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유전성망막질환학회 창립한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어린 나이에 발병해 평생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유전성 망막질환. 단일 질환이 아니라 여러 가지 희귀질환이 햡쳐진 질병군이라 진단도 어렵고, 치료제도 없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조차 적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힘든 질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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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아시아유전성망막질환학회를 창립한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우세준 교수(안과)가 일본, 중국 교수들과 의기투합해 '동아시아유전성망막질환학회(EAIRDs; East Asia Inherited Retinal Disease Society)'를 창립했다. 우 교수를 만나 유전성망막질환에 대한 얘기와 학회 창립 이유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유전성 망막질환이란 어떤 질환인가? 

눈의 망막 시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희귀난치성질환이다. 대부분 어린나이에 발병해 서서히 시력이 나빠져 결국 실명하게 된다. 현재 알려진 원인 유전자는 70~80개(비증후군성)고, 야맹증을 비롯한 시야감소, 시력저하, 눈부심 등 다양하 증상이 나타난다. 

현재 항산화제치료, 인공망막이식, 줄기세포치료 등이 돌연변이의 차이와 관계없이 치료 방법으로 적용되지만, 근본적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유전자치료밖에 없다. 그나마 유전자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전체 유전성 망막질환의 1% 미만이다.

-동아시아유전성망막질환학회를 창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2015년부터 나를 포함해 일본 도쿄 메디칼센터 카오르 후지나미(Kaoru Fujinami) 교수와 중국 북경협화병원 루이팡 수이(Ruifang Sui) 교수 등과 학회 창립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2016년에 컨소시엄을 만들고, 2018년 유전성망막질환에 대한 온라인 DB를 구축해 연구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드디어 학회를 창립했다. 학회 첫 회장은 후지나미 교수가, 나는 부회장을 맡아 연구를 위한 배를 띄웠다. 학회는 1년마다 열리고, 올해 2월 경 학회를 열려고 했는데, 코로나19(COVID-19) 때문에 가을로 연기했다.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동아시아에서 유전성망막질환에 대한 연구 속도가 느린 이유는? 

유전성망막질환을 찾아내려면 유전자 검사를 꼭 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 유전자 검사 비용이 많이 들어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연구가 부진했다. 미국 등은 정부가 유전자검사 비용을 지원했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유전자 검사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동아시아에서도 이 연구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더 좋은 여건이 마련됐다고 볼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등은 사람들이 대도시에 밀접해 살고 있고, 유전자도 비슷해 공동연구를 하기 좋은 조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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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세준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유전성망막질환은 희귀난치성질환이라 환자 데이터가 많지 않다. 따라서 아시아 국가들이 치료를 위한 온라인 DB를 만들고, 이를 통해 진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회의 일차 목표다.

또 각 국의 유전자를 통합해 매커니즘을 알아내고, 무엇보다 치료제를 개발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게 학회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 우리 병원 주광식· 박규형 교수팀과 일본과 중국 교수팀이 '잠복 황반이상증의 임상양상과 유전자 이상에 대한 연구결과'를 Ophthalmology 최신호에 게재했다.

이 연구에서 근적외선을 이용해 망막의 단면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빛간섭단층촬영이 잠복 황반이상증 진단에 가장 유용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여러 국가의 연구자가 모여 연구를 진행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이다. 여러 국가 연구자가 모여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과정이 지난하고 힘든다. 또 지금까지는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의사들이 모여 의기투합한 것이지만 학회 창립 후 회원이 많아지면 의견조율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예상하고 있는 부분이다.

또 논문에 대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도 우려하는 점이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연구비 좀 더 많아지면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하고 싶은 게 많다.

-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국내 연구 여건은 어떤지 궁금하다. 

일본은 정부 지원으로 감각기관연구소인 NISO(National Institute of Sensory Organs) 등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유전자 분석 비용도 지원하고 있어 수월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단계다. 교수 개개인이 연구비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유전자 검사 비용이 저렴해졌지만 여전히 70만원 이상이라 환자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연구비가 좀 더 많아지고, 유전자검사가 더 저렴해지면 하고 싶은 게 많다. 유전성망막질환은 유전질환이라 가족력을 조사하는 게 중요하다. 

유전자검사를 통해 유전성망막질환이 다른 가족에게 나타날 확률 등에 대해 상담도 해주고, 직업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점도 조언해줄 수 있다. 또 더 많은 연구를 통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만일 그렇게 되면 환자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안과의 여러 영역 중 유전성망막질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원래 잠복 황반이상증에 관심이 많았다. 망막 중심부인 황반 변성으로 서서히 기능이 쇠퇴하는 유전성 질환인데, 20세 이후에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시력저하가 나타난다. 진단이 어려워 의시가 환자가 꾀병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할 때도 있다. 잠복 황반이상증에 대한 관심이 확장돼 자연스럽게 유전성망막질환 치료법 등에 궁금해지면서 지금까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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