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무릇 사람이라면 누구든 실패한다. 가끔은 아주 쓰라린 실패를 하기도 한다.

내가 겪은 첫 실패는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 떨어진 것이다. 내가 살던 지역은 다른 곳과 달리 고등학교 입시가 비평준화 지역이었고,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고입선발고사를 치러야 했다.

중학교 3학년의 나이에 인생의 시련을 맛보았다고 되새겨보면 지금도 정말 잔인한 일인 것 같다. 

결국 난 원하는 고등학교에 가지 못했고 정원을 채우지 못한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주위에서는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라는둥, 연습을 많이 하라는둥 절대 실패하지 않는 비법을 공개하며 날 위로했다. 

다 좋은 말이지만, 사실 이런 조치를 취하더라도 실패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나.

보건당국은 발사르탄 NDMA 사태를 계기로 국산 제네릭 의약품의 난립을 막겠다며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공동생동을 1+3으로 제한한다던가, 등재에 순서를 매겨 약가를 계단식으로 차등화한다던가 말이다.

제네릭 의약품 난립을 막고 품질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는 합리적이고 필요하다는 데 어느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실패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실제 정부는 2007년 선별등재제도를 시행하며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은 계단형으로 결정한 바 있다. 등재 순서에 따라 약가에 차이를 둬 조기 등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약품비는 계속 증가했고, 상승세를 꺾기 위해 결국 일괄약가인하를 단행했다. 또 계단형 약가제도를 폐지하고 '동일성분=동일약가' 원칙을 적용했다. 

업계가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제네릭 계단식 약가제도를 두고 과거 실패한 정책을 다시 내놓은 것이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실패.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속된 말로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목표가 없으면 된다. 물론 실패 뿐 아니라 성공마저 없어져버리니 이 방법은 차치하자.

실패를 겪으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짜 실패'를 경계해야 한다. 왜 실패했는지 그 이유도 모른 채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건 낭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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