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팀, 해마와 기억기능 간 인관관계 규명
해마의 세타활동 증가가 기억력 향상의 신경학적 기전이라는 것을 증명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국내 연구팀이 기억기능을 담당하는 해마에 전기자극을 주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정천기 교수·전소연 연구원은 뇌심부의 직접적인 전기자극을 통해 해마와 기억기능 간의 인과관계를 국내 최초로 증명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대병원 정천기 교수, 조소연 연구원(사진 오른쪽)
서울대병원 정천기 교수, 조소연 연구원(사진 오른쪽)

지금까지는 해마의 직접적인 전기자극이 뇌 기억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다.

연구팀은 서울대병원에서 뇌에 전극을 삽입한 10명의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해마에 전기자극을 주고, 두 가지 단일·연합기억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두개강 내 뇌파를 측정했다.

연구는 단일 단어를 기억하는 단일기억과제와 짝지어진 단어 쌍을 기억하는 연합기억과제로 나뉘어 학습, 휴식, 회상 단계로 진행됐다.

학습구간은 두 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각 세션을 구성하는 두 개의 블록 중 임의로 선택된 하나에 자극의 제공과 중단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한 블록당 30개의 단어/단어 쌍이 있어, 참여자는 전체 120개를 학습했다.

해마 자극의 기억기능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두 개의 서로 다른 기억과제를 회상하는 동안 화면에 나타난 단어를 보고 키보드 버튼을 눌러 기억 여부를 응답하게 했다.

단일기억과제 회상구간에서는 “봤음” 혹은 “본적 없음”으로 단어 기억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비자극시 정답률은 86.1%, 자극 시 정답률은 81.1%로 저하됐다.

연합기억과제 회상구간에서는 “정확히 봤음”, “봤거나 재배열됨”, 혹은 “본적 없음”으로 단어 쌍 테스트를 진행했다. 비자극시 정답률은 59.3%, 자극 시 정답률은 67.3%로 높아졌다.

연구 결과, 해마의 전기자극은 기억과제에 따라 기억기능의 행동 결과를 다르게 변화시켰다. 해마의 세타활동이 연합기억과제에서 더 높게 관여했으며, 그 결과 연합기억기능은 향상됐다. 반대로 해마의 세타활동 관여가 낮은 단일기억기능에서는 저하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기존 인지기능이 낮은 환자일수록 자극의 효과가 커 기억기능이 더 많이 향상됐다. 인지 기능이 약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뇌 자극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기억과제 중 뇌 활동 양상도 달랐다. 단일기억과제보다 연합기억과제의 학습구간과 회상구간에서 해마의 뇌파는 강한 세타파워를 이끌어 냈다.

특히 회상구간에서 정답률이 높은 경우 해마의 세타파워가 강한 것을 확인했다. 즉, 강한 세타파워는 기억력 향상과 관련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전소연 연구원(서울대 뇌인지과학과)는 “해마 자극으로 서로 다른 기억기능이 서로 다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밝혔다”며, “자극 후 향상된 연합기억기능과 기억과제의 회상구간에서 해마의 세타파워 증가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천기 교수(서울대병원 신경외과)는 “이번 연구로 해마 자극이 더 많은 해마의 세타활동에 관여하기 때문에 연합기억기능을 향상시켰음을 알 수 있다”며, “해마의 세타활동 증가가 기억력 향상의 신경학적 기전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브레인 스티뮬레이션(Brain Stimul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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