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연구용역 보고서 내용…기존 18시부터서 20시부터로
"야간 진료 기피 추세 심화돼…시간대 줄이면 더 안 할 것"
"근무 인력 채용도 난항 예상…심야 가산 시간대 확대해야"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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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전규식 기자]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수가 야간 가산 시간대를 기존 18시부터에서 20시부터로 변경해야 한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구 용역 보고서 내용에 대해 개원가 측으로부터 의료공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심평원은 최근 발표한 수가가산제도 개선방안 관련 연구 용역 보고서를 통해 환자와 의료기관의 편의에 의한 선택 이용일 가능성이 높은 20시 이전 야간 가산을 축소하고 응급 등 필요에 의해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20시 이후 가산을 강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개원가 측에서는 해당 내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야간 근무를 기피하는 개원의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에서 가산 시간대까지 축소되면 기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30% 가산도 부족…시간대 줄이면 더 안 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메디칼업저버와의 전화 통화에서 심평원의 해당 보고서 내용에 대해 야간 시간대에서의 의료 공백이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개원의들 사이에서는 18시까지만 근무하고 야간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돈 벌이보다 삶의 질 향상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시부터 30%의 가산이 적용돼도 조무사, 의료기사 등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고 나면 추가적인 노동 시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야간 가산 시간대를 20시부터로 변경하는 건 관련 의료인들을 현행 근로기준법으로부터 소외시키는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일반 근로자는 18시 이후 근무에 대해 시간 외 근무를 인정받아 급여에서 보상을 받는데 야간 가산 시간대를 변경하면 개원의에 대하선 해당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 사업자라고 볼 수 있는 의사에게까지 근로기준법을 따지는 건 무리가 있어도 조무사, 의료기사 등에게는 시간 외 근무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개원가의 야간 진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가산 시간대를 변경하는 것이 아닌 일부 진료과에만 적용되는 심야 가산의 전체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시 이후의 진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서 추가 보상을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적용되는 보상을 변경하는 방식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행 건강보험에서의 급여 수가가 적정 가격에 미치지 못 하는 상황에서 가산 시간대까지 변경하면 급여 행위의 원가가 더 낮아지는 결과를 부른다"며 "개원가의 야간 진료에 대한 의지를 더 소극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행 18시 야간 가산은 의약 분업 이후 개원가에 대한 재정 안정화 대책으로 기존 20시부터에서 조정된 것"이라며 "30% 가산도 부족하게 느끼는 상황에서 가산 시간대까지 단축하면 의사는 물론 간호사 등 직원에 대해서도 적절한 보상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근무인력 구하기 힘들어질 것…현장 상황에 무지"

일각에선 야간 가산 시간대가 이같이 변경되면 진료를 보조할 근무 인력을 고용하기도 더 힘들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관계자는 "30%만 가산하는 수가에서 시간대까지 20시부터로 축소하면 의사가 하고 싶어도 직원들이 반대할 것"이라며 "20시 이후 진료를 강화하고 싶으면 해당 시간대 가산 비율을 더 늘려야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18시 이후의 근무는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하는 시간대여서 가산을 하지 않게 되면 관련 근무 인력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20시 이후 진료를 강화하기 위해 가산 시간대를 축소한다는 건 현장 상황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평원 보고서 "20시 이후 진료 접근성 향상 목적"

심평원은 개원가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은 연구 용역 결과까지만 나온 단계인 만큼 추가적인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심평원은 최근 발표한 '종별기능 정상화 및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수가가산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야간 가산 시간대를 기존 18시부터에서 20시부터로 변경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야간 가산 금액의 상당 부분이 20시 이전에 발생한다. 이에 필수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해선 야간 가산을 두 단계로 나눠 차등 가산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환자와 의료기관의 편의에 의한 선택 이용일 가능성이 높은 20시 이전 야간 가산은 축소하고 응급 등 필요에 의해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20시 이후 가산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시간대별 병원 종별, 응급 여부별 환자 내원에 대한 분석을 할 필요성도 제시됐다. 이를 통해 몇 시 기준, 어느 정도의 차등 수가가 적절한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과별로 다른 가산 시간대를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도 담겼다. 현재 야간 시간대는 18시부터 9시까지다. 6세 미만의 소아의 경우 20시부터 7시까지의 심야 가산, 분만의 경우 22시부터 6까지 심야 가산이 적용되고 있다.

한편, 야간 가산 청구 금액은 지난 2018년 기준 총 1987억원이다. 개원가에서 발생한 금액은 1272억원으로 전체의 64%, 종합병원은 269억원으로 4.8%, 상급종합병원은 5억원으로 3.3%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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