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O 2020] TSH 수치만 높은 고령자, 레보티록신 치료 시 사망 위험 상승
美 연구팀 "노화 적응하며 나타나는 TSH 변화 치료 시 항상성 유지에 악영향 미칠 수도"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20)가 지난달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6월로 연기됐다. ENDO 2020은 6월 8~22일 온라인 강연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20)가 지난달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6월로 연기됐다. ENDO 2020은 6월 8~22일 온라인 강연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65세 이상의 고령에서 갑상선 호르몬제 레보티록신(제품명 씬지로이드)의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갑상선 자극호르몬(thyroid-stimulating hormone, TSH) 수치만 높고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정상인 고령은 레보티록신 치료 시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고 조사된 것이다.

이에 따라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고령 환자는 레보티록신 등 갑상선 호르몬제로 치료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근거가 쌓이게 됐다.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은 TSH 수치만 증가하고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정상인 경우를 의미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20)에서 발표될 계획이었으나, 학술대회 연기로 연구 결과는 Journal of the Endocrine Society 특별 부록에 실렸다.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고령 환자서 치료 혜택 입증 못 해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메타분석과 치료 관련 연구에서는 치료 시 혜택 또는 TSH가 10mIU/L 미만으로 감소했을 때 위험을 입증하지 못한 상황이다. 

2017년 발표된 TRUST 연구 결과에 의하면, 레보티록신은 65세 이상의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에게 치료 혜택이 없었다(N Engl J Med 2017; 376:2534-2544). 

이에 캐나다질병예방위원회(CTFPHC)는 지난해 12월 성명을 통해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에게 레보티록신이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Jennifer Mammen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 TSH 수치만 상승한 경우는 원발성 갑상선질환보단 노화에 적응하면서 주로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TSH 수치만 높은 고령에게 레보티록신이 위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즉 TSH 수치만 높은 고령에게는 레보티록신 치료가 부적절하고 과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로 인해 향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연구는 레보티록신이 고령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레보티록신 치료군, 비치료군보다 사망 위험 1.55배↑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연구팀은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에서 진행한 장기간 관찰연구인 '볼티모어 노화 종단연구(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f Aging, BLSA)'를 활용해 65세 이상의 1054명 고령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은 2003년 후 최소 1회 TSH와 갑상선 호르몬인 티록신(T4) 수치를 검사했다.

평균 나이는 78.7세였고 43.3%가 여성이었다.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고 치료받지 않은 군은 68%, TSH 수치 상승만 확인됐으나 치료받지 않은 군은 7.8%, 레보티록신으로 치료받은 군(레보티록신 치료군)은 13.7%였다. 

연구팀은 2003~2018년 동안 1년 간격으로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인구학적 및 건강 요인을 보정해 사망 위험을 평가했다. 연구 기간에 총 245명이 사망했다.

분석 결과, TSH 수치와 관계없이 레보티록신 치료군은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고 치료받지 않은 군보다 사망 위험이 1.55배 높았다(HR 1.55; 95% CI 1.00~2.38). 게다가 TSH 수치만 상승했으나 치료를 받지 않은 군과 비교하면 사망 위험이 2배 이상 컸다(HR 2.23; 95% CI 1.05~4.73).

이 같은 결과는 과도한 치료를 받지 않은 고령만 제한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변함없이, 레보티록신 치료군의 사망 위험이 치료받지 않은 이들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HR 2.5; 95% CI 1.18~5.30).

"TSH만 상승한 고령≠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

연구팀은 이번 결과에 대해 TSH 수치만 높은 고령에게 레보티록신 등 갑상선 호르몬제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방점을 찍었다. 

Mammen 교수는 "고령은 레보티록신으로 치료받으면 유의하게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며 "이는 TSH 수치만 상승한 고령이 항상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팀은 고령에서 갑상선 호르몬제 치료를 결정할 경우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ammen 교수는 "노화에 적응하면서 나타나는 TSH 수치 변화를 치료하는 것은 항상성 유지(homeostatic compensation)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갑상선 호르몬제 치료 관련 임계값(threshold)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연령에 따른 TSH 수치 참고범위(reference interval)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고령의 경우 TSH 수치가 변할 수 있으므로, TSH 수치 증가를 확인했다면 이후 여러 번 검사를 반복해야 한다"면서 "임상에서는 갑상선 호르몬제 투약을 고려할 때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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