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확진 사례가 중국 우한시에서 처음 보고된 뒤 4개월이 지났다. 많은 이의 바람과 달리 코로나19는 전 세계 대유행으로 이어졌고 전문가들은 대유행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국내외 의학계가 매년 개최하는 학술대회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학술대회 개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학회들은 올해 1분기에 예정됐던 학술대회 일정을 취소하며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일정을 재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주요 학회들은 3월 초 국제학술대회 일정에 변동사항이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자 이후 학술대회를 취소 또는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학회들은 해외 학회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virtual) 학술대회 개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심장학회(ACC)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연례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강의 내용은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제공했고, 올해 6월까지 언제든지 강의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미국내분비학회(ENDO)는 3월 개최 예정이었던 연례학술대회를 6월 8~22일로 연기하며 온라인 학술대회를 연다고 알렸다. 이에 앞서 유튜브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해 발표 예정이었던 새로운 연구 결과를 일부 선공개하며 온라인 학술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도 5월 29~31일 온라인으로 연례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물론 해외 학회의 온라인 학술대회는 짧은 기간에 급작스럽게 준비한 만큼 완벽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없다. 예로, ENDO 연례학술대회는 국제학술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간담회 조회 수가 300회에 미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학문적 교류의 역사가 코로나19로 끊이지 않도록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다는 시도만으로 박수칠 만하다. 

국내 학회도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오프라인 학술대회 취소·연기를 넘어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한당뇨병학회가 5월 8~9일 온라인 학술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학회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강의 발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닌, 실시간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쌍방향' 논의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자와 만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온라인 학술대회 개최에 긍정적이지만, 학술대회는 강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학술 교류의 장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며 "온라인 학술대회는 이런 점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된다. 쌍방향 소통이 어렵다면 장기적으로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속에서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시도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시기를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이제는 국내 학회가 학술대회 취소·연기가 아닌,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부딪혀라'는 말처럼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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