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가협상에 품질·공급 의무 담긴 '서약서'를 쓴다?
제네릭 약가협상에 품질·공급 의무 담긴 '서약서'를 쓴다?
  • 양영구 기자
  • 승인 2020.06.1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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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일각서 제네릭 계단식 약가제도 시행 후 약가협상 시 서약서 작성 소문
발사르탄 소송·구제기금 논의 중...업계 "추이 지켜봐야"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 난립을 막고자 추진하는 '제네릭 계단식 약가제도'를 두고 제약업계 반발이 거세다.

제네릭 계단식 약가제도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면, 앞으로 진행될 제네릭 약가협상에서 품질관리와 원활한 공급 의무가 담긴 부속합의서를 작성토록 할 것이란 이야기가 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무리한 요구'라며 비판한다.

 

政, 계단식 약가제도 추진...부대합의 이야기도 나와

최근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공동·위탁 생동성시험을 제한하기 위한 취지인 공동생동 1+3 제도는 폐기된다. 다만,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제네릭 계단식 약가제도는 그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에 따르면 제네릭 계단식 약가제도에서 약가 차등화 기준의 핵심은 △자체 생동 실시 △DMF(원료의약품) 등록 등이다.

이 기준을 충족한 제품을 우대해 약가(오리지널의 53.55%)를 부여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 제네릭 의약품도 부속합의서 작성을 포함한 기존 협상 절차를 준용토록 하면서 업계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아직 부속합의서에 포함될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과 품질관리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 전망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약가협상 시 공급에 문제가 없고 품질에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부대합의서, 일종의 서약서를 작성토록 하려 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내달 제도가 시행이라 아직까지 부대합의서를 직접 본 제약사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말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제약업계가 이처럼 전망하는 이유는 지난해 진행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지침 개정 때문이다. 

작년 6월 건보공단은 약가협상지침을 개정하면서 제약사의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책임조항과 환자 보호 방안 등을 협의해 계약토록 했다.

또 안전성과 유효성 확인, 품질관리에 관한 사항 등도 합의서에 포함해 작성토록 했다.

제약사의 급여의약품 공급 중단과 미공급 사태로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보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은 제약사의 사회적 의무이자, 보험급여 등재의 전제조건"이라며 "의약품 공급 문제 발생 시 정부나 보험자가 공급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공급 의무 계약은 환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보험자의 책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무리한 요구...정부도 책임 있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는 발사르탄 NDMA 사태처럼 구상권 이슈로 정부와 소송이 진행되지 않도록 부속합의에 포함시켜 환수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NDMA 검출 등 품질 이슈와 공급 부족에 대한 책임을 제약사에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A 국내사 관계자는 "발사르탄 사태 당시 건보공단의 구상금 청구에 불복, 제약사들이 소송을 진행했었다"며 "아직 소송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는 예기치 못한 건보재정의 지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제네릭 의약품 품질 이슈를 스크리닝 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있지 않겠나"라며 "무조건 제약업계의 탓으로 돌리는건 문제가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제약업계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건 황당한 일"이라며 "부대합의에 서명하지 않으면 약가를 받을 수 없고, 그렇다고 합의하기에는 부당한 상황이다. 우리만 죽으란 제도다"라고 주장했다.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책임 강화를 위한 협상은 정부의 목적 달성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협상 체결로 직접적인 공급의 안정화 와 품질 제고가 달성되지 않는다"며 "특히 제네릭 의약품의 등재가 지연됨으로써 오리지널 약가 인하도 늦어져 결국 보험재정에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업계는 정부가 협상을 강행한다면 명확한 규정과 투명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제네릭 협상 시 공급·품질에 한정해 협상하는 규정 명시 △건보공단과 제약업계의 협의체를 마련해 협상 관련 세부내용 논의 등을 제안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부대합의를 포함한 제네릭 계단식 약가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발사르탄 구상금 청구와 관련한 소송과 구제기금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NDMA가 발사르탄부터 시작해 라니티딘, 메트포르민까지 품목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면서 정부와 제약업계는 비의도적인 불순물 혼입에 대한 구제기금 마련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에 업계는 발사르탄 NDMA 소송의 핵심은 불순물 혼입의 책임 소재인 만큼, 소송 결과가 영향을 줄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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