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효과를 입증한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만큼 발 빠르게 치료제를 개발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가장 가능성 있는 치료제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던 렘데시비르가 꼽히지만 임상시험이 지난달 시작돼 향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을 발굴했고 그 효과를 검증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후 이들 기업의 주식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를 보며 과거에도 경험한 듯한 데자뷔(deja vu)를 느낀다. 처음 경험하는데도 이미 경험한 적 있는 것처럼 낯설지 않은 느낌이나 망각된 기억이 뇌에 저장돼 있다가 유사한 경험을 했을 때 되살아나는 경우를 데자뷔라 한다.

코로나19는 신종 감염병으로 우리 모두 처음 경험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신종 감염병 유행은 처음이 아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뿐 아니라 국외에서 문제 됐던 지카바이러스감염병, 에볼라바이러스병 등 여러 신종 감염병의 유행을 체감했다.

그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게 신종 감염병 치료 후보물질이다. 후보물질은 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발굴 후 전임상시험, 임상시험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한 뒤 신약으로 허가받고 시판된다. 

그러나 모든 후보물질이 다음 단계인 전임상시험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2012년 세계제약협회연맹(IFPMA)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신약 후보물질 5000~1만 종 중 전임상시험에 도입한 물질은 250여 종에 불과하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발굴한 신종 감염병 치료 후보물질로 전임상시험에 이어 임상시험까지 진행하는, 그야말로 성과를 보인 후보물질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한 국내 제약사는 신종 감염병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치료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발굴했다고 알린다. 코로나19에 앞서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병, 2015년 메르스 때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 후보물질을 찾았다고 했다.

전임상시험은 약 3년이 걸린다는 점을 비춰보면 현재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가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후보물질 발굴 후 전임상시험이 진행됐는지 그리고 진행됐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찾아볼 수 없다. 그 사이 기업은 신종 감염병 후보물질을 발굴했다는 발표만으로 주식 상한가라는 이득을 봤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선포하면서 국민들은 코로나19 치료제가 하루빨리 개발되길 기다리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발굴했다는 후보물질로 전임상시험,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고 발표로만 끝난다면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

신종 감염병은 기업의 득을 취하기 위한 수단이 되면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막기 위해 많은 전문가가 헌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는 국내 기업들이 기존과 다른 행보를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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