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송기호 교수 연구팀, 국내 약 2500만명 건보공단 데이터 분석
비당뇨병 성인보다 암 발생률 높아…당뇨병 진단 6개월 이내 가장 발생 위험 커
전체 당뇨병 유병 기간에 췌장암·위암·대장암·간암 위험, 당뇨병 환자에서 일관되게 높아
송기호 교수 "당뇨병 환자 철저하게 암검진 받아야…암 선별검사에 대한 새로운 전략 필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는 암 발생 위험이 높아, 암 예방과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한 결과, 당뇨병 환자의 암 발생률은 비당뇨병 성인보다 높았다. 또 암 발생 위험은 당뇨병 진단 후 첫 6개월 이내에 가장 높고 이후 점차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유의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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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국내 데이터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암 발생 위험을 평가한 대규모 연구로, 국내 당뇨병 환자는 암 발생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임을 시사한다. 

건국대병원 송기호 교수(내분비대사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내과학회지 5월호에 실렸다(Korean J Intern Med 2020;35(3):641~651).

1000인년당 암 발생률, 당뇨병군 20.36명 vs 대조군 10.83명

2005~2007년 건보공단 데이터베이스에서 30세 이상의 성인 총 2570만 9497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당뇨병 환자(당뇨병군)는 69만 7935명, 비당뇨병 성인(대조군)은 2501만 1562명이었다. 추적관찰은 암 발생 또는 2013년까지 진행됐고,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8.6년이었다. 

먼저 전체 암 발생률은 1000인년(person-years)당 당뇨병군이 20.36명으로 대조군 10.83명보다 많았다. 당뇨병군의 전체 암 발생 위험은 대조군보다 1.22배 유의하게 높았다(HR 1.22; 95% CI 1.21~1.22).

이어 당뇨병 첫 진단 후 유병 기간에 따라 △6개월 미만 △6개월~3년 △3년 이상 등으로 나눠 암 발생 위험을 평가한 결과, 6개월 미만일 때 암 발생 위험이 2.03배로 높아 최고 정점을 찍었다(HR 2.03; 95% CI 1.99~2.07). 이러한 위험은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감소해, 6개월~3년인 경우 1.19배(95% CI 1.18~1.21), 3년 이상이라면 1.12배(95% CI, 1.11~1.13) 의미 있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췌장암' 가장 주의해야 하지만…당뇨병이 원인 맞나?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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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가 가장 유의해야 할 암은 췌장암이었다. 부위별 특정 암(site-specific cancer)에 따른 위험도 분석 결과, 당뇨병군의 췌장암 발생 위험은 대조군보다 1.98배 높았다(HR 1.98; 95% CI 1.93~2.03). 게다가 췌장암은 남녀 모두에서 가장 위험이 높은 암으로 지목됐다.

췌장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당뇨병 진단 후 첫 6개월 이내였다. 이 기간의 췌장암 발생 위험이 무려 5.94배 유의하게 높았던 것. 

결과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진단 초기에 췌장암 위험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되지만 이 결과에는 탐지 편향(detection bias)이 있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췌장암과 당뇨병은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되며, 췌장암을 진단받을 당시 당뇨병 또는 내당능장애가 확인되는 환자도 있기 때문이다. 즉 당뇨병으로 인해 췌장암이 발생했다고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송 교수는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들을 보면, 췌장암으로 인해 당뇨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당뇨병 때문에 췌장암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이것이 탐지 편향"이라며 "암이 발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당뇨병 진단 후 6개월 이내에 췌장암 위험이 높았다는 결과는 '인과관계'보다는 두 질환이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정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유병 기간에 췌장암·위암·대장암·간암 위험 계속 높아

단 췌장암 발생 위험은 당뇨병 진단 6개월 이후에도 유의하게 높아, 당뇨병 환자 진료 시 췌장암을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당뇨병 진단 후 6개월~3년, 3년 이상인 시기에도 췌장암 발생 위험은 각각 1.97배, 1.64배 높았다.

이와 함께 위암, 대장암, 간암 발생 위험도 전체 당뇨병 유병 기간에 모든 성별에서 당뇨병군이 대조군보다 높게 유지됐다. 당뇨병 유병 기간에 따른 부위별 특정 암의 발생 위험은 대조군 대비, 위암이 △6개월 미만 1.68배 △6개월~3년 1.06배 △3년 이상 1.09배, 대장암이 각각 △1.83배 △1.14배 △1.16배, 간암이 각각 △2.23배 △1.42배 △1.31배 의미 있게 높았다.

그는 "췌장암, 위암, 대장암, 간암 발생 위험은 당뇨병 유병 기간과 관계없이 진단 초기뿐 아니라 이후에도 높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도가 대조군과 비슷해지는 암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 암은 당뇨병 환자에게서 많이 발생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임상에서는 췌장암, 위암, 간암, 대장암 등이 발생하는지 유념 있게 봐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건국대병원 송기호 교수(내분비대사내과). 사진제공: 건국대병원.
▲건국대병원 송기호 교수(내분비대사내과). 사진제공: 건국대병원.

전립선암 위험, '인종 간 차이' 확인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결과가 남성 당뇨병 환자에게서 전립선암 위험이 대조군보다 1.12배 높았다는 대목이다. 

현재 당뇨병과 전립선암이 양의 또는 음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혹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지 논란이다. 백인 대상의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전립선암 발생률이 비당뇨병인 성인보다 낮아, 두 질환 간 역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된다(Prostate Cancer Prostatic Dis 2013;16(2):151~158). 반면 국내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전립선암 발생 가능성이 컸다.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만 등 동양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서양과 달리 당뇨병 환자의 전립선암 위험이 높다고 보고된다"며 "인종 간 유전적 차이로 인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성 당뇨병 환자는 대조군보다 자궁내막암 위험이 전체 당뇨병 유병 기간 동안 의미 있게 높았다. 

암 선별검사가 이득일까?…"연구 진행되지 않아 알 수 없어"

이번 연구는 당뇨병과 암의 인과관계를 2500만여명의 대규모 데이터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당뇨병 환자는 암 선별검사를 진행해 조기에 암을 확인하는 것이 이득일까? 이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는 게 송 교수의 입장이다.

그는 "당뇨병 환자는 암 고위험군이니 암 선별검사를 많이 시행하고 암을 조기에 진단해야 환자 예후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이득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예로, CT를 이용한 선별검사 시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선별검사로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위험 대비 혜택을 평가해야 하지만, 아직 관련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 당뇨병 환자는 국가암검진을 철저하게 받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그는 "국가에서 암검진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를 받지 않는 성인들이 있다. 당뇨병 환자는 암 고위험군이라는 점에서 더 철저하게 암검진을 받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며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예방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사망 원인이 암이라는 점에서, 향후 당뇨병 환자의 암 선별검사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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