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근무 환경發 태아 건강 손상, 업무상 재해"
앞서 서울고법 "태아·모체 개별체…산재 적용 안 돼"

[메디칼업저버 전규식 기자] 병원 내 근무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간호사에게 산업재해보험을 적용해 보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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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16년 해당 사건에 대해 태아를 산모와 동일한 인격체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태아의 질병을 산모에 대한 산재 적용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최근 제주도 A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이같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원고인 해당 간호사들은 A 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2009년에 임신해 2010년에 아이를 출산했다. 당시 아이들은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고들을 포함해 같은 기간 임신한 15명 중 6명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 원고들을 제외한 5명은 유산을 했다.

이에 병원 내 간호사의 근로 여건과 작업 환경이 노사 간 쟁점으로 부상했다. A 병원은 2011년 노사 합의로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관련 역학 조사를 의뢰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2012년 2월에 역학 조사 보고서를 A 병원에 제출했다.

원고들은 역학 조사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임신 초기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돼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했으므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 제주지사에 요양 급여를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 질병, 장해, 사망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에 원고들의 자녀는 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2012년 12월 요양 급여 부지급을 결정했다.

원고들은 법률 자문을 구한 끝에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태아는 모체의 일부였으므로 태아의 질병을 모체의 질병으로 봐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며 2013년 9월 요양 급여를 다시 청구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원고들에게 재해 발생 일시를 특정하고 초진 소견서와 상병을 확인할 수 있는 각종 검사 자료를 체출하라고 밝혔다. 이에 원고들은 재해 발생 시점을 임신 중으로 특정하고 '임신 중의 의무기록'과 '선천성 심장질환에 관한 의학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같은해 11월 '자료 보완을 요청했지만 산재보험 초진소견서가 제출되지 않아 상병, 요양 기간을 확인할 수 없다'며 급여 청구를 반려했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원고들이 임신 중에 작업 환경의 유해 요소에 노출돼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자녀를 출산했어도 각 출산아의 질병은 본인의 질병이 아니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산재보험법에 대한 해석상 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업무로 인해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면 여성 근로자의 노동 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 없이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임신한 여성 근로자가 업무로 인해 유산한 경우에만 본인 신체의 완전성 손상으로 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피고의 관점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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