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김재헌 교수
'포스트 코로나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집필에 참여
"독일은 방역 정책을 정치인이 아닌 감염의학 전문가들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끝날 것 같지 않은 코로나19(COVID-19) 때문에 대부분 사람이 괴로움의 터널에 멈춰서 있는 모양새다. 아직 개발된 치료 약도 없고, 백신 개발에 대한 꿈도 요원한 상태다. 그래서인가 포스트 코로나를 예상하는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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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에서 전문가집단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김재헌 교수ⓒ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최근 발간된 '포스트 코로나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에서 의료 부분을 집필한 순천향대 서울병원 김재헌 교수(비뇨의학과)는 지금과 같은 상황일수록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발병 환자 숫자가 줄어들 때 우리 정부가 방역을 훌륭하게 했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할 때 내내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고 했다.

그가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것은 당시 감염내과 등 감염병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또 발생할 수 있고 따라서 등교나 일상적 거리 두기 등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안한 상상은 항상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그의 걱정대로 얼마 가지 못해 코로나19는 또 다시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그는 "전문가들이 안심할 때가 아니라고 목청껏 얘기할 때도 정치인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았다"며 "독일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의료 접근성 문제는 물론 국경 부분 통제나 국민 이동 제한 등 방역 정책을 정치인이 아닌 감염의학 전문가들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특히 전문가들이 모인 질병 통제기관인 로베르트 호크연구소에서 결정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메르스 사태 때도 지적됐지만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의 위상이 격상되지 않으면 비전문가 집단이 전문가 의견을 묵살하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이성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우리가 코로나19 사태에서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또 스웨덴 정부가 집단면역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이를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이 집단면역을 선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며 "스웨덴 국민의 이성적 행동양식, 인구밀도가 높지 않고 대부분 1인 1가구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집단면역을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의료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의료계는 코로나19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민간보험 활성화. 이 세 가지가 그가 꼽은 포스트 코로나 키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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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헌 교수ⓒ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AI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캐나다 AI  의료플랫폼인 블루닷에서 세계보건기구(WHO)보다 9일이나 먼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감지한 것. 

그는 의사들이 AI를 IA(Intelligence Amplification, 지능 증폭)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AI를 제대로 사용해 지적 판단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AI는 병에 대한 인지와 치료 방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의사는 이를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면 된다"며 "AI는 정성적인 판단에는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의사가 여저히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료 빅데이터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만성질환 외에도 새로운 감염질환에 대비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구축의 발전을 가로막는 복잡한 행정절차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외에도 초고령 사회에서 노인층의 의료 보장 문제가 심각해지고 이로 인해 민간보험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라 내다봤다. 

"지역거점병원 활성화 절실"

전문가들은 언제 또 어떤 전염병이 들이닥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의료전달체계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그는 지역거점병원 활성화와 요양병원 관리의 현실화를 제시한다.

신종 감염병 등에 대비하려면 지역 간 이동을 최소화하고, 경증환자의 종합병원 이상의 병원 방문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감염병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지역거점병원은 중요하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그 여파로 지역거점병원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그 지역 전체 사망률이 미국 전체 사망률을 넘어섰다"며 "시민들도 지역거점병원을 신뢰하는 성숙한 모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요양병원 관리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감염병이 유행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계층이 노년층이기 때문이다. 그의 우려처럼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요양병원에 있는 노인들이 감염에 노출된 바 있다. 따라서 현실적인 고령층에서의 요양병원 현실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인터뷰 끝자락 그는 감염내과 의사들에 대한 깊은 존경심 표했다. 코로나19 시국에서 감염내과 의사들의 희생이 마치 착한 사마리아인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그는 "우리 병원 감염내과 의사들이 자원해 선별진료소, 안심진료소에 다른 의사보다 더 많이 나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사회적 의무감, 도의적 책임감을 실천하는 사람들 같아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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