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또는 동반질환이 있는 젊은 침윤성 유방암 환자, 방사선 치료 생략 가능
국소 진행성 직장암 환자 '수술 전 단기간 방사선 치료' 강력 권고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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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코로나19(COVID-19)에 감염되면 건강 상태가 악화될 위험이 크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의료계는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최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국과 유럽 등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 관리전략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주의해야 하는 합병증에 대한 관리 가이드라인 개발에도 뜻을 모은다. 

본지는 미국과 유럽 전문가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제시한 환자별 관리 권고안을 기저질환에 따라 나눠 조명했다. 

ASCO "코로나19 확산으로 치료 연기해야 한다는 우려 있어"

암 환자는 코로나19 감염 시 상당히 치명적이라고 보고된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Howard A. Burris 회장은 "지금까지 발표된 제한적인 데이터 결과에 의하면, 이탈리아 암 환자의 코로나19 관련 사망률은 약 20%"라며 "중국에서는 암을 동반한 코로나19 환자는 사망하거나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이용할 위험이 약 5배 더 높다고 보고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암 환자들의 수술 일정 또는 항암화학요법 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Burris 회장은 "일부 병원은 모든 암 수술을 연기해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암이 빠르게 진행되거나 치료가 어려운 암 환자들은 치료가 지연되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암 환자 치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미국, 유럽 등 암 전문가들은 암 환자별 치료전략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속에서 유방암 또는 직장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권고안이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유방암 환자, 방사선 치료 시 추가요법 필요하지 않으면 5회 분할조사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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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nical Oncology 5월호에는 코로나19가 대유행 하는 동안 유방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전략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Clin Oncol (R Coll Radiol) 2020 May;32(5):279~281). 

미국,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호주, 스페인, 프랑스 등 국가에서 17명의 전문가가 가이드라인 개발에 참여했다. 가이드라인은 크게 다섯 가지 권고안으로 구성됐다. 

먼저 방사선 치료를 생략할 수 있는 환자군은 65세 이상의 침윤성 유방암 환자 또는 동반질환이 있는 젊은 환자로 제시했다. 단 전체 환자가 아닌 △암 주변에 정상적이고 건강한 조직의 가장자리인 클리어 마진(clear margins)이 최대 30mm △유방암 1~2기 △에스트로겐 수용체(ER) 양성 △HER2 음성 △내분비요법을 계획 중인 결절 음성 환자 등으로 제한했다. 

이어 방사선 치료 진행 시 추가요법(boost)이 필요하지 않고 결절 음성이며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유방암 환자에 대해서만 방사선량을 여러 번 나눠 조사하는 분할조사를 5회 진행하도록 주문했다. 

이에 대한 치료옵션에는 매주 1회 28~30Gy를 5주 동안 분할조사하거나 26Gy를 일주일 동안 5일에 걸쳐 분할조사하는 치료가 포함된다. 

대부분 유방암 환자는 분할조사 또는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방사선 치료의 추가요법을 생략하도록 권고했다. 단 40세 이하인 환자와 국소재발에 대한 위험요인이 있는 40세 이상 환자는 예외다. 

감시림프절생검 및 T1, ER 양성, HER2 음성, 1~2개 거대전이가 있는 암 1~2기로 인해 일차 수술을 받았고 전유방방사선치료가 필요한 폐경 후 여성이라면 림프절방사선 치료를 생략하는 치료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모든 유방/흉벽과 림프절방사선 치료에 대해 적당한 소분할조사법(moderate hypofractionation)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시하며, 3주 동안 40Gy를 15회 분할조사하는 것을 그 예로 들었다.

직장암 환자, 수술 전 단기간 방사선 치료로 수술 일정 연기 가능

이에 앞서 Radiotherapy & Oncology 4월 2일자 온라인판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직장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를 제시한 국제 전문가들의 성명이 발표됐다. 

유럽종양내과학회(ESMO) 직장암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네덜란드, 독일, 폴란드, 영국 등 국가의 전문가 15명이 직장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 권고안을 마련했다는 게 주요 특징이다.

성명에는 직장암 병기에 따라 수술 전 단기간 방사선 치료(SCRT)와 수술 연기에 대한 권고안이 마련됐다. 특히 SCRT를 통해 직장암 환자들의 병원 예약 횟수를 줄일 수 있어 환자들이 안전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다며 SCRT의 치료 혜택에 주목했다. 게다가 수술 일정을 최대 12개월까지 안전하게 연기할 수 있어 코로나19의 대유행 절정 후 수술 일정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먼저 조기 병기인 직장암 환자는 ESMO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술 전 방사선 치료 없이 전직장간막절제술(TME)을 받도록 강하게 주문했다.

이어 성명에서는 중간 병기인 직장암 환자에게 질 높은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면 TME 단독요법을 강하게 권고했다. ESMO 가이드라인에서 직장간막절제술 시 수술 결과가 좋을지 확실하지 않을 경우, TME 단독요법 또는 SCRT나 기존 방사선 치료(CRT) 병용요법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수술 전 방사선 치료 혜택이 적을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환자의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방사선 치료를 진행한다면 선호하는 치료옵션으로 SCRT에 무게를 뒀다.

국소 진행성 직장암 환자의 치료전략에 대해서는 ESMO 가이드라인과 이번 성명 간 차이가 명확하다.

ESMO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들 환자에게 SCRT 또는 수술 전 CRT를 제시했다. 반면 이번 성명에서는 SCRT를 강력하게 권고했다. 임상 3상에서 SCRT와 CRT의 치료 예후를 비교한 결과, 국소재발, 무진행 생존율, 전체 생존기간, 지연성 독성 등이 비슷하게 보고됐다는 이유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상황에서 SCRT는 급성 독성이 적게 발생하고, 환자들이 다른 환자 또는 직원을 만나 치료받는 횟수가 많지 않아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등 장점이 있다고 방점을 찍었다.

SCRT 후 수술 시기의 경우 ESMO 가이드라인에는 관련 권고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성명에서는 SCRT 진행과 수술 연기가 코로나19 상황뿐 아니라 일반적인 진료현장에서 모두 혜택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방사선 치료 후 3~7일 이내에 수술을 진행하도록 권고하지만, 2017년 발표된 Stockholm III 연구에서는 수술을 연기해도 예후가 비슷한 것으로 보고됐기 때문이다(Lancet Oncol 2017 Mar;18(3):336~346). 이 연구에서는 SCRT 후 1주일 이내 수술받은 환자군과 4~8주 이내 수술받은 환자군을 비교했고, 결과적으로 예후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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