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NEJM에 발표된 3가지 논문, ACE 억제제 및 ARB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가설 일축
대한고혈압학회 및 다수 국제 고혈압 학회 "고혈압 환자는 항고혈압제 중단하면 안 돼"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코로나19(COVID-19)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고혈압 치료제들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생겼지만, 최근 발표된 3가지 논문은 코로나19 예후를 악화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몇몇 중국 연구는 코로나19 감염이 고혈압 환자의 사망률을 높인다고 밝혔으며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 바이러스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에 결합해 작용하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고혈압을 동반한 코로나19 환자가 고혈압 약제를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생겼다. 

이런 우려에 반응한 대한고혈압학회와 다수의 국제 고혈압 학회는 고혈압 환자가 항고혈압제 복용을 중단하면 안 된다고 선언했다. 

특히 대한고혈압학회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증가가 고혈압 환자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효과가 증명되고 올바른 적응증에 사용된 ACE 억제제와 ARB를 타 계열의 약제로 교체할 필요는 없다"며 "고혈압약 사용으로 얻는 이득이 중단 및 변경에 따른 위험도 보다 크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에서 본 성분의 약제를 변경 및 중단하지 말고 지속해서 복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지난 1일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3가지 연구논문은 학회들의 입장을 뒷받침하면서 항고혈압제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가설을 일축했다. 

먼저 NEJM에 발표된 미국 브리건여성병원 Mandeep Mehra 교수팀의 연구를 따르면 ACE 억제제나 ARB는 병원 내 사망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

이 연구는 유럽, 아시아 및 북아메리카 병원 169곳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891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환자의 약 6%는 병원 내 사망했고, 약 94%는 퇴원했다. 

Mehra 교수팀 분석 결과, 관상동맥질환, 울혈성심부전, 부정맥 병력,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및 흡연은 코로나19의 예후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찰 연구에서 ACE 억제제와 ARB는 코로나19 환자의 사망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 오히려 ACE 억제제는 사망 위험을 67%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무작위 대조군 임상이 아니라 결과를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인과관계를 밝힌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NEJM에 실린 이탈리아 환자대조군연구(case control study)에 따르면 ACE 억제제 혹은 ARB 복용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대학(University of Milano-Bicocca) Giuseppe Mancia 교수팀은 코로나19로 확진된 환자 6272명과 대조군 30759명을 비교·분석했다.

Mancia 교수팀 분석 결과, ACE 억제제 및 ARB 복용은 대조군보다 코로나19 환자에서 더 흔했지만 두 약물은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ARB: aOR 0.95, 95% CI 0.86~1.05; ACE 억제제: 0.91, 95% CI 0.69~1.21).

또한 Mancia 교수팀이 2차 분석 시행한 결과, ACE 억제제 및 ARB는 코로나19의 중증도를 악화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NEJM에 발표된 세 번째 미국 뉴욕대 그로스먼 의대(NYU Grossman School of Medicine) Harmony R. Reynolds 교수팀에 따르면 ACE 억제제, ARB, 베타차단제, 칼슘차단제 및 티아지드계 이뇨제 복용은 코로나19 양성 판정받는 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Reynolds 교수팀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1만 2594명 중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 5894명을 검토해 환자 1002명이 중증 코로나19 감염증을 앓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중 고혈압을 동반한 환자는 4357명(34.6%)였으며, 4357명 중 2573명(59.1%)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2573명 중 24.6%(634명)은 중증 바이러스 감염이 있었지만 베이즈 분석(Bayesian analysis) 및 성향점수매칭 결과, ACE 억제제, ARB, 베타차단제, 칼슘차단제 및 티아지드계 이뇨제는 코로나19 예후를 악화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3가지 논문을 동반한 사설에 따르면 연구마다 제한점이 있지만 3가지 연구가 각각 유사한 결론을 내려 ARB 및 ACE 억제제가 코로나19 예후를 악화시키지 않는 것으로 안심할 수 있다. 

미국 하바드의대 John A. Jarcho 교수에는 논문 동반 사설에 "3가지 연구를 종합적으로 보면 ARB 억제제 혹은 ARB가 SARS-CoV-2 감염증의 위험을 높이거나 코로나19로 감염된 환자의 예후를 악화시키거나 양성 판정받은 환자의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가설에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Jarcho 교수는 "각 연구는 관찰 데이터 기반으로 제한점이 있지만 다양한 인구 및 다양한 디자인으로 설계된 3가지 연구가 유사한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안심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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