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2020] POPular TAVI 연구, 항응고제 단독 vs 3개월 클로피도그렐 병용 비교
항응고제 단독요법 시 출혈 위험 감소…심혈관질환 의한 사망·뇌졸중·심근경색 위험 높지 않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을 받은 환자(이하 TAVI 환자)는 항혈소판제인 클로피도그렐 없이 항응고제 복용만으로 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TAVI 환자를 대상으로 한 POPular TAVI 연구 결과, 항응고제만 복용한 환자군은 3개월 동안 항응고제와 함께 클로피도그렐을 병용한 군보다 1년째 평가한 출혈 위험이 낮았다. 이와 함께 혈전성 사건 위험도 증가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28~30일 온라인 강의로 진행된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0)에서 29일 발표됐고 동시에 NEJM에 실렸다.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0) 홈페이지 캡쳐.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0) 홈페이지 캡쳐.

TAVI 환자의 약 30%는 심방세동 환자로 뇌졸중과 혈전색전증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 

2012년 유럽심장학회·흉부외과학회(ESC·EACTS) 심장판막질환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는 TAVI 후 항응고제 적응증에 해당하는 심방세동 환자의 항혈전제 치료전략은 전문가 의견을 기반으로 항응고제인 비타민 K 길항제(VKA) 단독요법을 진행하거나 VKA와 함께 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을 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항응고제+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이 TAVI 환자의 혈전색전증 위험을 낮출 수 있으나 출혈 위험을 높인다는 문제가 있다. 이번 연구는 TAVI 환자에게 적합한 항혈전제 치료전략을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모든 출혈 발생 위험, 항응고제 단독요법 37%↓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17곳 지역에서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고 TAVI가 예정된 환자 326명이 모집됐다. 

전체 환자군은 TAVI 시행 전에 항응고제 단독요법군(항응고제군, 164명)과  3개월 동안 항응고제와 함께 클로피도그렐 복용군(클로피도그렐군, 162명)으로 무작위 분류됐다. 

평균 나이는 모두 81세였고 심방세동 환자는 각각 95.5%와 94.2%를 차지했다. 비-비타민 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를 복용한 환자는 각각 23.6%와 29.5%였다. 

1차 종료점은 12개월 동안 VARC(Valve Academic Research Consortium)-2 기준에 의한 모든 출혈과 시술과 관련되지 않은 출혈로 정의했다. 

시술과 관련된 출혈은 표준화된 출혈기준(Bleeding Academic Research Consortium, BARC)에 따른 type 4의 중증 출혈로, 대부분 천공부위(puncture site) 출혈사건은 시술과 관련되지 않았다고 간주했다.

분석 결과 모든 출혈 발생률은 항응고제군 21.7%와 클로피도그렐군 34.6%로, 항응고제군의 출혈 위험이 37% 낮았다(RR 0.63; P=0.01). 대부분 출혈은 TAVI를 진행한 부위에서 발생했다. 

시술과 관련되지 않은 출혈 위험은 항응고제군이 클로피도그렐군보다 36% 낮았다(RR 0.64; P=0.02). 시술과 관련되지 않은 출혈 발생률은 항응고제군 21.7%, 클로피도그렐군 34%였다. 대부분 출혈은 시술 후 1개월째에 발생했으나 증상은 경미했다.

2차 종료점은 두 가지로 나눠 비열등성과 우월성을 평가했다. 비열등성 한계(noninferiority margin)는 7.5%p로 정의했다.

첫 번째로 12개월째 시술과 관련되지 않은 출혈과 함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결과, 항응고제군 31.2%, 클로피도그렐군 45.5%로 두 군간 약 14.3%p 차이가 벌어져 비열등성을 입증했다(95% CI for noninferiority -25.0~-3.6).

이어 진행한 우월성 평가에서는 항응고제군이 클로피도그렐군보다 첫 번째 2차 종료점 발생 위험이 31%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RR 0.69; 95% CI for superiority 0.51~0.92).

아울러 두 번째 2차 종료점인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허혈성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 등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항응고제군 13.4%, 클로피도그렐군 17.3%로, 두 군간 차이는 3.9%였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95% CI for noninferiority -11.9~4.0; RR 0.77; 95% CI for superiority 0.46~1.31).

"항응고제 단독, 혈전성 사건 위험 증가 없이 출혈 위험 감소"

연구를 진행한 네덜란드 성안토니우스병원 Vincent J Nijenhuis 박사는 "이번 결과는 심방세동 등 항응고제 적응증에 해당되는 환자는 TAVI 후 항응고제와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보단 항응고제 단독요법으로 혈전성 사건 위험 증가 없이 출혈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다만 이번 연구는 VKA와 NOAC을 직접 비교하는 연구로 디자인되지 않았다"며 "사전에 정의한 하위군 분석에서 NOAC이 VKA보다 출혈 위험이 낮았다. 그러나 연구 규모가 작고 연구 편향(biases)이 있을 수 있어 이 같은 결과는 하나의 가설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병원 Howard Herrmann 교수는 항응고제와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 시 출혈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점은 예상 가능한 결과라며, 허혈성 사건에 대한 혜택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Herrmann 교수는 "허혈성 사건 종료점에서는 항응고제와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의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연구 규모가 작기 때문에 허혈성 사건 관련 2차 종료점을 평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임상 지침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NOAC을 포함해 허혈성 사건 종료점을 평가할 충분한 힘을 가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ATLANTIS 연구가 어느 정도 답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ATLANTIS 연구는 TAVI 후 아픽사반 복용 또는 표준치료를 진행했을 때 모든 원인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혈전색전증 등 위험을 비교한 연구다. 

Herrmann 교수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TAVI 후 심방세동 환자에게 항응고제 단독요법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특히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항혈소판제 치료전략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최근 스텐트 시술을 받았거나 일과성 허혈발작이 있는 등 항혈소판제에 대한 적절한 적응증이 없는 환자에게 이 같은 치료전략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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