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3개월 복용 후 여성은 증상 완화, 남성은 효과 미비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이은재 교수(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이은재 교수(사진 오른쪽)

[메디칼업저버 송인하 기자] 뇌졸중 환자의 우울증 치료는 성별을 고려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3개월간 항우울제를 복용한 남녀 뇌졸중 환자의 우울감 조사 결과, 여성은 우울감이 중간단계에서 경증으로 크게 개선된 증상을 보였지만 남성에게서는 약물치료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김종성·이은재 교수(신경과)팀은 2011년 1월부터 2014년 6월 사이 급성기 뇌졸중이 발병한 환자 478명(남성 291명, 여성 187명)을 대상으로 항우울제(에스시탈로프람) 무작위 위약대조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7년 '란셋 사이키아트리(The Lancet Psychiatry)'에 게재된 '에스시탈로프람의 뇌졸중 후 우울증 예방효과'의 사후분석으로 진행됐다.

뇌졸중 환자가 느끼는 우울감은 '몽고메리-아스베리 우울증 평가지수(MADRS 점수)'로 측정했다. MADRS 점수가 8점 이상이면 '경미', 16점 이상 25점 이하면 '중간' 수준의 우울감으로 평가했다. 

남녀별로 에스시탈로프람 복용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3개월간 나누어 관찰한 결과, 여성 급성 뇌졸중 환자의 MADRS 점수는 약물군(12.2∓8.2점)과 위약군(12.2∓8.5점)에서 모두 경증 이상의 우울감을 나타냈다.

3개월 후 여성 환자 복용군의 MADRS 점수는 평균 5점이 감소했다. 연구 초기에 중간 수준의 우울감을 보였던 환자는 경증으로 완화되고, 경미한 우울감이 있던 환자는 우울감이 해소됐다. 반면, 여성 환자의 위약군은 평균 2.7점 감소하는데 그쳐 항우울제가 여성 뇌졸중 환자의 우울감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남성 뇌졸중 환자는 연구 초기에 대체로 경미한 우울감(△약물군 9.8∓7.9점 △위약군 9.7∓8.0점)을 보였다. 다만 우울감 증상 완화를 의미하는 MADRS 점수 감소도에서 약물군(-3.4점)과 위약군(-2.6점)이 큰 차이가 없어, 남성 뇌졸중 환자에게는 항우울제의 효과가 여성 환자에 비해 미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 뇌졸중 환자에서 두드러진 우울 증상으로는 겉으로 드러난 슬픔, 스스로 느끼는 슬픔, 식욕저하 등 정서적 원인에 의한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증상이 항우울제에 잘 반응해 치료 효과가 좋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 전 진행한 우울감 조사에서 경증 이상의 우울감을 느낀 여성 환자는 66.3%, 남성 환자는 51.9%로 나타났다. 3개월간 항우울제 복용 후 관찰한 결과에서 여성 환자의 우울감은 중간 단계에서 경증으로 떨어져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으나 남성 환자는 여성만큼 큰 효과가 없었다.

연구책임자인 김종성 교수는 "그동안 뇌졸중 후 우울증 치료에 관한 연구는 약물 효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는 성별에 따라 뇌졸중 후 우울증의 증상과 약물치료 반응의 차이를 입증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이은재 교수는 "우울감을 느끼는 여성 뇌졸중 환자라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하에 약물치료를 받아 증상을 완화시킬 것을 권장하며, 남성 뇌졸중 환자는 약물이 필요할 경우 우울증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고용량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Cerebrovascular Diseases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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