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타바이러스 감염, 제1형 당뇨병 위험요인으로 지목
호주 연구팀 "제1형 당뇨병 예방 효과 있어" vs 미국 연구팀 "백신-제1형 당뇨병 연관성 없어"
한양대병원 김진섭 교수 "향후 호주 연구팀 결과 뒷받침하는 근거 필요"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소아의 제1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를 두고 연구 결과들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으로 제1형 당뇨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최근 이와 반대되는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영유아에서 발생하는 심한 위장관염을 예방하고자 생후 6주부터 만 8개월 미만의 영아에게 접종한다.

로타바이러스는 췌장의 인슐린 생산 기능을 손상시켜 제1형 당뇨병을 촉진할 수 있어, 로타바이러스 감염은 제1형 당뇨병의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로타바이러스 감염은 장 투과성 및 염증반응의 변화로 인해 자가면역반응이 활성화되거나 로타바이러스 항원이 분자모방(molecular mimicry)을 통해 자가면역반응을 유도하면서 제1형 당뇨병 발생을 유발한다고 추정된다.

호주 4세 이하, 경구용 로타백신 도입 후 제1형 당뇨병 발생률 15%↓

로타바이러스 감염이 제1형 당뇨병 위험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지난해에는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으로 소아의 제1형 당뇨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졌다. 

호주 멜버른대학 Kirsten P. Perrett 교수 연구팀은 경구용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호주에 도입된 2007년 5월을 기준으로 8년 전과 8년 후의 소아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을 평가했다(JAMA Pediatr 2019;173(3):280-282).

그 결과, 0~4세 영유아에서 경구용 로타바이러스 백신 도입 후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이 기존보다 15% 감소했다(IRR 0.85; P=0.02).

다만 백신 도입 전·후인 16년 동안 5~9세와 10~14세 소아에게서는 제1형 당뇨병 발생 사례 수의 변화가 없었다. 이는 영유아기에 경구용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투여해야 제1형 당뇨병 발생을 막는 효과가 나타나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로타바이러스 백신, 제1형 당뇨병 위험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그러나 최근에는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제1형 당뇨병과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9일 JAMA Pediatrics 온라인판에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제1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이지도 또는 낮추지도 않는다는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Vaccine Safety Datalink를 이용해 미국 내 7곳 의료기관에서 2006~2014년에 태어난 소아 38만 6937명을 확인했다. 

정해진 예방접종 일정에 따라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투여한 군(완전투여군) 36만 169명, 정해진 투여 일정을 지키지 않아 접종력이 불완전한 군(불완전투여군) 1만 5765명, 백신을 투여하지 않은 군(미투여군) 1만 1003명이었다.

추적관찰 5.4년(중앙값) 동안 제1형 당뇨병은 464건 보고됐고, 10만인년(person-years)당 발생률은 20.6건이었다.

최종 결과, 미투여군 대비 완전투여군과 불완전투여군의 제1형 당뇨병 위험이 각각 1.03배(95% CI 0.62-1.72), 1.5배(95% CI 0.81-2.77)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통합의료그룹인 카이저 퍼머넌트 연구소의 Jason M. Glanz 박사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로타바이러스 백신과 제1형 당뇨병 발생간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비록 로타바이러스 백신으로 제1형 당뇨병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없을지만, 이번 결과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소아에게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발표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Rachel M. Burke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도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제1형 당뇨병과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연구팀은 2006~2017년 IBM 마켓스캔 상용 데이터베이스(MarketScan Commercial Database)를 활용해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에 따른 제1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평가했다(JAMA Pediatrics 1월 21일자 온라인판).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한 소아 280만여명 중 843명이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았고 10년 누적 발생률은 0.25%였다. 완전투여군은 66%, 불완전투여군은 13.4%, 미투여군은 20.4%를 차지했다.

분석 결과, 미투여군과 비교해 완전투여군의 제1형 당뇨병 발생 위험은 유의하게 높지 않았다(aHR 1.09; 95% CI 0.87~1.36). 게다가 불완전투여군에서도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과 제1형 당뇨병 간 의미 있는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aHR 1.03; 95% CI 0.78~1.36).

"제1형 당뇨병, 5세 이상 주로 발병…호주 연구 결과 한계 있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의 제1형 당뇨병 예방 효과를 두고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리는 이유는 먼저 인종·지역 간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한양대병원 김진섭 교수(소아청소년과)는 "호주와 미국 연구 결과가 다른 이유는 인종 또는 지역 간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우리나라와 미국의 제1형 당뇨병 발생률 차이가 있듯, 호주와 미국도 인종 또는 지역에 따른 차이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제1형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이 달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 4세 이하의 영유아에게서 로타바이러스 백신의 제1형 당뇨병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호주 연구팀 분석에는 한계가 있다. 제1형 당뇨병은 영유아기 이후에 발생률이 높다고 보고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호주 연구팀 결과, 0~4세에서 로타바이러스 백신 투여 후 제1형 당뇨병 발생률이 낮았으나 제1형 당뇨병이 주로 발병하는 연령은 5세 이후"라며 "이로 인해 4세 이하에서 로타바이러스 백신의 제1형 당뇨병 예방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호주 연구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임상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제1형 당뇨병과 연관됐는지 판단하는 연구는 가능하지만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호주 연구팀 결과 발표 후 많은 전문가가 로타바이러스 백신과 제1형 당뇨병의 연관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 연구 결과가 없다. 연관됐다는 근거가 쌓여야만 로타바이러스 백신의 제1형 당뇨병 예방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