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먹는 약이 병 키워…복약지도 필요"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이상길 소화기내과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상길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상길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소화성궤양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인 것이 밝혀진 이후 소화성궤양 환자는 줄었을까. 일부 전문가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의한 소화성궤양 환자는 줄었지만 소염진통제 등의 복용으로 인한 환자가 늘어 전체적인 수치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소화성궤양 합병증에 취약한 노년층이 무심코 소염진통제와 아스피린 등을 습관적으로 복용해 병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상길 교수(소화기내과)는 노년층에서 소화성궤양 중증도가 높아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복약지도와 교육을 통해 이해도를 높여 합병증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화성궤양의 원인, 국가 경제수준 따라 달라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소화성궤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인을 찾아내 교정·제거함과 동시에 증상을 조절해 그로 인한 합병증을 막는 것이다. 소화성궤양의 흔한 원인은 스트레스, 흡연, 술 등의 생활습관과 무분별한 소염진통제 등의 약제 복용,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등으로 알려졌다.

이 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소화성궤양과 연관성이 매우 높은데,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 개발도상국이냐, 선진국이냐 등에 따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의한 소화성궤양의 유병률이 나뉜다고 설명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못하는 개발도상국과 제균 치료를 원활하게 시행하는 선진국 간에 소화성궤양의 원인이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의미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의한 
소화성궤양 환자 줄었지만

즉, 개발도상국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의한 소화성궤양이 많지만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 하지만 선진국도 평균 연령이 늘어나면서 노년층 비율이 높아지고 이들이 심혈관 및 관절염 약을 자주 복용해 소화성궤양 유병률 자체를 눈에 띄게 낮추고 있지는 못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선진국은 약에 의한 소화성궤양이 많고 개발도상국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의한 소화성궤양이 많다"며 "국내 상황만 봐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따른 소화성궤양 환자는 줄어들고 있으나 소염진통제, 아스피린 등의 약을 많이 복용한 고령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진통제·아스피린 등 약 많이 복용하는
고령 환자서 유병률 늘어

그는 이어 "평균연령이 늘어나면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복용하는 약이 많은 고령인구 쪽으로 소화성궤양 환자 발생이 몰려 전체적인 환자 수치는 줄지 않는 패턴을 보이게 됐다"라고 말했다.

습관처럼 복용하는 약물이 소화성궤양에 악영향

이 교수는 소화성궤양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출혈, 천공, 협착 등을 꼽았다. 과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존재를 모를 때는 초기에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아서 수술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PPI(프로톤펌프억제제), H2차단제 등의 치료약이 나오면서 수술 빈도수는 급격히 줄었다.

이상길 교수는 노인들의 경우 무분별한 약 복용이 소화성궤양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잘 몰라 이에 대한 철저한 복약지도와 교육이 소화성궤양 및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문제는 노년층 소화성궤양 환자들이다. 이들은 뇌혈관, 심장, 관절 등에 있는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항혈소판제, 항응고제, 아스피린 등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소화성궤양 및 합병증 발생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화성궤양 합병증을 일으킬수 있는 소염진통제 등을 별 의심 없이 추가로 먹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한번이라도 궤양에 의해 출혈이 생기면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이를 막기 위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노인들은 궤양 치료약과 함께 다양한 약을 산발적으로 복용하곤 하는데 본인이 먹는 약이 궤양을 더 심하게 하거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을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또한 무분별한 약 복용이 궤양을 늦게 발견하게 하는 이유가 돼 합병증 중증도를 높이기도 한다. 그는 "궤양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진통제 등을 복용하는 탓에 통증을 못 느껴 천공이나 출혈이 늦게 발견되기도 한다"며 "젊은층의 궤양은 많이 줄었지만 노년층의 중증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를 낮추는 것이 숙제"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노인들이 궤양을 일으키고 합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약을 무의식 중에 습관처럼 복용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젊은 사람보다 이해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소화성궤양 치료 과정에서 피해야 하는 약과 조절 방법 등을 충분히 인지하도록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복약지도와 설명, 시스템 보완 등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노인들은 무분별한 약 복용이
소화성궤양에 악영향 미치는 사실 몰라
적극적인 복약지도와 시스템 보완 필요

단, 소화성궤양 치료에 있어서 H2차단제, PPI,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P-CAB) 등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는 만큼 예전처럼 수술을 통한 치료는 현재 흔하지 않다고 전했다.

수술의 경우 궤양 외에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상황에 맞게 치료약을 사용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궤양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H2차단제 외에 PPI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들이 많이 늘었다"며 "P-CAB은 아직까지 연구로 증명해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하나 PPI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효과를 가질 가능성이 있어 보완이나 대체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H2차단제에 비해 PPI와 P-CAB이 우월한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세 가지 모두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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