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에서 심장이식 받은 박구식 씨 가족, 방호복 1000벌·덴탈 마스크 5만 5000장 기부

박구식 씨 가족의 기부물품 앞에서 세브란스병원 관계자가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았던 환자가 코로나19(COVID-19) 극복을 위해 따듯한 기부를 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부의 주인공은 지난 2017년 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심장이식 후 현재 중국에 거주하는 박구식 씨와 그의 아들 박병인 씨 가족으로, 최근 세브란스병원에 방호복 1000벌과 덴탈마스크 5만 5000장을 기부했다.

박 씨 형제는 총 5명으로 이 중 둘째, 셋째, 넷째 삼형제가 세브란스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넷째인 박구식(60세) 씨는 심장근육에 이상이 생겨 심장 기능이 감소되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2017년 2월 강석민 교수(심장내과)와 윤영남 교수(심장혈관외과)를 통해 심장이식을 받았다.

이어 둘째 박안식 씨(68세)는 2017년 10월, 셋째 박성식 씨(64세)는 이보다 앞선 2015년 9월에 같은 질환으로 같은 주치의인 강석민·윤영남 교수에게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세브란스병원 심장이식 가족모임에서는 이들이 '심장이식 삼형제'로 불린다.

방호복과 마스크를 기부한 박 씨 가족은 심장이식 수술 후 중국에 거주하며, 정기 외래 진료 때만 강석민 교수를 만났다. 

심장 거부 반응 등 응급상황 시에 도움을 받고자 강 교수의 연락처는 알고 있지만 따로 연락하고 지내지는 않았다. 

그러던 지난 3월, 박 씨는 강석민 교수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박구식 씨 가족이 보내온 기부물품에 적힌 응원 메시지

형제를 모두 잘 치료해준 것에 평소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던 중에 코로나19로 한국에서도 병원과 의료진이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방호복과 덴탈마스크를 기부하고 싶다는 뜻은 전한 것.

3월 당시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뿐만 아니라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모든 병원에서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강 교수는 답장 문자를 통해 "정말 고맙다.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전국 많은 병원의 의료진들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겨내고자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가족의 기부가 정말 가뭄의 단비처럼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지난달 26일, 방호복 1000벌과 덴탈마스크 5만 5000장이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세브란스병원에 도착했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함과 동시에 병원 내 전파를 막고자 고생하고 있는 시기에 병원과 환자들이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기길 바라는 박구식 씨 가족의 진실한 마음을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목회 활동을 하는 셋째 박성식 씨는 매년 열리는 세브란스 심장이식 가족모임에 참석해 이식 가족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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