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코로나19 치료제로 재탄생 예고
신약개발 생산성 향상 위한 전략..."경쟁력 갖출 수 있는 영역"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되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COVID-19)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르면서 '약물 재창출'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약물재창출이 임상에서 효과가 부족해 실패한 약물이나 현재 시판 중인 약물을 다시 평가해 새로운 약물로의 가능성을 점치는 만큼 신약개발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치료제로 항바이러스제 '약물 재창출'

코로나19 중앙임상TF(현 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효과가 확인된 코로나19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정부와 제약업계는 약물 재창출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치료제로서의 명확한 효과를 확신할 수 없지만, 항바이러스제로서의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실제 지난달 코로나19 중앙임상TF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자, 중증환자의 경우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나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업계의 약물 재창출에 힘을 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안정성이 입증된 약물에서 코로나19에 효능이 있는 약물을 찾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이와 별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에 대한 효능을 알아보기 위한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렘데시비르는 뉴클레오디스 유사체인 프로드러그로 만들어진 항바이러스제다. 인체에 투약하면 활성상태인 GS-441524로 대사된다. 

렘데시비르는 당초 에볼라 출혈열과 마버그 바이러스 치료를 위한 약제로 개발됐지만 이후 여러 실험에서 단일 RNA 바이러스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코로나19 등을 포함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증명된 의약품은 없다"면서도 "렘데시비르처럼 기존에 개발된 약물을 임상시험을 통해 새로운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를 확인하는 약물 재창출이 성공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성 떨어지는 신약개발...약물 재창출 key Point?

제약업계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계기로 초기 신약 개발이나 안전성 확보 등에 필요한 시간 등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약물 재창출 전략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제약기업이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후보물질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데다 임상시험 요건 강화, 약물 안전성 규정 강화 등으로 인해 연구개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약물재창출은 적응증을 획득하거나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임상을 포함한 여러 임상단계를 거친 만큼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한 스크리닝 과정이 생략된다. 

또 약물독성검사에서 안전성이 검증됐고 임상 승인에 필요한 독성자료도 갖고 있어 새로운 적응증에서 효과를 보이는 용량을 확인하는 임상 2상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임상 1상에서 후보물질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기간이 7~8년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줄어드는 셈이다. 

실제 약물재창출로 탄생한 신약은 여럿 존재한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는 고혈압,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었지만 임상 2상에서 효과를 입증하는데 실패하면서 용량증량을 위한 임상 1상을 다시 진행하다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 개발 방향을 튼 대표적 사례다.

1950년대 궤양 치료제로 개발하려다 발굴된 탈모 치료제 미녹시딜도 약물 재창출 사례 중 하나다. 

당초 미녹시딜은 동물실험에서 궤양 치료에 대한 효과 입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강력한 혈관확장 효과를 발견, 고혈압 치료제로 방향이 바뀌었다. 그런데 이후 털이 나는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미녹시딜은 적응증을 바꿔 탈모 치료제로 재탄생했다. 

이외에 항우울제 적응증을 갖고 있던 둘록세틴은 생활습관 교정밖에 치료 옵션이 없었던 복압성 요실금 환자를 위한 최초의 경구용 약제로 변신했고, 애초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연구됐던 카나키누맙은 임상 2상에서 만족스러운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머클-웰스 증후군 증상 완화 효과를 확인하며 기사회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상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더라도 투자 가치가 이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약물재창출은 독성에 대한 검증단계를 통과한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 탐색에 나서 개발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국내사에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