 못해 사라진 신약은 밀리칸과 올리타다.

국산신약 3호인 밀리칸은 1997년 간암치료 용도로 임상 3상을 완료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 2012년 임상시험 과정에서 시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 임상을 포기하고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한미약품도 2018년 올리타의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타그리소를 한 발 빠르게 시장에 내놓으면서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 탓이다.

올리타는 임상 2상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는데, 타그리소가 시장에 먼저 나온 상황에서 임상 3상 비용을 부담하기보다 개발을 멈추는 게 실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 '제대로 된 평가' 목소리↑

제약업계는 국산신약에 대해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개발에 성공해도 매출이 미미하고, 이를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해 신약을 개발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자진해 허가를 취하한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는 12만 8230의 약가가 책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미국 312달러의 3분의 1에도 미치는 못하는 금액이다. 

일동제약의 만성B형간염 치료제 베시보도 기존 치료제 비리어드보다 약 30% 저렴하게 약가가 책정됐다. 특히 기존 제품에서 베시보로 스위칭할 때는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단서도 달렸다.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지만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개발해도 제대로 된 가격을 책정받기 쉽지 않다"며 "싼 값에 판매하며 개발에 투입된 금액을 회수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동기를 부여하고,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자체개발 신약에 혜택을 더 줘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약가제도에서는 개발한 신약의 효능을 높이는 추가적인 임상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시설 확충에 필요한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낮은 약가를 비롯해 국산신약이 겪는 고충은 글로벌 진출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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