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 손봐야 하는 영역…여·야 표면상 이견 없고 청와대도 의지 밝혀
인사권·예산권 등 적정한 권한 부여가 핵심…보건부 독립 우선이라는 주장도 있어

4월 7일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환자와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이 시행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소위 '질병관리청'의 탄생 가능성과 그 시기, 맡게 될 역할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조직법 개정 사항을 손봐야 하는 만큼 21대 국회가 개원해야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이를 대비해 보건당국에서도 관련 논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최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질병관리본부의 청 격상과 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 등을 언급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이슈가 된 'K-방역'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세계 1등 방역 국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요소 중 하나로 꼽은 것이다.

중요한 이슈는 청 승격의 시기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언급까지 한 상황이라 본격적인 논의 시작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진 않을 것이나,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세 국면에 접어들어야 적절한 타이밍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즉, 21대 국회 개원 이후 정부조직법 개정안부터 손보기 위해 이르면 하반기 국회 차원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은 지난 총선에서 여당과 야당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인 만큼 특별한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는 단계에서 조직개편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지금 당장 보건당국과 방역당국이 조직개편에 에너지를 소진하기 어렵지만 코로나19가 진정세 국면을 다시 찾고 재유행이 되기 전 사이에 논의 타이밍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표면상으로 여·야 간 이견이 없고 국민의 반대도 특별히 없으며 청와대까지 입장을 밝힌 마당에 기술적인 문제만 남았다"며 "21대 국회에서 앞 순위로 개정안이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세부적인 논의까지는 긴 협의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결국 정부조직법 개정이 있어야 해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의 구체적인 방법은 이제부터 만들어야 하는 단계여서 당장 이뤄지긴 쉽지 않다"며 "앞으로 계속 논의를 해야 하고 세부적인 업무분장, 시행규칙 등을 만들기까지는 기나긴 협의와 관련 법의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청 승격의 핵심은? 인사·예산권 등 각종 권한과 전문성 확보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할 경우, 과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와 독립해 각종 권한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우선, 인사와 예산 등에 있어 재량권이 강화되고 이는 자율성 보장으로 이어진다.

질병관리본부는 과거 2003년 사스(SARS) 당시 국립보건원에서 본부로 승격되고, 2015년 메르스(MERS) 이후 차관급 조직으로 또다시 격상했다. 

즉, 외형적으로는 국내에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성장한 것과 다름없는데 아직 예산권과 인사권 등은 명확히 갖고 있지 않아 복지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전국적인 업무를 독자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돼 전문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국세청, 식약처, 경찰청처럼 지역본부를 둘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역별 실무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되는 것.

역학조사관 부족 문제 등이 지역본부 설립을 통해 일부 해결할 수 있다는 일각의 의견이 존재하는 이유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연설에서도 일부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KTV 유튜브 채널 캡쳐)

문 대통령은 특별연설 중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해 '지역체계'도 구축, 지역의 부족한 역량을 강화하겠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이름만 질병관리청으로 변경되는 것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며 실질적인 권한 부여의 범위를 두고 복지부와 질본의 현실적인 논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는 것과 더불어 한층 강화된 전문가 조직이 될 수 있는 청 승격이 돼야 의미가 있지, 무늬만 청 승격은 의미가 없다"며 "만약 질본이 청이 된다면 정부 어느 부처의 소속으로 분류될 지도 중요한 쟁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인사권과 예산권 등에서 독립권이 없는 '무늬만 청 승격'을 할 바에는 보건복지부를 복지부와 보건부로 독립시키는 것이 더 국민건강에 이롭다는 주장도 있다. 

수도권의 한 내과 개원의는 "질본을 청으로 승격해도 인사권 등이 없다면 차라리 보건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해 국가의 보건의료정책 컨트롤타워로 만드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같은 논리로 복수차관제 보다는 아예 복지부와 보건부를 독립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는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과 함께 21대 국회 개원 시작과 동시에 재차 논의될 주요 안건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올해 초 복지부가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2021년 정규 직제편성이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 조직 구성 초안과 관계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이 제출시기였고 제출한 내용도 보건·의료 쪽에 많이 보강을 한 내용"이라며 "제출한 것처럼 복지부가 (조직 구성을) '하고 싶다' 혹은 '하고 싶지 않다'를 떠나서 행안부에서 검토하면 같이 묶어서 검토를 할 것 같긴 하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