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문가, 감염병전문병원 설치·지정 현실화 방안 제시
배후병원 필요한 점도 어려움…의료진 전문성 문제도 지적
NMC는 부지 이전 협의 중…조선대병원은 시공사 선정 중

국립중앙의료원 전경. 사진 출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 전경. 사진 출처: 국립중앙의료원

[메디칼업저버 전규식 기자] 최근 코로나19(COVID-19)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에 중부권·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 및 지정 예산이 배정됐지만 평상시 전체 음압병실의 20%가량을 항상 비워둬야 해 민간 병원에서는 운영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료 수익을 통해 운영되는 민간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대기 병상을 두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공공의료기관 중에서 지정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귀결되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 및 지정 현실화 방안으로 시립의료원 등 기존 공공의료기관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즉, 기존 공공의료기관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해 시설 및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현실성이 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감염병 전문병원 운영 방안 연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감염병 전문병원은 코로나19 유행과 같은 감염병 비상사태에 대비해 항상 전체 음압병실의 약 20%를 비워야 한다.

이와 관련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민간 병원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감염병 전문병원 운영을 기피할 것"이라며 "결국은 각 지역에 있는 기존의 공공의료기관 중에서 지정해 인력과 설비 등을 지원하면서 확대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 난항 요인은 무엇?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매번 부각됐음에도 지정과 운영에 있어서 걸림돌은 무엇일까.

우선, 감염병 전문병원 운영을 뒷받침할 배후 병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정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은 "감염병 전문병원이 운영되기 위해선 배후 병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건이 갖춰진 곳을 찾아야 한다"며 "5개 권역에 여건이 충족되는 곳을 찾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은 경찰병원, 보라매병원, 중앙보훈병원, 동부병원, 적십자병원 등을 배후 병원으로 둔다.

감염병 유행이 시작되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진료를 받던 일반 환자를 이들 배후 병원으로 이송해 환자 간 교차 감염을 방지하고 확진자를 수용할 병상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일각에선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해 운영하더라도 의료진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본 보고서에 따르면 감염병 전문병원 담당 의료진은 평상시에 모병원에서 일반 환자를 진료하면서 감염병 관련 교육훈련을 받다가 비상사태 발생 시 대응 인력으로 투입된다.

이 같은 인력 운영은 추가 고용에 대한 부담이 없고 의료진의 임상 역량이 갖춰진 것이 장점이지만 잦은 인사이동 시 의료진의 전문성이 훼손되고 의료진 간 업무량 및 복지혜택 차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은 단점으로 보고됐다.

부산대병원 조석주 교수(응급의학과)는 "의사는 평상시에 환자를 많이 진료해야 전문성이 향상되는데 감염병 전문병원 담당 의료진은 그렇지 못하다"며 "평상시에는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지정 진행 상황은?

감염병 전문병원은 현재까지 수도권의 국립중앙의료원과 호남권의 조선대병원만 지정된 상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2017년 중앙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돼 서울시 서초구 원지동에 현대화된 시설을 건축해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소음기준 초과 등으로 인한 차질이 발생해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조선대병원 전경. 사진 출처: 조선대병원
호남권 감염병 전문병원인 조선대병원 전경. 사진 출처: 조선대병원

조선대병원은 같은 해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선정돼 오는 2021년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필요 예산이 당초 예정된 것보다 많아 확보 과정에서 지체돼 오는 2023년 운영으로 연기됐다.

현재 조선대병원은 감염병 전문병원에 대한 건축 시공사를 선정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 및 지정 필요성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유행 때부터 제기됐다.

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메르스의 국내 유행에 대한 사후 대책으로 설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추경안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관계자들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예산 삭감이 결정됐다.

이후 복지부와 질본이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 및 운영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 용역 사업을 실시했고, 사업 결과 2016년에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5개 권역에 50병상 이상의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치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발표됐다.

그러나 이 역시 2017년 예산 편성 당시 중부, 영남, 호남 3개 권역에 35병상 규모의 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으로 축소됐다.

결국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되고 조선대병원이 호남권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는 데 그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감염병 전문병원이 될 수 있기에, 이 때문에라도 각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을 활용한 지정·운영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윤석준 교수는 "지방은 의료진의 기술력부터 시설, 장비에 이르기까지 수도권보다 여건이 열악하다"며 "코로나19의 대구 유행과 같은 지역 사회 감염에 대한 지방의 자체적인 대응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감염병 전문병원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을 이용하기 힘든 저소득층, 취약계층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운영되기에 적합하다"며 "저소득층, 취약계층이 감염병에 특히 더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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