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 교수팀, 비만과 비후성 심근증 관계 밝혀
과체중 시 비만 시 비후성 심근증 발생 위험 1.5배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국내 연구팀이 비만, 대사이상이 있는 사람은 보통사람에 비해 비후성 심근증 발현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 박준빈 교수(사진 오른쪽)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 박준빈 교수(사진 오른쪽)

서울대병원 김형관, 박준빈 교수(순환기내과)는 2009년부터 2014년 사이에 건강검진을 시행한 2800만 여명을 추적, 관찰했다.

이 중 비후성 심근증이 발병한 7851명의 자료를 분석해, 비후성 심근증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를 파악했다.

그 결과 비만과 대사이상은 비후성 심근증 발생 위험을 높였다.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아시아인 체질량지수 기준에 따라 환자 7,851명을 각각 저체중(118명), 표준체중(1,782명), 과체중(2,029명), 경도비만(3,435명), 중등도비만 이상(487명)으로 분류했다. 

이때 과체중, 경도비만, 중등도비만 이상은 표준체중에 비해 비후성 심근증 발생위험이 각각 약 1.5배, 2.2배, 2.9배 높았다.

체질량지수가 높아질수록 발생위험이 일관되게 상승했으며 체질량지수가 1씩 증가함에 따라 비후성 심근증 발생위험도 11%씩 증가했다.

이런 경향은 복부미만의 척도인 허리둘레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허리둘레가 90cm(여성 85cm) 이상인 4,848명은 그렇지 않은 3,003명에 비해 비후성 심근증 발현 위험이 1.7배 높았다.

그림 1) 체질량지수에 따른 비후성 심근증 발생 위험비. 체질량지수가 높아질수록 비후성 심근증의 발현 위험도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으로 대표되는 대사이상도 비후성 심근증 발현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일한 체질량지수 그룹이더라도 대사이상이 동반된 사람들은 비후성 심근증 발현 위험이 더 높았다. 

그림 2) 대사 이상에 따른 동일 체질량지수 그룹별 비후성 심근증 발생 위험비. 같은 체질량지수 그룹(비만아님, 과체중, 비만)에 속하더라도 대사이상이 있는 그룹(MUH, Metabolic Unhealth, 붉은색)은 대사가 정상인 그룹(MH, Metabolic Healthy, 파란색)에 비해 위험도가 높다.

단순히 심근이 두꺼워지는 심근비후는 고혈압이나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서도 종종 관찰된다. 해당 원인을 잘 관리하거나 치료하면 심근비후는 호전되기도 한다. 다만 비후성 심근증은 다르다.

비후성 심근증
대동맥판 협착증, 고혈압 등 특별한 원인 없이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심장질환이다. 이로 인해 심장 이완기에 좌심실로 혈액이 채워지는 과정에 지장을 받아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심방세동이 동반될 수 있고 이에 따른 뇌졸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치명적인 부정맥인 심실빈맥 혹은 심실세동의 위험이 있으며 젊은 연령에서 발생하는 심장돌연사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유전적 이상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심근비후 발현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가령 동일한 유전자 이상을 공유한 가족이라 할지라도 한 명은 심근벽 비후가 심한 반면, 다른 이는 정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유전적 요인 외에 비후성 심근증 발현을 유발하는 요소를 밝혀낼 필요가 있었다.

김형관 교수는 "타고나는 유전자와 달리, 비만 및 대사이상은 충분히 개선이 가능한 영역"이라며 "비만, 대사이상이 다른 심혈관질환들 처럼 비후성 심근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고한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 밝혔다.

박준빈 교수는 "지금까지는 비후성 심근증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료할 수 밖에 없었다"며 "비만과 대사이상을 조절해 비후성 심근증 발현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진다면, 질환의 선제적 예방을 목표로 하는 진료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유럽 예방심장학회지 (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impact factor 5.64]) 최근호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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