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와 ‘정책 격오지’에 묶여 있는 의료계
원격의료와 ‘정책 격오지’에 묶여 있는 의료계
  • 안덕선
  • 승인 2020.04.2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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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

역대 정권을 통해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이번 정권 역시 코로나바이러스 19(코로나 19)의 여파를 호기 삼아 정부가 원하는 색깔의 다양한 정책들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예상했던 대로 보건의료 분야는 원격의료를 비롯해 공공의대 신설, 의대증원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급부상 중이다. 

21대 총선의 대승에 따른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강한 추진력을 장착해 현 정권은 보건의료 영역의 공약 실현을 위해 매우 빠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속도전으로 부족하면, 아마 천리마 운동과도 같은 기동력으로 더 세게 밀어붙일 태세인 듯하다. 

숨은 실력자의 선거 전략대로 의과대학 신설도 호남 지역의 어디엔가 순조롭게 싹 틀 가능성도 느껴진다. 이 같은 기세대로 나간다면, 공공의대에 이어 아마 원격의료 전용 플랫폼과 같은 원격의대가 세계 최초로 나올 것 같은 미래 예측도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21대 총선 이후...의료계 반대 정책으로 내달릴 듯

대통령을 위시한 현 정부와 지금의 여당은 과거의 야당시절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와 한목소리로 일관되게 분명한 원격의료 반대 입장을 취해 왔다. 그렇지만, 사실상 알고 보면 의사들이 원격의료 자체의 ‘가치’를 전면으로 부정했던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원격의료가 본래의 공공적 기능과 목적에서 벗어나 의료기관에 필요한 투자를 막고, 진료비 통제와 인하를 유도하려는 일방적인 관제 위주 정부 정책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에 과거의 사례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듯이 일부 의료기관에 편중된 비정상적 초대 쏠림 현상에 대해 정부 측에서는 아직도 이렇다 할 안심 가이드라인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중대한 보건의료정책을 논하면서 항상 전문가단체는 ‘노골적인 패싱’을 경험하였기에, 의료계로써는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 아주 얇은 막조차도 신뢰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설사 형성된다 치더라도 흔적도 없이 찢어지는 게 다반사였다.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에 걸릴 원격의료는 국민의 편리성을 내세운 원격의료에 그치지 않고, 결국 의료영리화의 예상치 못한 험준한 영역으로 뻗힐 가능성도 농후하다. 

현재 유럽에서 원격의료가 활발한 나라는 영국과 스웨덴이다. 프랑스는 원격의료에 대한 다양한 검토를 거쳐 지난 2018년에 원격의료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주된 목적은 소위 ‘의료사막화 현상’에 대한 대비책으로 원격의료가 등장했다. 

원격진료에 대한 보상은 종전의 대면 초진 비용과 동일하게 적용돼 최소 23유로에서 과목과 상황에 따라 58.50유로 범위 내에서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원격의료가 의료 취약지역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 원격의료 시행 의료사막화 방지 주된 목적 “효과 미미”  

프랑스는 지난해인 2019년을 본격적인 원격진료 활성화의 해로 삼고, 50만 건의 진료 목표를 설정하였으나 무슨 영문인지 목표치의 약 3% 정도 웃도는 1만6000건에 그쳤다.

2018년 9월부터 시작한 원격의료의 첫 6개월 청구건수는 약 8000건이었고, 이후 증가하여 최근에는 일주일에 3000건 정도 청구실적을 기록한다.

프랑스 정부는 2020년 100만 건, 2021년 약 130만 건 달성을 목표치로 잡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청구된 건수를 보면, 총 1600명의 개원의들이 참여하는데, 이 중 65%가 일반의이고 나머지 35%는 전문의로 구성돼 있다. 

2019년 기대치에 못 미친 프랑스의 원격의료의 성과는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결과를 보면 그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 국민의 절반 정도인 약 52%만이 원격의료를 받을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국민들은 대면진료와 같은 장점과 이득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의사도 원격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영국이나 스웨덴 보다는 원격의료에 대하여 회의적인 입장이다. 

프랑스 정부는 간호사가 개입해 환자와 의사의 원격대면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허용하고, 별도로 18유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원격의료 장비의 구매에는 약 1만3000유로가 소요된다고 한다. 원격진료가 가능한 설비를 갖춘 진료실의 구성 요소를 보면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기, 청진기, 저울, 피부확대경 등의 장비를 이용해 환자 자신이 직접 수행하거나 간호사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유럽의 많은 회사들이 원격의료 장비 개발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치과 영역에 원격의료가 도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코로나 19 폐렴의 치료로 한의사들이 무료로 전화상담 후 한약처방을 하고 배달도 해준다고 한다. 정부는 위기상황의 정부주도 불법진료의 사실을 왜 세계 최고의 성공적인 방역국가의 자랑거리로 자화자찬 메뉴에 포함시키지 않았는지 의아하다. 

영국에서는 NHS의 원격의료 정책으로 의료비 절감 효과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환자이송, 응급실 이용, 입원기간 단축 등을 들어 약 9000만 유로가 절감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것이 통합 돌봄의 효과인지 아니면, 정말로 원격의료 시행으로 나타난 이득인지 사실 상 표현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5가지 원격의료 범위 허용 의사 국민 모두 대면/비대면 진료가치 동일 시 않아

프랑스는 지난 2010년 원격의료에 관한 조례(decree)를 발표하고 원격의료의 개념과 범위를 정의했으며, 이에 따라 5가지 유형의 원격의료 허용에 관한 법률적인 근거도 마련하였다. 

그 구체적인 범위를 보면, ①환자와 의사간 원격상담 ②의사와 의사간 원격조언(Tele-expertise)  ③원격 모니터링(Remote monitoring) ④ 원격 조무(Remote assistance, 의사가 다른 의사의 처치에 대한 원격지원을 의미) ⑤원격 관리(우리나라의 만성질환 관리 등) 등으로 명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법에 담았다.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가 격렬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원인은 정부 방침이 원격의료와 특히 의료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변질시키고 훼손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즉 코로나 19 사태에서 정부가 임시로 허가한 5000원짜리 전화 진료가 보여주듯 간편 진료, 간단 진료, 혹은 질 낮은 진료에서 불법진료로 얼마든 손쉽게 변환할 개연성이  충분히 조성되었다는 판단이 든다. 

정부가 전화 진료의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이 문제로 낮은 가치의 전화 상담을 남용할 개연성이 충분한 것이다. 그럼에도 자화자찬 주특기 정부는 전화 진료의 효용성을 교묘하고 찬란하게 포장하여 자랑하느라, 또 자랑하고 싶어 안달 난 느낌이다. 
 
원격진료의 발달과 완성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원격진료의 문제점으로 한 환자가 여러 가지 병을 갖고 있을 경우 이를 해결 할 방안은 이미 통합 돌봄으로 제시되었는데 원격진료의 경우 통합 대신 이와 반대로 더욱 더 분절된 방향으로 세부 전문 진료가 활성화 될 소지도 보이고, 이는 기존의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이나 정립과는 정반대로 매우 위험한 역주행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안전장치 없이 상황변화만 주시 원격의료 눈독 전달체계 역주행 우려  

정치인들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의 육성이라는 명제로 원격의료에 접근하고 있고 실제로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의료비의 감소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의한 새로운 비용 발생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싸구려 진료로 의료인을 희생시켜가며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편법 상태로 엉뚱한 다른 직종만 번성하게 하는 모순된 면을 보여줄 뿐이다. 

원자력 대신 태양광을 설치하여 현재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있는지? 공기업인 한전을 적자로 전환시키며 실제 이익을 가져가는 집단의 배후에 존재하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야당시절 원격의료에 반대했던 대통령이나 산자부장관의 입장 변경의 배경은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다. 

의료가 보이지 않는 집단의 2차적인 이득을 위해 처참하게 희생되는 것이 아닌지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회사들로부터 원격의료를 통해서 의료비 절감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의료 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기치를 내걸어 열성적으로 원격의료에 몰입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일부 효과는 좀 과장돼 보인다. 그럼에도 원격의료의 물결은 더욱 강해지는 느낌이고, 첨단 ICT 환경에 의해 나날이 변모하는 모습이다. 

영국과 미국 등 이른바 서양의 새로운 문물이 우리나라와 아시아 지역에 도입될 때 항상 문화적 문제가 돌출된다. 그리고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왜곡되는 현상도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돌이킬 수 없는 정책적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환자나 의사가 서양 사람은 아닌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격의료를 의료성과의 증진을 위해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의 본질적 문제를 고민하기에 앞서 그 이면에 감추어진 ‘떡 먹을 생각’에 눈이 멀어 있는지 냉정히 자문해보고 싶다. 

특히 원격의료와 원격의료를 위한 장비와 시설, 그리고 연결망 등 시스템 구축을 위해 자연히 영리성 집단의 진입이 불가피해 보이는 것도 사실인데 말이다. 이로 인해 더욱 더 심각해질 것은 비영리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기본 정책과도 배치되어 심한 정책적 균열과 무시무시한 지각변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의료기관의 대형화와 거대 자본화는 결국 원격의료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고, 실제 병원 소유주도 새로운 관심분야로 떠오른다. 대학은 한 술 더 떠 원격의료 장비개발 연구 등 또 다른 차원의 관심을 보일 것이 분명한데, 이런 것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 확립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나갈지도 매우 염려스럽다. 

 

온라인 거센 물결 초(超)시대

거대자본 영리추구 역기능 통찰해야 생태 균형 유지    

아무래도 우리 정부가 흔히 하는 ‘반값 후려치기’가 원격의료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라면 이런 원격의료의 성과는 최소한 깎여 나간 반 값 만큼 그 이상 크게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의료성과도 낮고 실제 의료에 매달리는 의료인을 위한 것이 아닌 엉뚱한 제3자의 이득으로 연결되거나 새로운 일자리 창출 이라는 명목으로 대체될 석연치 않은 전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형 박리다매의 원칙에 입각하여 어떤 초간편 싸구려 원격의료가 펼쳐질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상담이 결국 “한번 나와 보세요!” 라는 또 다른 대면진료와 검사의학의 의료미끼 상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언론에 종종 소개되는 대로 한명의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의 ‘원격진료 홈쇼핑’도 드러날 문제로 예측해볼 수 있겠다. 

야당시절 극도로 반대했던 원격의료를 이제 지지하고 허용하고 추진하는 입장 바뀐 정권의 논리와 탈 이성적 정책적 해방구를 무엇으로 삼을지도 궁금해진다. 

시대가 변하여 이에 맞게 원격의료가 더욱 절실할 형편인지? 아니면, 태양광 같은 성격의 사업을 원하는지? 원격의료 기기개발 회사의 육성이 국부창출을 위한 국정과제인지? 이래저래 정치에 의하여 놀아나는 의료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길을 헤맬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의료 사막화 현상에 대한 세계적인 모범사례를 만들었다고 정부가 자랑할 날도 가설적이기 보다는 미리미리 대비하여  다가올 현실의 가시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싼값에 하여 온 국민에게 혜택을 주었다고 더욱 뽐내면서 자랑할 세계적 민주국가의 모범사례라고 선전 가능한 홍보주제로 충분하다. 

 

원가 이하 싸구려 의료에

정부 입맛대로 원격의료 날개 달 경우 저질 양극화 뻔해   

정부가 진정 국민의 건강과 의료 발전을 우선시한다면, 의료가 갖는 속성과 본질을 고려하여 원격의료가 최소한 대면진료와 비슷한 가치가 싹틀 수 있도록 의료 전문가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고 신중히 검토하고 다루어야 할 것이다.

원격진료를 받는 사람이나 제공하는 사람 모두 일종의 싸구려 대체의학으로 취급하고, 또 취급당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원격의료의 질적 보장과 발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초기 논의 단계부터 철저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아울러 원격의료에 따른 의사 책임에 대한 문제도 반드시 명확하게 정리돼야만 한다. 

원격의료를 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의료 행위로 의사를 형사 처벌하는 ‘강대국’이어서 원격의료가 의사를 처벌하는 새로운 메뉴로 등장할 수 있는 한, 절대적으로 수용 불가한 사안이 될 것이다.

불완전 불법진료에 반값 진료, 그리고 형사 처벌의 삼위 일체 형 세트 메뉴가 코로나 19가 몰고 온 잔인한 시대에서 지치고 가위눌린 의사들을 유유히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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