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프랑스 정부, 의심 증상 있으면 이부프로펜 복용 안 돼…파라세타몰 권고
스페인 보건부 "NSAIDs가 코로나19 악화시킨다는 근거 없어"
국내 전문가 "메커니즘 규명 안 돼…일시적으로 증상 가려져 환자 놓칠 가능성은 있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가 의심될 때 발열, 염증 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이부프로펜을 복용해선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부프로펜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프랑스 정부가 이부프로펜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를 코로나19 환자가 복용하면 심각한 이상반응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14일(현지시각) 경고한 데 이어, 세계보건기구(WHO)도 17일(현지시각)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WHO와 프랑스 정부는 NSAIDs의 대안으로 해열진통제인 파라세타몰(paracetamol, 아세트아미노펜)을 권고했다. 

WHO "의심 증상 있으면 '이부프로펜' 대신 '파라세타몰'"

WHO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다면 이부프로펜을 복용해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추후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하고자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자가치료(self-medication)를 위해 이부프로펜을 복용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대신 의심 증상이 있다면 파라세타몰을 복용하도록 주문했다. 파라세타몰 성분의 대표적인 약물은 타이레놀로, 해열작용은 있으나 항염증작용은 없다. 

이에 앞서 프랑스 정부도 홈페이지를 통해 NSAIDs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거나 확진 환자에게 심각한 이상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파라세타몰을 복용하도록 조언했다.

이후 프랑스 Olivier Veran 복지부 장관은 이 글을 트위터에 공유하며 "소염진통제 복용이 코로나19를 악화시키는 요인일 수 있다"면서 "발열이 있다면 파라세타몰을 복용해야 한다. 이미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부프로펜의 위험은 The Lancet 3월 11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서 제기된 바 있다. 

논문에서는 고혈압, 심혈관질환 환자가 항고혈압제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를 복용하면 ACE2가 증가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위험을 고려해 약물치료를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간 세포 표면의 바이러스 수용체 단백질인 ACE2와 결합하면서 감염이 나타난다. 즉 ACE2 발현이 증가하면 세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더 취약해지게 된다. 

논문에서는 이부프로펜과 티아졸리딘디온계 계열도 ACE2 발현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주의를 요했다. 

NSAIDs-코로나19 연관성?…'근거 불충분' 무게

그러나 이부프로펜 등 NSAIDs와 코로나19 증상 악화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기된다.

스페인 보건부는 이부프로펜 등 NSAIDs가 코로나19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발열을 치료하기 위해 NSAIDs보다 파라세타몰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으나, NSAIDs가 코로나19 증상을 더 악화시킨다는 데이터가 없다는 것. 이 때문에 NSAIDs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미국 메이오클리닉 Gregory Poland 교수는 "NSAIDs 위험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 없는데 코로나19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의심스럽다"며 "프랑스 복지부 장관의 의견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국내 전문가들도 NSAIDs 논란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메커니즘도 규명되지 않았을 뿐더러 정확한 근거 없이 WHO가 그 위험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증상 가려질 우려는 있어…고령·만성질환 환자 병력 확인 필요"

WHO의 발표에 대해 국내 전문가는 단정 지을 수 없으나, 발열 등 증상 완화를 위해 이부프로펜을 복용하면 코로나19 환자를 놓칠 수 있어 이 같이 권고한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가 이부프로펜 등 NSAIDs를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가려져(masking) 코로나19 환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고대 구로병원 김우주 교수(감염내과)는 "코로나19가 발병하면 발열과 함께 통증을 호소한다. 의료진은 염증반응이 나타나야 코로나19를 의심한다"며 "그러나 이부프로펜 등 NSAIDs는 강력한 소염진통제로 복용 시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조기 진단을 놓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NSAIDs의 항염증작용으로 인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이 억제될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면 면역체계가 이를 인식해 염증반응이 나타난다"면서 "하지만 NSAIDs는 항염증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면역반응이 억제될 수 있다. 이와 달리 파라세타몰은 항염증작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교수는 의료진이 고령자나 만성질환 환자가 NSAIDs를 복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고령이나 만성질환 환자는 관절염 등으로 NSAIDs를 복용하고 있어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의 병력을 확인하고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이는 해열작용이 있는 파라세타몰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다면 임의로 약을 구입해 복용하기보다는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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