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병원 일반검진·종합검진 모두 전년 동기간 대비 최대 70%까지 하락한 시기 있어
건보공단 통계 기준 일반검진과 암검진, 4월까지 누적 수검률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
전문가들, '검진 이후 발견될 수 있는 중증질환 조기 진단과 치료에 문제 일으킬 것' 경고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한 건강검진 기관에서 수검자들이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코로나19(COVID-19)로 감소 중인 각종 건강검진 수검률이 또 다른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콜래트럴 데미지란 '부수적 피해'를 의미하는데,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 등 감염병 '본연의 피해' 외에 엉뚱한 곳이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나는 부차적 피해를 말한다.  

의료기관 감염 발생 시 응급실 폐쇄에 따른 응급 환자 피해, 코로나19 확진자 입원치료 폭증 탓에 기존 폐렴 환자 치료가 원활하지 않은 점 등이 그 예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 같은 부수적 피해 대비책도 함께 마련해 다양한 대처를 해왔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상황에 맞게 계획·운영한 △국민안심병원 △생활치료센터 △감염병전담병원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낮아진 건강검진 수검률 또한 환자 관리 측면과 의료기관의 효율적 운영 및 적절한 자원 배분 측면 등에서 새로운 부수적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역 불문 일부 대학병원 1~4월 검진율 감소세 확연
4월 기준 전체 수검대상자중 7.6%만 암검진 받아

코로나19가 각종 건강검진의 감소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확연히 발견되고 있다. 

서울, 경기도, 지방 소재 대학병원 세 곳의 1~4월 일반검진과 종합검진 지난해 대비 수검율 현황.

1월~4월 서울과 경기도, 지방에 소재한 대학병원 세 곳의 일반건강검진과 종합건강검진의 수검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동기 대비 최대 70%까지 감소한 시기가 있는 병원도 있다.

우선 서울에 위치한 A 대학병원의 경우 지난해 내부 공사로 건강검진 운영이 제한된 2월을 제외하고 1월과 3월, 4월 모두 지난해 대비 검진율이 감소했다.

3월에 각각 59%, 67%까지 빠진 A 대학병원의 일반검진과 종합검진 수검률은 4월에 70%와 51%를 기록하며 감소세의 정점을 찍었다.

경기도 소재 B 대학병원은 지난해 대비 가장 많은 수검자가 감소한 시기가 일반검진의 경우 2월(76% 감소), 종합검진은 4월(73% 감소)로 확인됐다.

지방의 C 대학병원은 수도권 대학병원에 비해 지난해 대비 검진율이 50% 이상 폭발적으로 감소한 달은 없으나, 1월을 제외하곤 모든 시기에 모든 건강검진의 수검률이 낮아진 모양새는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0년 1월~4월 내부 통계 자료를 살펴봐도 일반검진, 국가암검진, 영유아검진의 수검률 하락은 눈에 띈다. 

2019년 1~4월과 2020년 1~4월 각종 건강검진 수검율 현황 비교(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자료 재구성)

건보공단에 따르면 일반검진, 암검진, 영유아검진 모두 1월부터 지난해에 비해 낮은 수검률(일반 0.7%, 암 0.84%, 영유아 3.8%)로 시작한 것이 특징이다.

그 폭은 2월과 3월을 거쳐 4월에 와서는 더욱 커져 일반검진은 4.87%P, 암검진 4.12%P, 영유아검진 6.69%P까지 누적수검률 차이가 벌어졌다.

즉, 올해 4월 검진율(각각 8.19%, 7.59%, 22.87%) 수준이 지난해 3월(각각 7.49%, 7.41%, 21.10%)과 비슷하다는 것인데 특히, 일반검진과 암검진을 받은 수검자는 4월 기준 전체 수검대상자의 10%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증질환 적기 치료에 부정적…검진율 연말 상승 보장 없어
각종 질환 예방사업 차질…의료기관 과부하 위험성도 존재

통상 건강검진 수검률은 매년 초와 연말에 유독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이 같은 현상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연말로 갈수록 검진율은 분명 상승하겠으나, 산발적이고 불규칙한 코로나19 확진자 집단감염 탓에 증가율도 불규칙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국가건강검진이든 개인건강검진이든 검진의 목적은 질환의 조기 발견 및 적기 치료인데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한 만큼 개인과 국가, 의료기관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지뢰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 사항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국가암검진 같은 경우에 증상이 없는 암환자들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암을 발견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목적인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 받아야 할 차례가 돌아온 수검대상자들이 검진을 받지 않아 암이 늦게 발견될 확률이 올라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체감이 될 정도로 조기암 치료를 받는 환자의 수가 50% 이상 줄어들었다"라며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암검진을 받지 않는 수검대상자의 일정 비율만큼 조기암 환자 수치는 줄어들겠지만 절대 좋은 일이 아닌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지하철 광고판에 설치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건강검진 독려 홍보 포스터
지하철 광고판에 설치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건강검진 독려 홍보 포스터

이는 비단 암뿐만이 아니라 일반건강검진으로 만성질환과 뇌혈관질환 등을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행해 각종 질환의 예방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한 상급종합병원 내과 교수는 "사실, 건강검진이 3~4개월 늦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단지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연말에 검진율이 상승한다는 보장이 없고, 의료 기관 접근성은 더욱 떨어질 수 있어 더 이상 조기 발견이 아니게 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국가암검진을 비롯해 각종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향후 특정 시점에 수검자가 몰리게 되면 과부하로 인한 오류 및 오진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 교수는 "검진자가 한꺼번에 몰리면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게 돼 오진 발생 가능성도 생긴다"라며 "당장 학생들의 등교문제 만큼 급하지는 않으나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것을 대비해서 적절한 자원 배분을 통해 조기 진단의 예방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한 병원차원의, 국가차원의 계획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감소한 건강검진 수검률에 따른 부수적 피해 막으려면?

이처럼 건강검진 수검률이 감소하면 질환자 발견이 늦어지는 문제로 연결된다는 것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보건당국 입장에서도 매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건보공단 2018년 건강검진 수검현황 통계에 따르면 일반검진 수검자 1508만여명 중 질환의심 인원은 458만명, 약 30.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위암검진과 대장암검진 결과, 암이 의심되거나 암이 확정된 경우를 살펴봐도 검진의 중요성은 재차 강조된다.

위암검진 및 대장암검진의 2018년 수검현황과 결과 판정 현황(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자료 재구성)

2018년 위암검진을 받은 수검자는 총 757만 1408명으로 이 중 위암의심자 8565명, 조기위암 1547명, 진행위암 1772명이다.

이어 대장암은 2018년에만 총 12만 1543명이 검진을 받았으며 대장암의심자는 1378명, 실제 대장암은 1415명 발견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일반검진 결과 질환 의심자가 바로 전국 모든 요양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기저질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각종 건강검진을 미루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내분비내과 교수도 "코로나19가 엉뚱한 곳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콜래트럴 데미지 즉, 부수적 피해를 막기 위해서 정부가 적극적인 홍보와 계획을 세워야 한다"라며 "예년 대비 수검자 하락 폭이 얼마나 많은 중증질환자를 놓치고 있는지 등 통계적 수치를 선제적으로 계산해 그 심각성을 널리 알려야 예상치 못한 피해 부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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