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대정원 확대 등에 '자기개발 여건 없으면 무용지물'
통합당 권역외상센터 지원 공약에 '일괄적 지원은 세금 낭비'
국민의당 질본 청 승격 구체안에 '승격 후 역할보다 위상이 중요'

이미지 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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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전규식 기자] 정당들이 4.15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보건·의료 공약들에 대해 대체로 장기적인 관점이 부족하고 주먹구구식으로 구성했다는 의료계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의대정원 확대 주장은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고, 미래통합당의 권역외상센터 지원 공약은 일괄적으로 지원할 경우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또한 국민의당이 제시한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의 경우, 승격이 되더라도 역할보다는 위상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존재했다.

메디칼업저버가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국민의당 등이 제시한 의대정원 확대, 권역외상센터 문제 해결 등의 공약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을 확인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민주당 공약, '의대정원 확대·의사과학자 양성'

메디칼업저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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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지역 의사제 특별 전형'을 통해 지방 의료 인력을 충원해 각 지역 병원급 기관에 일정 기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또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의료계에선 정원 확대와 더불어 의대생들이 자기개발을 할 여건을 충분히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해당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의대 정원을 확대해도 충원된 인력이 개원가로 빠져나가 장기적으로 인력 부족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는 중소병원협회가 10년 전부터 필요성을 주장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의대 정원을 확대해도 충원된 인력이 돈 벌이를 쫓아 개원가로 빠져나가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희귀난치 질환을 연구하거나 리스크가 높은 수술 및 진료를 보는 의사들이 가장 대접받고 수입을 더 많이 가져가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의대 정원만 확대하는 건 반대"라고 덧붙였다.

의과학자 양성 지원 공약에 대해 임상이 아니면 돈이 안 되는 환경에서는 대학병원도 양성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지원자도 얼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의과학자에게 돈을 많이 주는 차원을 넘어서 고용 및 생계 보장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충원된 의료 인력을 각 지역 병원에 의무적으로 복무시킬 거면 해당 인력을 그쪽에 묶어둘 유인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의사 스스로 실력을 기르는 동시에 자존감도 높일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들이 해당 분야에 지원하는 것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과학자 양성부터 투입까지의 기간인 최소 15년 후를 염두해두고 구상해야 하는 문제"라며 "관련 졸업자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과 공약을 제시할 때는 큰 틀의 목표를 갖고 필요한 내용을 담아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안 보인다"며 "당장의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식의 의도가 엿보여 아쉽다"고 덧붙였다.

통합당 공약, '권역외상센터 문제 해결'

메디칼업저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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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은 최근 이국종 교수를 통해 이슈가 된 권역외상센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 간호사의 인건비 단가를 인상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인건비 지원이 없는 권역응급의료센터 38개소를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일괄적인 금전적 지원보다는 외상센터 체계 전체를 파악해 환자가 몰리는 곳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응급의학과 관계자는 "권역외상센터가 너무 많기 때문에 금전 지원을 일괄적으로 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환자가 몰리는 곳에 지원을 집중하고 환자가 없는 곳은 지원 금액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수가 적은데도 지원금을 많이 주면 받은 돈을 다른 분야에 사용할 것"이라며 "닥터헬기 활성화도 환자가 몰리는 권역외상센터 지원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환자가 많은 권역외상센터에 지원을 몰아줘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며 "포퓰리즘식의 금전 지원 약속보다는 환자 흐름에 따른 지원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공약, '질본 '청' 승격 구체적 안'

메디칼업저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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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은 각 당이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을 공통적으로 제시한 가운데 '질병예방통제청(가칭)'으로 확대 개편해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 감염지역 통제 등을 직접 결정하도록 방역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겠다며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선 승격된 질본의 역할보다는 위상이 어느 수준일지가 선제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림의대 이재갑 교수(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는 "방역 문제는 질본이 청으로 승격돼도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보다는 승격된 질본의 위상이 어느 수준일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질본이 차관급의 위상을 갖고 있어도 예산권, 인사권에 있어서 보건복지부의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독립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질본이 독립할 때 많은 권한을 갖고 나가려 하면 강한 반대에 부딪칠 것"이라며 "감염병 예방 및 방역에 꼭 필요한 부분만 가지고서 독립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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