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독·임질·성기단순포진 등 전연령대 고르게 증가
인구 고령화·성문화 및 성행태 변화 등 다양한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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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최근 5년간 국내 성매개감염병 6종의 발생이 나이를 가리지 않고 지속 증가하고 있어 성병 노출 위험에 대한 연령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별·연령별에 따라 발생률이 높은 성매개감염병의 종류가 달라 이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 결핵에이즈관리과 연구팀(오은정, 장유미, 차정옥, 공인식)이 최근 집계·분석한 '2014년~2018년 국내 성매개감염병 신고 발생 동향'을 통해 확인됐다.
 

국내 성매개감염병 감시 현황과 종류는?

성매개감염병(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s, STIs)이란 일반적으로 성병이라고도 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성적인 접촉을 통해 일차 전파되는 일련의 질환을 총칭한다.

성행위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병원체는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을 포함해 30여 종 이상이 알려져 있다.

흔히 알려진 세균성 성매개감염병은 임질(Gonorrhea), 매독(Syphilis), 클라미디아감염증(Chlamydia)이 있으며, 바이러스성 성매개감염병은 성기단순포진(Genital herpes), 첨규콘딜롬(Condyloma acuminata) 등이 있다.

이 외에 기생충이 원인인 트리코모나스증(Trichomonasis)과 제3급 법정감염병인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나 C형간염도 성 접촉으로 인해 감염되는 질환에 속한다.

연구팀은 "성매개감염병의 감염경로는 성 접촉에 의한 감염이 가장 흔하지만 일부는 장기 기증자의 조직, 혈액 모유 수유, 출산 시에도 감염될 수 있다"라며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발생 건수는 매년 3억 7600만명, 하루 100만건 이상이다"라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1954년 '전염병예방법' 제정 시 성매개감염병을 제3종 법정전염병에 지정한 것을 시작으로 1969년 '성병검진규칙'을 제정해 법적 검진대상자에 대한 관리를 시작했다.

이후 2000년 일부 의료기관에서 성병 신고를 받아 발생규모를 파악해 국가 정책에 반영했고, 2020년 1월 사람유두종바이러스감염증(Humanpapilloma virus infection)이 신설되면서 △매독 △임질 △연성하감 △클라미디아감염증 △연성하감 △성기단순포진 △첨규콘딜롬을 포함해 총 7종을 감시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질본의 법정감염병 감시체계를 통해 신고·보고된 국내 성매개감염병 6종(사람유두종바이러스감염증 제외)에 대한 역학적 특징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5년간 신고·보고된 성병 총 11만 3689건…신고 수 지속 증가

연구 결과, 2014~2018년에 신고·보고된 성매개감염병은 총 11만 3689건으로 2014년 1만 2416건, 2015년 1만 8444건, 2016년 2만 4525건, 2017년 2만 7287건, 2018년 3만 1017건이다.

이는 연평균 22.4% 증가한 수치로, 2018년을 기준으로 하면 클라미디아감염증이 1만 609건으로 가장 많고 성기단순포진 1만 359건, 첨규콘딜롬 5402건, 임질 2362건, 매독 2280건, 연성하감 5건 순이다.

우선, 매독 신고환자는 전 연령대(10대 이하 제외)에서 남성 발생이 높았다.

특히, 60대 이상 노인층이 2014년 대비 2018년에 22.6배(13건→294건) 증가했고 20~30대 젊은 층도 2.4배가량(548건→1318건) 증가했다.

매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선천성매독은 연평균 1.7% 감소한 반면 1기 매독과 2기 매독은 각각 연평균 21.3%, 27.4% 증가했다.

임질은 최근 5년간 연평균 8.6% 증가했고 전 연령대에서 남성 발생이 높으며(2018년 기준 여성 683건의 2.5배인 1679건이 남성에서 발생), 20~40대 연령층이 대부분(2018년 기준 81.9%)을 차지했다.

최근 5년(2014년~2018년) 국내 성매개감염병 6종 신고 현황
최근 5년(2014년~2018년) 국내 성매개감염병 6종 신고 현황

클라미디아감염증은 연평균 28% 증가했고 여성에서 발생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2018년을 기준으로 하면 여성의 신고건수가 6377건으로 남성 4232건보다 약 1.5배 많다. 

연령별로는 남녀 모두에서 10~20대와 60대가 각각 3.3배, 3.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연성하감은 신고건수가 2015년 2건, 2017년 2건, 2018년 5건으로 총 9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기단순포진의 경우, 2014년 3550건, 2015년 2019건, 2016년 6702건, 2017년 7752건, 2018년 1만 359건 발생했는데, 연성하감과 달리 6종의 감염병 중 클라미디아감염증과 함께 가장 흔한 성병에 속한다.

성기단순포진을 연도별로 보면 연평균 30.7% 증가했고, 여성 발생이 남성보다 높으며(2018년 기준 약 2.5배), 2014년과 비교하면 60대 이상은 3.8배, 50대는 3.4배 증가했다.

첨규콘딜롬은 연평균 25.2% 증가했으며 남성의 발생이 여성보다 높고(2018년 기준 남성 3517건, 여성 1885건), 전 연령대에서 2014년 대비 약 2.3~3.3배 고르게 증가했다.

최근 5년(2014년~2018년)동안 여성보다 남성의 발생 건수가 지속적으로 높았던 성병은 매독, 임질, 첨규콘딜롬이며 클라미디아감염증과 성기단순포진은 반대로 여성이 높았다.
 

성문화 급속도로 변하며 감염병 노출 위험 연령 범위 확대돼

이와 관련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성매개감염병 발생이 전 세계적인 성병 증가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특히, 성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에서의 전반적인 증가와 젊은 층에서의 클라미디아감염증 증가 추이는 공통적인 문제로 분석했다.

실제로 2018년 제14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성경험 시작 연령이 만 13.6세로 조사돼 최근 성문화가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감염병 노출 위험에 대한 연령 범위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향후 국가 성매개감염병 예방관리 정책의 방향을 설정할 때, 성별·연령별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집단에 대한 감시 및 특성 분석을 통한 전략 마련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성매개감염병의 역학적 특성 확보를 위한 인력 배치, 검사를 통한 조기발견 및 치료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요로생식기과 등 관련 학회 및 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성병에 대한 치료를 적시에 실시할 수 있는 통합관리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연구팀은 이어 "성문화 변화뿐만 아니라 고령화로 인해 성매개감염병이 자연적으로 늘고 있어 성병 전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회 전반에 올바른 성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협력해 궁극적으로 성매개감염병 발생이 감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청소년을 포함해 성매개감염병 종류별로 증가하는 감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교육홍보 콘텐츠를 지속 개발·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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