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개원가, 다른 의약품으로 변경해야 하는지 환자 문의 이어져
대학병원 "전체 문제 아니라는 정보 전달…약제부에서 일률적으로 재처방 안내하기도"
개원가 "일부 환자 병원에 문의…발사르탄·라니티딘 학습효과로 크게 불안한 모습은 없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에서 판매되는 메트포르민 성분 항당뇨병제 31품목에서 발암 추정물질이 검출돼 제조 및 판매가 중지된 첫날, 진료 현장은 이로 인한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분주한 분위기였다.

일부 메트포르민 의약품의 판매가 중지됐음에도 진료 현장에서는 메트포르민 성분 의약품을 처방받았다는 이유로 의약품을 변경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31품목 NDMA 검출…복용 중인 환자수 총 26만명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는 국내 유통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288품목을 모두 수거·검사한 결과, 국내 제조 31품목에서 발암 추정물질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서 검출됐다고 26일 발표했다. 이에 이들 의약품의 제조 및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지하고 처방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 수는 25일 0시 기준 총 26만명이다. 26일부터 해당 의약품이 의료기관, 약국에서 처방·조제되지 않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통해 처방 및 조제를 차단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정지됐다. 

단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된 31품목에 대한 인체영향평가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10만명 중 0.21명'이다. 이는 해당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에서 추가 암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학병원 "대체할 의약품 충분하다고 설명"

식약처 발표 후 대학병원에서는 처방받은 메트포르민 의약품을 변경해야 하는지 문의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승환 교수(내분비내과)는 "오전에 진료한 환자 중 처방받은 메트포르민 의약품을 변경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었다"며 "외래에서도 처방 변경에 관한 연락이 많이 왔다고 알고 있다. 문제가 되지 않는 의약품을 처방받는데도 워낙 메트포르민 성분 항당뇨병제가 많으니 환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내과)는 "식약처 발표 후 진료 현장에서는 처방받은 메트포르민 의약품의 발암 가능성을 우려하는 환자가 일부 있었다"며 "전체 288품목 중 31품목만 판매 중지됐으므로, 환자들에게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이 충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많다고 안내하며 혼선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학병원에서는 NDMA가 검출된 의약품만 아니라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안내하며 환자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나서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26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메트포르민 일부 품목 판매 중지 조치 관련 안내사항을 전달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홈페이지 캡쳐.
▲서울성모병원은 26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메트포르민 일부 품목 판매 중지 조치 관련 안내사항을 전달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홈페이지 캡쳐.

이승환 교수는 "판매 중지된 메트포르민 의약품만 아니면 문제 되지 않는다"며 "서울성모병원에서는 문제가 된 31품목의 의약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판매 중지된 의약품을 사용한 병원에서는 이들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에게 다른 메트포르민 성분의 의약품으로 재처방받도록 권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수 교수는 "메트포르민 성분에 대해 알고 처방 변경을 물어보는 환자들도 있었다"면서 "이 경우 NDMA가 제조 공정 중에 생긴 것으로, 약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알리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개원가 "판매 중지된 의약품, 진료 현장에서 처방 적어"

개원가에서는 일부 당뇨병 환자들이 메트포르민 의약품 판매 중지와 관련해 병원에 문의했지만, 크게 불안한 모습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소재 개원가 A 원장은 "식약처 발표 후 일부 환자들이 메트포르민 의약품 판매 중지와 관련해 문의해 따로 연락드렸다"면서 "환자들에게 먼저 연락을 취하고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해, 환자들이 크게 불안한 모습은 없었다"고 밝혔다.

과거 NDMA가 검출됐던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사태를 겪으면서 환자들의 발암 우려도 덜은 모습이다.

A 원장은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됐을 당시 환자들이 특별하게 우려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 학습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또 과거보다 판매 중지된 의약품이 적다. 판매 중지된 의약품은 메이저 제약사에서 판매하지 않고 진료 현장에서도 많이 처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혼란이 적은 것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재처방 문제 어떻게?

식약처는 NDMA가 검출된 메트포르민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는 의·약사 상담 없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전문가의 인체영향평가 결과,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된 메트포르민 의약품을 장기간 복용했더라도 인체에 미치는 위해 우려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재처방을 원한다면 해당 의약품의 복용 여부 및 재처방 필요성을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문제는 코로나19(COVID-19) 사태다. 현재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재처방을 받기란 쉽지 않은 상황. 

식약처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민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진의 의료적 판단하에 전화 처방 및 상담이 가능하다"며 "이 경우 처방전 상 잔여처방일수에 대해서만 재처방·재조제가 가능하며, 의약품은 약국과 환자 간에 협의한 방식으로 수령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학병원에서는 문제가 된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들에게 재처방에 관한 안내를 선제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임수 교수는 "병원 약제부에서 일률적으로 핸드폰 메시지 또는 전화로 재처방에 대한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면서 "환자들이 주로 찾는 문전약국에도 재처방에 관한 팩스를 보내고 있다. 재처방을 위해 환자들을 대면으로 만나기보다는,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것을 최소화하고 재처방받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개원가에서는 식약처가 제시한 전화 처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A 원장은 "전화로 재처방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환자가 약국을 찾아 약을 반품해야 하는 것"이라며 "기존에 처방받은 의약품을 반품하고 교환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병원에 내원하기 때문에 전보다 대면진료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전화 처방이 가능하지만 많이 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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