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심장 보존…미래 치료법 적용 기회 가질 수 있어

 동종 및 이종장기 이식은 장기 수급의 어려움 외 공여자(donor)와 이식자(receptor)간 적합성도 문제가 된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인간은 장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는데 도전해 왔다.

 그 결과 심장, 심실보조장치(VAD), 판막, 심박조율기(pacemaker), 심폐기(pump-oxygenator), 신장(투석기), 체외형 간 보조 시스템(BAL; bioartificial Liver System), 관절 등의 기계식 인공장기가 현재 상용되고 있다.
 기계식 인공장기의 주요 활용분야를 살펴본다.



선 경 센터장
고려대 인공장기센터

심장

"국제적으로 심장이식 대상 환자는 65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순수 의학적인 판단이라기보다 기증장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을 고려한 일종의 사회적 합의로 본다.

즉, 희소한 자원의 분배 원칙에서 노동력의 사회환원성이 높은 젊은 환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심장병 환자의 나이가 많다는 점과, 특히 65세가 넘어도 노인이라고 부르기 힘든 고령화시대를 감안할 때 문제가 있는 규정이다.

결국 우리 사회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증장기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과 고령환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생명의학자들의 결정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제시될 수 있는 다양한 대안 중에서, 최근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바이오 인공장기는 다음 세기에나 실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약물이나 통상적인 수술로 개선이 안되는 말기 심장병 환자에게 현재까지 최선의 답은 기계식 인공심장이다."

 고려대학교 인공장기센터(KAOC) 선 경 소장<고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본지 객원논설위원>은 인공심장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인공장기의 효시는 인공심장이다. 인공심장의 인체 이식은 이미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다. 1998년 FDA는 심실보조장치(VAD)를 실제 장기이식까지의 중간 단계로 승인했고, 2004년에는 심장이식이 부적절한 말기 심부전 환자의 최종 치료로 확대 승인했다.

 그렇다면 인공심장 장착 환자는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연속류(continuous) VAD인 "Jarvik 2000"을 장착했던 7년 생존 환자가 지난 해 68세로 다발성 장기손상에 의해 사망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 케이스이다.

 듀크 대학병원 연구팀의 최근 보고에 의하면 최종 치료로써 VAD 시술 환자 18명의 1년 생존율은 60%였다(N C Med J. 2006;67:110).

또다른 연구들에 의하면 2년 생존율은 23~34%에 이른다. 기존의 약물치료로 반응이 없고 잔여 수명이 1개월 미만인 말기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Abioscore 기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코 저조한 성과가 아니다.

 한국 연구팀이 개발한 체내 이식형 양심실 보조장치 "AnyHeart"도 2001년 6월 국내 환자에 장착해 수명을 12일간 연장시킨 바 있다. 현재 선호되는 방식은 VAD이다.

인공심장은 TAH와 VAD로 구분되는데, TAH는 완전 이식형 인공심장으로 환자 본인의 양 심실을 제거한 후 이식한다.

VAD는 환자의 심장은 그대로 보존해 둔 채 체내 또는 체외에 펌프를 장착하여 심실의 기능을 보조한다. VAD의 경우 인공심장이 오작동을 일으키더라도 망가진 심장을 교체하는 기간동안 환자 자신의 심장으로 생명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또한 환자의 심장은 개발중이거나 미래에 개발될 새로운 치료법(이종장기, 생체 인공장기, 유전자치료)에 반응하여 회복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KAOC 역시 연구의 주안점을 이러한 혈류순환보조장치 형태의 다양한 인공심장 개발에 두고 있다. 현재까지 VAD 이식 환자는 세계적으로 1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중환자실 또는 수술 중 일시적 사용을 목적으로 심폐기 사용만이 허가되어 있는 상태다.

이식 성공은 환자가 평가

 선 경 교수는 기계식 인공장기 개발의 난점에 대한 질문에 먼저 인식의 문제를 꼽았다. 기계식 인공장기 이식 성공률은 동종장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세계적으로 치료방법으로써 논란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치료의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01년 국내에서 "AnyHeart"를 이식받은 악성 말기 양측성 심부전증 환자는 단지 12일간 수명을 연장했지만 환자와 가족 모두 만족한 상태에서 고인과 이별했다. 선 교수는 "개인적으로 이식의 성공이란 "다른 사람이 아닌 환자 자신이 평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개발 후 임상단계도 정부지원 필요

 두 번째로 그는 재정적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지원의 경우 개발에만 집중되고 임상시험에는 지원이 안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개발 부문은 학계, 임상시험은 산업체가 주도한다.

하지만 국내 의료장비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재정적 문제를 동반하기에 위험부담이 적고 부가가치도 낮은 제품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전체 산업 기반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기에 선 교수는 정부 주도하의 메디클러스터(medicluster)를 지지한다. 메디클러스터란 병원의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을 중심으로 산업체, 연구소, 대학 등의 연구개발 역량을 집약해 기초 연구에서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부가가치 창출의 과정을 연결시키는 모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환자의 만족과 재정적 한계 극복을 위해 "말기 심부전 환자 의료 특구"를 만드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편한 소형·자동화 투석기 개발 집중

신장

인공신장기는 인공장기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인공신장기를 이용시 생존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환자의 1년 생존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공신장기는 몇가지 한계를 동반해 왔다. 먼저 투석 환자는 매주 3회 3~5시간씩 투석센터에 누워 있어야 하는데, 이는 환자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한편 짧은 시간동안 사용하기 때문에 혈액의 변화와 청소속도가 빨라 환자의 몸이 변화에 적응할 여유가 없어 불편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가정용 투석기로 소형화·자동화시키는 기술개발에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최근 만성 신부전 환자들이 걸어다니며 혈액투석을 할 수 있도록 몸에 입는 인공신장에 대한 초기 임상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미국 엑스코퍼리얼(Xcorporeal)사가 개발한 휴대용 투석장치는 오랜 시간 착용이 가능하기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고정 투석장치에 비해 혈류속도와 혈액 청소 속도가 느리다.

고정 투석장치의 단점들을 해결한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서울의대 의공학과 민병두 교수팀이 25kg 정도의 휴대용 인공신장기를 개발하여 식약청 허가 신청 단계에 있다.

혈액구동 + 생체 간세포…하이브리드 인공장기



사망률이 86~93%에 달하는 전격성 간부전은 간이식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나 공여 간 부족 등으로 수술 적기를 놓칠 경우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인공간의 도움이 요구된다. BAL시스템은 혈액내 불순물을 걸러주는 장치로써, 혈액을 구동하는 기계부분과 혈액을 거르는 생체세포의 기능이 동시에 적용되기에 하이브리드(hybrid) 인공장기라고도 부른다.

 생물반응기에 고정하는 세포로는 돼지의 간세포가 사용되고 있는데 현재 태반의 전혈(whole blood) 및 간세포 등 인체 세포를 이용한 장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세포가 제대로 작용하는 기간이 짧아 지속적으로 교체해 주어야 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국내에서는 동국대학교(생명화학공학과) 박정극 교수팀이 BAL 시스템을 개발해 돼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마친 상황이다.

기술한계 극복 노력 지속

 다양한 분야에서 기계식 인공장기가 건강수명 연장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기술적 한계가 있다.

 먼저 혈액 적합성이 떨어져 혈전위험이 존재한다. 둘째, 내구성의 문제로 주기적 교체가 요구되며 안정성의 문제도 동반한다. 셋째, 실제 장기 대비 기능 커버의 한계가 있다. 넷째는 크기로 아직까지 실제 장기와 같은 크기의 인공장기 개발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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