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원·의학학술지원재단과 학술지원 MOU 체결


2단체 거쳐 기부해야…간접비용은 전체 5% 이내








한국제약협회 김정수 회장<사진 중앙>은
최근 팔래스호텔에서 한국의학원
유승흠 이사장<사진 왼쪽>,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 김건상 이사장과
의학 학술활동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근거로한 제약업체 처벌 이후 제약업계와 의료계간 활발히 진행되어온 공정거래질서 확립의 첫 단추가 결실을 맺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일부 제약업체 직원이 의료기관과 함께 주민번호를 도용 2억여원 가량의 허위·부당청구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고, 경찰이 일부 제약업체와 의료기기업체들이 병원 임직원과 보직교수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리베이트와 향응을 제공한 사건을 적발하는 등 제약사와 의료기관 혹은 의료단체와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제약협회(회장 김정수)와 한국의학원(이사장 유승흠),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이사장 김건상)은 지난 달 26일 팔래스호텔에서 "의학 학술활동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3단체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의약품 공급자가 확회 활동을 지원하고자 할 때 2개의 의학학술 재단을 통해 지정기탁제방식으로 기부하며, 간접비용은 전체의 5% 이내로 한다고 규정했다.

 또 3단체는 공정거래질서를 정착하기 위해 3자간 협의체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지금까지 개별 학회를 지원해오던 제약협회 소속 회원사(199개社 2007년 12월 현재)들은 한국의학원,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을 통해 지정기탁제 방식으로 학회 행사를 지원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제약업체의 의견은 엇갈린다. A제약업체 관계자는 지정기탁제를 통한 학회 지원의 실효성 면에서 다소 의문점이 많다며, 대표적으로 기금 운영과 구체적인 지원 방식, 학회 선정 방식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이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B제약업체는 일부 학회가 무리하게 학술행사 지원을 요청하던 관행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MOU체결이 의미가 크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에 대한 문제는 2가지이다. 우선 지정기탁제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제약협회는 현재 실무협의체 운영에는 합의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개별 업체가 지정기탁제 외의 형태로 학회를 지원했을 경우이다. 이와 관련 제약협회는 해당 제약회사에 대해 공정위를 통한 제제를 검토하거나 고발 조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공정위는 이에 대해 전혀 상반된 의견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조2팀 황태호 사무관은 "이번 양해각서 체결은 제약협회와 의학단체간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사무관은 "지정기탁제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지정기탁제 시행과 공정위에 부당 행위 조사와는 무관하다"며 "다만 지정기탁제를 지키지 않은 업체가 부당한 처방을 유도하도록 하는 행위가 있었는지 공정위 차원에서 좀더 관심을 갖고 조사를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복지부나 과기부 산하로 재단법인, 사단법인 형태로 등록을 마친 학회의 경우 제약업체가 개별 지원을 해도 아무런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점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팀 관계자는 "이미 재단, 사단 등록을 마친 학회에 제약회사가 투명하게 지원을 한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제약협회가 제소를 하겠다는 것은 다소 지나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약협회는 기존 재단, 사단법인 형태의 학회에 회원사가 개별 지원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의에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지역의사회 지원에 관한 문제이다.

 최근 열리고 있는 일부 지역의사회에서 K제약 영업소 직원들이 의사회 행사에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시간을 갖고 명함을 돌리기도 했다.

확인 결과 해당 의사회 행사가 개최된 곳의 저녁 식대는 K제약 측에서 계산했다고 행사장 관계자는 말했다. 이에 대해 황태호 사무관은 "지난해 제약업체 부당고객유인행위 등에 대한 조사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공정위도 고심한 점"이라며 "지역의사회나 소모임 의사단체 행사에 대한 제약업체의 지원에 대한 처벌이나 단속, 혹은 판단 규정 자체가 규약상에 명확하게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황 사무관은 그러나 지역의사회 행사 지원시에도 처방유인 등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반드시 처벌을 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방침이라며, 현재 제약협회와 공정경쟁규약상에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내리기 위한 규약 개정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곧 세부적인 지침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MOU체결은 투명한 학술, 연구활동 지원이라는 의미있는 첫 발걸음이 됐지만 향후 세부적인 실천 과정을 좀더 면밀히 검토해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개별 제약회사 및 의학학술단체, 의사단체들이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기보다는 좀더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준 확립 등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실천 가능한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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