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부각된 새로운 조류가 눈길을 끈다. 곧 대학입학시험에서 이공계의 전반적인 진학률 저조와 의과대학 졸업 후 전문과목 선택에 있어서 소위 말하는 정통진료과목 전공의지망생의 저조이다.

후자의 경우는 3D의 기피영향으로 이미 전국민의료보험으로 확대되던 80년대 후반부터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서 기존의 메이저과목 특히 외과계의 수련의의 부족현상이 최근에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의사라는 특별한 직종에 있어서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시각에 따라 다소 공감대가 다를 수 있지만 필자가 해방후 현재까지 반세기의 경험에 비추어 최근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사회적 분위기와는 또 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50여년 전 어린 시절 많은 동료학생들이 "과학한국"의 한 몫을 감당해야 한다며 기백에 차 수학하던 옛 모습이 아련한 기억에 되살아난다.

왜 이러한 지경에까지 와 있는가?

가끔 위정자나 정치가들은 사회생태계의 괴상한 변화에 영합하기에 급급했지 그러한 현상이 과연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려는지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둔감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바람직한 사회는 이질적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성격의 직업군들이 혼재하여 상호 조화롭게 구성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이러한 이질적인 현상은 편가르기의 이분법적 교육의 결과이며 그 사회적 현상은 이질적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행태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양한 사회구성체는 한 측면으로만 보이는 존재가 아니며 그 선택조차 편가르기에 의한 일방통행형식에 의한 것은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로 보아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과거의 정통의료라 여겨왔던 외과계 메이저 그룹 기피는 3D현상과 더불어 의료사고의 노출빈도의 상승과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급여의 상대적 저수가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진행되고 그 정도가 심화되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책당국자의 대응은 관전만 해왔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외국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이공계 지원 기피현상도 이공계를 선택했던 선배들의 현재의 상황이 자기의 장래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없는 현실이 결국 그러한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나고 있고 그 정도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더욱 심화되어 가는 걸까?

혹은 국민들이 자제해야 될 것이 아닌가?

혹은 의사들이 수입이 좋은 과만 선택하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지나 않는지 의심스럽다.

개개의 인간은 항상 이익이 되는 분야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당시에 약사가 최고선이라 보여진다면 약대지망생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의사가 최고선이라면 의대의 지망생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한 율사가 좋다고 고시를 선호하는 지망생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인간사회는 시기에 따라 그 선호도가 바뀌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분위기를 제도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유동적인 인간의 선호도를 제도적으로는 규제할 수 없지만 최소한 다양한사회구조 속에서 여러 직종간의 균형이나 혹은 심화된 불균형상태를 조정하여 더불어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곧 성숙된 행정능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과거에도 우리사회가 다양한 직종간의 알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갈등이 투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세월의 흐름에 따라 알력의 폭이 심화되고 직종간에 투쟁으로까지 폭발되어지는 현상을 보면 결국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당국의 행정능력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학자나 의사 또는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주위의 눈총을 받지 않고 자기가 맡은 직분을 천직으로 생각하게 될 수 만 있다면 경제적 여건보다 우선으로 자기직분에 충실할 수 있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기 직분에 충실하기보다 주위에 더 눈총을 두지 않으면 안되는 이 사회분위기가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관리직보다 우선으로 기술직이 그 대상으로 부각되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이공계의 지망을 독려할 수 있겠는가?

원칙은 무시되고 편법이 더 활개를 치는 제도 하에서는 정상적 기능이 정착되기가 어렵다.

내일을 위한 바람직한 제도의 정착이 아니고 과거에 불이익을 당한 앙갚음으로 개혁의목표를 설정해나가는 한 내일에의 정상적인 사회를 기대하기 어렵다.


의료의 현장 역시 내일 우리나라의 의료의 정상화에 목표를 두었다면 오늘의 한방정책관실이라는 존재가 왜 필요했으며 바람직한 의약분업이 목표였다면 의·약사간의 이익집단적 행동을 유발하는 제도로 어떻게 바람직한 의약분업을 달성할 수 있겠는가?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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