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비금전적 손실 보상방안 마련 강조하며 '지불의사액' 조사 예로 들어
의료계도 정부가 합리적 판단할 수 있도록 근거 자료 충분히 수집·공유해야 할 것 조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 위차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접수를 받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계없음.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 위치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접수를 받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계없음.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소비자 혹은 고객이 한 단위의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을 의미하는 경제학 용어인 '지불의사액(willingness to pay, WTP)'.

시장이 잘 형성되지 않아 가격을 책정하기 어려운 재화의 편익 또는 기대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곤 한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방지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의료계의 노력과 대응을 두고 국민을 대상으로 이 '지불의사액'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불의사액 조사 활동 자체가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의료인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보통계연구실 신정우 통계개발연구센터장은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의료계의 손실과 회복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라는 제목의 '보건복지 ISSUE & FOCUS 특집호'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신정우 센터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의료계의 손실이 무엇이고 이 손실을 합리적으로 보상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과 노력이 잇따라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우선, 신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계의 손실을 금전적인 손실과 비금전적인 손실로 나눴다.

금전적인 손실은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없거나,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감염에 대한 염려로 의료서비스 이용을 기피해 환자 수가 줄어듦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한 의료계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진료·격리하는 등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인력, 음압 병상, 에크모와 같은 고가 의료장비를 투입한 것과 일부 의료기관과 약국이 확진자가 다녀간 후 폐쇄하거나 휴업을 하게 되는 것도 금전적인 손실에 포함했다.

이어 비금전적 손실은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의료진을 비롯한 모든 직원이 업무를 일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된 경우, 해당 의료기관의 이미지가 실추된 경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즉, 의료진이 매일 환자를 직접 대하면서 감염 위험의 부담을 안고 있어 일상적인 업무가 어려운 점, 코로나19 환자 대응으로 일반 환자 치료가 상대적으로 미흡하거나 소홀하다는 등 지역사회에 도는 정보로 의료기관 이미지가 나빠지는 경우 등을 말한다.
 

코로나19 대응 비금전적 손실 보상 근거 마련해야

신 센터장이 더욱 우려한 것은 이러한 의료계의 크고 작은 손실이 더 큰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부분이다.

신 센터장은 "가장 대표적으로 특정 의료기관의 폐쇄나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다른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이동을 야기하고 이 과정에서 환자가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게 되는 일을 들 수 있다"며 "아울러 환자는 적합한 시점에 치료를 받지 못함으로써 건강 상태가 악화된다"라고 말했다.

이대서울병원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의료진.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계없음.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이대서울병원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의료진.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계없음.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또한 의과대, 간호대, 약대 졸업생의 실습 기회가 축소돼 미래 의료 인력이 현장 대응력 및 실무 의료경험을 함양하지 못하는 것도 손실 중 하나로 꼽았다.

문제는 금전적인 손실의 경우, 정부가 위원회 등을 통해 손실 보상 방안을 마련하면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검토 중이나 비금전적인 손실은 아직 계량화할 만한 자료가 전혀 없어 재화의 가치로 환산해 제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감염병 대응에 따른 비금전적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서 새로운 근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귀결됐다.

그는 "예를 들어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발생 가능한 건강 위험을 줄이려는 의료계의 대응에 대한 지불의사액을 조사할 수 있다"며 "이런 조사 활동은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의료인들의 자부심 내지 확신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이 같은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 주체 간 합의와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계도 코로나19 현장의 정확한 사태 진단과 향후 정부의 합리적 판단을 도울 근거 자료를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정부는 현행법에 기초해 보상 방안을 강구하되, 의료계가 처한 현실과 의료계 내외부적 배분의 공정성, 정부의 재정 여력 등을 추가로 고려해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료계는 현장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근거 자료를 충분히 수집·공유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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