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 이대호 회장(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NAFLD 환자 빨리 찾아 간섬유화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

前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 이대호 회장(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前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 이대호 회장(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양방향(bidirectional) 연관성을 맺고 있다. 당뇨병은 NAFLD의 강력한 위험인자로, NAFLD는 당뇨병 발생과 예후에 악영향을 미치는 인자로 지목된다. 당뇨병 환자에서 NAFLD 진단과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는 당뇨병 환자의 NAFLD 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은 성명(position statement)을 발표하며, NAFLD 진단과 치료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번 성명 개발을 이끈 前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 이대호 회장(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을 만나 성명을 발표한 배경과 권고 내용, 성명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해 들었다. 

- 연구회에서 성명을 발표하게 된 배경은?

대부분 당뇨병 환자는 대사적인 문제로 지방간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게서 NAFLD 관리가 중요하다. 이에 연구회는 지난 4년간 당뇨병 환자의 지방간 관리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해왔다. 논의 내용을 토대로 진료지침을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연구회 활동이 초기 단계인 만큼 진료지침보다는 입장을 밝히는 성명을 내는 것으로 결정했다. 

성명에는 과거 연구회에서 발표한 2개의 고찰 논문과 최근 경향, 그리고 앞으로 진료에 활용하면 좋을 내용을 총망라해 담았다. 학계에서 이슈가 되는 내용을 정리하고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연구회의 의견도 제시했다. 이번 성명을 통해 다른 학회 또는 학자들과 담론의 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NAFLD 조기 진단을 위해 정기적인 선별검사가 필요한가?

유럽에서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NAFLD 선별검사를 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정기적인 선별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임상에서 NAFLD 위험도를 평가하고 위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즉 정기적인 선별검사를 하도록 정하기보다는, 의료진의 판단하에 위험도 평가에서 조금이라도 NAFLD가 의심되면 선별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 NAFLD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간섬유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섬유화는 환자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이기 때문에 임상에서는 환자들의 간섬유화 단계를 평가해야 한다. NAFLD가 발생한 환자들을 빨리 찾아내고 간섬유화 단계를 확인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진단의 핵심이다. 

- NAFLD 진단에 초음파검사가 유용하다고 제시했다. 정확도 측면에서 한계가 있지 않나?

초음파검사는 간단하고 환자의 불편감이 적다. 또 환자는 어느 병원을 방문해도 초음파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다. 초음파검사의 유용성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NAFLD 선별검사 시 초음파검사를 한 번은 진행해야 한다. 

초음파검사가 경증 NAFLD를 진단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검사로 지방간이 심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이와 달리 CT는 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고 개인병원에서 일반적으로 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어 성명에서 권고하지 않았다. 

▲前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 이대호 회장(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前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 이대호 회장(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환자들이 조절해야 하는 목표 체중 범위를 정리한 이유는?

비만한 NAFLD 동반 당뇨병 환자들은 체중을 막연히 조절하기보다는 목표치를 정하고 감량해야 한다. 환자들은 막연히 운동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가시적으로 체중이 목표치에 도달했는지가 중요하다. 

간섬유화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체중을 7~10% 조절해야 하며, 체중을 최소 10% 감량해야 간섬유화가 호전될 수 있다. 또 환자들은 감량한 체중이 다시 증가하면 간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생활습관 교정에 신경 써야 한다.

- NASH 동반 환자에게 권고한 피오글리타존은 체중 증가 위험이 있다.

체중이 무한정 증가하면 문제가 되지만 증가 범위가 2~3kg 정도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피오글리타존 단독치료가 아닌, 생활습관 교정과 병행하며 관리해야 한다. 이상반응이 있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는지 판단해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피오글리타존과 같은 티아졸리딘디온계 약물인 로베글리타존은 국내에서 많이 처방되지만, NAFLD 동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근거가 더 필요해 이번 성명에서 권고하지 않았다.

-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와 비만대사수술을 NAFLD 치료에 고려할 수 있을지?

생활습관 교정과 항당뇨병제 치료를 병행하는 NAFLD 동반 당뇨병 환자에게 비만치료제를 추가할 경우 체중이 더 조절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감량되는 체중에도 한계가 있어 NAFLD 치료제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NAFLD 동반 당뇨병 환자는 비만대사수술로 체중 조절뿐 아니라 지방간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임상연구를 진행한 결과, 수술 6개월 후 지방간이 개선됐다. 물론 비만대사수술을 받을 수 있는 체질량지수(BMI)가 정해져 있어 모든 NAFLD 동반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적응증에 해당한다면 비만대사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겠다.

- 이번 성명이 갖는 의미에 대해 정리한다면?

당뇨병 환자에게서 NAFLD 관리가 중요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진료지침과 성명이 발표되고 있다. 이번 성명은 국내 내분비내과 전문가들이 그동안 논의했던 내용을 총망라해 담았다는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연구자 간 네트워크가 더 형성되길 기대한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공식적인 진료지침이나 팩트시트를 개발해 의료진과 연구자들에게 제시해주길 바란다. 

- 앞으로 NAFLD 분야에서 진행돼야 할 연구는?

간섬유화를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의료진이 NAFLD 치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NAFLD를 진단하더라도 치료할 수 있는 확실한 약물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치료제를 제시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NAFLD 환자를 찾아내고, 이를 위해 정확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자기공명영상 양성자밀도지방분획법(MRI-PDFF) 검사가 활성화될 것이다. NAFLD 치료제 개발은 진단과 맞물려 있다. 향후 많은 연구를 통해 치료제가 개발돼 임상에 조속히 도입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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