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RIER 연구 참가자 대상으로 치료 전·후 인지기능 변화 조사 위한 '일상인지검사' 진행
인지기능 악화 보고한 환자 비율, 에볼로쿠맙군과 위약군 차이 없어
치료 4주 내 LDL-C 20mg/dL 미만 도달군 vs 100mg/dL 이상군, 인지기능 악화 보고한 환자 비슷
美 연구팀 "에볼로쿠맙으로 LDL-콜레스테롤 강력하게 낮춰도 인지기능에 안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제품명 레파타)이 인지기능에 안전한 치료제로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에볼로쿠맙의 랜드마크 연구인 FOURIER 연구 참가자를 대상으로 일상인지검사(Everyday Cognition, ECog)를 진행한 결과, 인지기능 악화를 경험했다고 보고한 환자 비율은 에볼로쿠맙을 투약한 환자군과 위약군이 다르지 않았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번 결과는 PCSK9 억제제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악영향이 없는지와 LDL-콜레스테롤을 강력하게 낮춰도 안전한지 등 두 가지 의문점 해결에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과는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5월 1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LDL-C 낮으면 인지기능 문제 생기나?…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상당히 낮으면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길지에 대한 우려는 PCSK9 억제제가 개발되기 전부터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문제다. 

논란은 고용량 스타틴을 복용하거나 LDL-콜레스테롤을 강력하게 낮추면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2년 스타틴의 제품 라벨에 '일반적으로 심각하지 않으며, 기억상실, 착란(confusion) 등 가역적인 인지기능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문을 추가하도록 주문했다.

하지만 14개 무작위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에서는 스타틴과 인지기능 관련 이상반응의 연관성은 없었다(J Gen Intern Med. 2015 Mar;30(3):348-58). 게다가 LDL-콜레스테롤 수치와 인지기능 악화의 연관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도 현재 마련되지 않았다.

인지기능 악화 보고 환자, 에볼로쿠맙군 3.7% vs 위약군 3.6%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제품명 레파타).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제품명 레파타).

그러나 PCSK9 억제제는 스타틴만 복용했을 때보다 LDL-콜레스테롤을 강력하게 조절하는 치료제라는 점에서, PCSK9 억제제가 인지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번 분석은 에볼로쿠맙이 인지기능 악화와 연관됐는지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FOURIER 연구 참가자를 대상으로 연구 종료 당시 ECog를 진행, 연구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인지기능 변화가 나타났는지 조사했다. 

FOURIER 연구는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LDL-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 약 2만 7500명이 포함된 무작위 연구다. 전체 환자군은 스타틴을 기반으로 에볼로쿠맙 투약군(에볼로쿠맙군)과 위약군에 1:1 무작위 분류됐다. 

ECog는 기억, 언어, 실행기능 계획 등을 평가하는 측정도구로, 점수가 높을수록 인지기능장애 정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ECog 점수는 △1점: 변화가 없거나 개선됨 △2점: 때때로 악화 △3점: 지속적으로 조금 악화 △4점: 지속적으로 매우 악화 등을 의미한다. 

추적관찰(중앙값) 2.2년 후 전체 참가자의 응답률은 82.2%(2만 2655명)였고, 연구에서는 ECog 점수가 2점 이상인 환자 비율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ECog가 2점 이상으로 인지기능 악화를 보고한 환자 비율은 에볼로쿠맙군 3.7%, 위약군 3.6%로 두 군이 비슷했다(P=0.62). 하위영역에 대한 결과에서 기억력이 저하됐다고 보고한 환자는 각각 6.0%와 5.8%, 전체 실행기능 변화를 경험한 환자는 각각 3.7%와 3.6%로 치료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주목해야 할 결과는 LDL-콜레스테롤이 상당히 낮아진 환자군도 인지기능 악화를 크게 경험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4주 내 LDL-콜레스테롤이 20mg/dL 미만에 도달한 환자군(2338명)과 100mg/dL 이상인 환자군(3613명)에서 ECog가 2점 이상인 비율은 각각 3.8%와 4.5%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p=0.57).

이번 결과는 에볼로쿠맙으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강력하게 조절해도 인지기능에 안전하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치를 낮게 설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17년 EBBINGHAUS 연구에서도 인지기능 저하 우려 덜어

이번 연구는 지난 2017년 발표된 EBBINGHAUS 연구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EBBINGHAUS 연구는 FOURIER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1204명을 대상으로 에볼로쿠맙 투약에 따른 인지기능 변화 정도를 확인한 연구다. 

당시 결과에 의하면, 추적관찰 19개월째 평가한 공간작업기억전략 점수 변화는 에볼로쿠맙군과 위약군이 각각 0.21점과 0.29점 감소했고 두 군간 비열등성이 확인됐다(P<0.001 for noninferiority). 이와 함께 LDL-콜레스테롤과 인지기능 변화 사이의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EBBINGHAUS 연구는 FOURIER 연구 참가자 중 약 5%만 포함됐고 추적관찰 기간도 전체 연구보다 짧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전체 FOURIER 연구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EBBINGHAUS 연구가 가진 한계점을 극복해 에볼로쿠맙의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Robert Giugliano 교수는 "EBBINGHAUS 연구와 FOURIER 연구 모두 분석한 결과, PCSK9 억제제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의 인지기능을 악화시킨다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FOURIER 참가자 18%는 검사 받지 않아…"최소 5년 장기간 연구 필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에서 ECog를 완료하지 않은 환자가 다수 있으며, 전체 환자들의 평균 나이가 전반적으로 어려 에볼로쿠맙이 안전하다고 단정짓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아이오와대학 Jennifer Robinson 교수는 논평을 통해 "ECog를 완료하지 않은 약 18%는 상대적으로 인지기능장애와 관련된 위험요인을 더 많이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번 결과를 인지기능장애 위험군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전체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62.5세로 전반적으로 어리다"면서 "81% 환자는 심근경색 과거력을 기준으로 포함됐고, 비출혈성 뇌졸중 과거력이 있는 환자는 19%로 소수"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에볼로쿠맙과 인지기능 변화의 연관성을 평가한 장기간 연구가 추가로 진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Robinson 교수는 "FOURIER 연구가 진행된 약 3년 동안에는 에볼로쿠맙이 인지기능에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최소 5년간 추적관찰한 장기간 연구 결과가 발표돼야 에볼로쿠맙이 인지기능에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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